독일입국 후기 2023.03.07

여행 Reise 2023. 3. 15. 17: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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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독일에 온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처음 온 것도 아니고, 비록 도착 후 가는 도시는 매번 달랐어도 여전히 관문은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중앙역이다.

한 달 전, 급작스럽지만 그래도 싼 비행기표를 구한다는게 경유편인 폴란드 항공이었다. 원래는 한번 이용해 본 적이 있던 역시 경유편인 네덜란드 항공을 예약했다가 무료수하물 제공이 없어서  취소하고 잡은 것이 폴란드 항공이었는데, 막상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시각이 밤 10시 40분이었다. 공항에서 70여 km 떨어진 도시를 뭐 어떻게든 가는 것은 되겠지만, 열차가 그 시간대에 없다면 문제였다.

폴란드 항공의 일반석 무료 수하물은 위탁이 1개 23kg, 기내는 8kg 이내였다. 출국 며칠 전 갑자기 가져갈 무거운 짐이 생겨서 위탁수하물로 가져갈 짐을 줄여서 23kg로 맞추긴 했지만 기내로 가져갈 짐은 도저히 8kg 내로 줄일 수 없었다. 출국일 당일 인천공항의 폴란드 항공 부스에서 발권을 할 때 아무래도 기내로 가져갈 짐의 부피가 눈에 띄여서 직원이 중량을 재보자고 했고 8kg가 추가되어 적지않은 추가 운임을 내야 했다.

짐을 붙이고 잠깐 대기하다 탑승했다. 이륙 후 안정궤도에 진입하자 음료와 식사가 제공되었고 이후 바로 기내는 소등되었다. 무려 10시간 가량이나. 식사 후 잠깐 잠들긴 했으나 어두운 기내에서 10시간 이상을 몽롱한 상태에서 버텨야 했다.


비행기는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격전지를 비켜가는 경로를 취함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보였다. 유럽에 진입하자 점등이 되고 음료와 식사가 나왔다. 인천에서 12시 30분에 출발해 바르샤바 쇼팽 공항에 현지 시각 18시에 도착했다. 13시간 30분의 긴 비행이었다.

공항 부지는 매우 광할하지만 시설은 다소 노후해 보이는 바르샤바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입국심사를 받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남성 심사관은 앞선 사람들에 비해 짧게 내 여권을 살펴본 후 질문도 없이 도장을 쾅 찍어줬다. 그리고 기내 수하물과 소지품 통관 심사가 이어졌는데, 특이하게도 폴란드 경찰이 가방을 직접 뒤지기까지 했다. 면세 담배 한 보루는 허용이 안되는지 뭐라 지적을 했지만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경유편 출국 대기실 한 가운데 흡연장이 넉넉히 있는 점이 편리했지만 갈아탈 비행기가 소형이라서 그런지 승객들을 가득 실은 버스편으로 비행기까지 이동해야 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보이는 60대 여성이 통로에 앉고 나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는데, 20시 40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22시 40분까지 2시간 비행중 내가 한번 화장실을 가려고 하자 이 여성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투덜댔다. 이후 공항에 도착해 위탁수하물을 찾으러 갈 때, 이 비행편이 유럽내의 짧은 경유이고 승객들도 대부분 독일인이나 폴란드인으로 위탁 수하물을 찾으러 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만원 버스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어느 구석지고 음산해 보이는 입국장 입구에서 버스는 승객들을 하차시켰다. 계단을 올라 입국장에 들어서는데 살짝 놀랐다. 입국심사대가 없이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펼쳐진 것이다. 그러니까 바르샤바의 입국심사로 독일입국심사는 완료된 것이다.

여권을 들춰보니 2년전 네덜란드항공 경유편으로 귀국할 때도 출국도장은 암스테르담에서 한번만 찍혔다. EU의 실체는 마트 뿐만 아니라 이런 데에서도 직감할 수 있는 셈이다.

우선 나가기 전에 위탁수하물을 찾아야 하는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1층의 배기지 컨베이어는 대부분 멈춰 있는 것으로 보여 지하로 내려갔다. 여기서 내 옆에 앉았던 그 러시아계 여성을 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른 비행기를 타고 온 것으로 보였다.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수하물이 나왔고 출구에서 살짝 헤매는 나에게 한 20대 초반의 건장한 소녀같은 직원이 친절히 출구를 안내해 줬다.

공항을 빠져 나가는 5유로 상당의 전철표를 끊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내려 근방의 예약한 숙소로 갔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 방에 짐을 풀고 맥주나 한잔 하러 근처의 아이리쉬 펍에 가려다 앉을 자리도 없이 사람이 많아서 근처 매점에서 맥주 2병을 사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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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캠퍼스

여행 Reise 2023. 2. 2. 22: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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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중앙대학교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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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 효고의 현청 소재지(2018.08.22)

여행 Reise 2022. 9. 3. 20: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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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인 일본이 경제력 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근래 간혹 보인다. 아마도 최저임금에서 이런 징후가 분명해진 것 같은데, 아베 정권 시기부터 지속된 엔저는 더이상 일본이 국제무대로 치고 나갈 신예의 주력 상품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 틈새를 파고 든 것은 반도체로 무장한 대만과 한국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조선과 자동차에서 볼 수 있듯이 중공업 기반의 완성품 제조 강국이다. 한국의 이러한 전략을 극대화하고 확장시킨 것은 중국이다. 한낱 볼트 류에서 장난감, 핸드폰, 김치 등 모든 수요가 미치는 상품에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밀 기술이 집약된 제조물은 여전히 일본과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 의존해 있다. 건설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광봉이나 케이블 타이 집기와 같은 경량 소모품은 중국산이지만 계측장비와 터미널 압착기와 같은 정밀 제품은 일본과 독일, 미국산이 강세다.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한 노광 원천기술은 독일과 네덜란드에 있다. 베끼고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의 원천성은 오랜 투자와 연구의 산물인데, 속도전으로 이를 따라잡기란 쉽지않다.

요즘은 한풀 꺽이긴 했지만 반도체가 국가의 효도상품이라 반도체 학과 육성에 모든 교육역량을 집중시키라는 윤설열 정부의 교육정책방향은 저러한 속도전의 또 다른 모습이다. 물리, 화학, 심지어 생물학과 같은 기초 학문에 대한 고려없이 일단 최적의 반도체를 찍어내고 보자는 발상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제품설명서 작성과 마케팅에나 적합한 쓸모없는 학문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학문의 기초와 다양성이 상실된 채 획일화된 산업구도에 맞춘 교육정책은 산업정책과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아무리 우리에게는 넘어서야할 나라로 각인될지라도, 그리고 비록 정치적으로는 후진적일지 몰라도 이 국가가 산업과 교육에서 다져놓은 단단한 지반은 후발국가들이 속도전으로 쉽사리 추격하기 힘든 선상에 있다. 아무리 고령화사회라도 일단 국가의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는 토착 인구 1억 2천만명대가 유지되면서 고르게 발전된 일본의 도시들은 수도권에 전인구의 절반이 몰린 한국과는 대비된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리고 속도전으로 일본을 앞지르는 것을 하나 든다면 출산율 하락추세다.  인구소멸에 직면한 이 두 나라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비자청을 설립해 외국인 이민을 확대하는 방안뿐이다.

세계 3위의 산유국이지만 전후 파괴된 건설 인프라의 취약으로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라크에 비하면 한국은 천연자원의 혜택없이 건실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조와 무역으로 산업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순위만을 강조하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허상 너머에 있는 삶의 다양성과 충만감은 수직계열화된 기업구조와 빽빽한 초고층 아파트 숲, 획일화된 입시교육의 장막으로 채워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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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서 주류세가 세금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 정부에서 술소비를 진작시키려고 한다는 뉴스가 있다. 젊은 세대의 술 소비가 준 것이라기 보다는 술을 퍼마실 젊은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의 반영이다. 포도주통에 둥그렇게 모여 앉은 청년들의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 맥주잔이 부딪치는 흥겨운 술자리를 밖에서 쳐다보며 한잔 하고 싶은 노인의 심정을 노래한 장면( Bläck Fööss - Drink doch ene met 1976)이 이제 혼자서 술을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다 이따금 지나가는 젊은 행인들의 모습 속에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노인들로 채워진 술집의 풍경으로 뒤바뀌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대비일지도 모른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측의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돌린다고 해도 상상을 빗겨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소멸의 시대에 새로운 세대의 인구가 정말 필요하다면 극단적으로 인간 배양의 기술이 대두될 수도 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영화같은 잠재적 가능성일 뿐이다.

얼마전 대학에 다니던 보육원 출신 대학생이 스스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몇 차례에 걸쳐 양부모의 선택을 받을 기회를 놓치고 결국 보육원을 나와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오래되고 기능이 낡긴 했어도 아직까지 가족이라는 제도는 개별인간을 지켜주는 방어막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애써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 중심의 사회상이 미래로 갈수록 약화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물론 재벌이나 왕가처럼 자본과 권력의 세습이 필요한 특권층에게 가족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한편,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전통이 강한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아직 인구정체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근대 계몽기 이래 기능 중심의 사회변동에 맞춰 보편주의적 인권감각을 갖고 사회를 통한 개인의 자기실현을 이상으로 내세웠던 사회사상가들이 대두됐는데, 이들의 철학적 전통을 20세기 전반기에 비판적으로 복원시키는 학자들이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사회연구소에 모여 들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벤야민, 마르쿠제, 에리히 프롬, 그리고 전기 하버마스 시절 만큼의 명망을 현재 이 연구소가 이어가고 있는지는 학문 밖 사람의 소견으로 알 수는 없으나 헤겔과 마르크스까지 소환하는 이들의 지적 전통은 바로 아래 사진의 아도르노 당크몰 처럼 박제된 유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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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관문 : 프랑크푸르트(2019.08.14)

여행 Reise 2022. 8. 27. 21:1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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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EU국까지 포함하면 50개 국이나 되는 유럽의 주요 관문은 마인강이 흐르는 독일 서부의 프랑크푸르트이다. '프랑크'라는 지명은 베르됭 조약(843년 8월 11일)이 체결됨으로써 서로마제국의 후예이자 게르만족의 일파인 프랑크왕국이 지금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로 분리되는 유럽 역사의 중요한 국면을 담고 있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물론 일찌기 일본기업들도 기반 거점을 프랑크푸르트에 마련할 정도로 이 도시는 독일을 넘어 유럽의 경제수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역과 금융의 중심지다. 하지만 공항과 중앙역, 일부 조성된 마천루를 제외하고 보면 이 도시의 인상은 그렇게 국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 아니 서울과 비교하면 공항이나 중앙역, 마천루는 오히려 소박해 보인다. 하지만 이 소박함에는 세월의 변화에도 무상하게 자신들의 육중한 전통을 고수하는 장중한 견고함이 서려 있다. 최근 EU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게 잦은 기기변경에 따른 소비자의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고 기기의 재생을 원활히 하도록 자가 수리 키트를 내놓도록 유도한 것은 그러한 전통의 영향이 아닐까?

하지만 정작 이 도시의 국제성은 건물에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드러난다. 유럽변방은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이 도시는 고된 이국생활을 지켜나갈 생활수단을 제공해 준다.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베를린도 국제적인 도시라고는 하지만, 정치-역사적 수도는 이국자들에게 아직은 낯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시민권 이전에 생존권이다.

생존과 관련된 문제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가파르게 일어난다. 1100만 이상의 전쟁난민이 유럽 곳곳으로 피난을 갔으며 독일에서만 60만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수용됐다. 전쟁으로 치솟는 고물가에 에너지 대란, 이번 여름 최악의 가뭄으로 강바닥까지 드러난 상황은 유럽인들의 인내심의 수위가 어디까지 일지 가늠케 한다. 유고 내전에서, 시리아 내전에서, 멀게는 아프리카의 불안전한 정정에서 떠나온 난민들로 유럽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치뤘지만 우크라아나 전쟁은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늪에 유럽을 빠뜨리고 있다. 유럽은 자신의 전쟁을 치루고 있으며 확전에 대비를 하되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은 각자도생이다. 폴란드의 한국산 재래전 무기의 대량 구매는 이런 절박한 사정을 보여준다. 유럽의 분열은 나토의 동진보다 러시아를 흐뭇하게 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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