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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3.02.12 명절 이후
  2. 2013.02.01 지난 12월 대선 전
  3. 2013.01.28 책읽기모임 서울 분점
  4. 2013.01.23 병원 카르텔
  5. 2013.01.21 주말나기

명절 이후

책들 Bücher 2013. 2. 12. 17:5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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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집의 보일러가 망가져 아직까지 감기 몸살에 시달린다. 이날 사람을 불러 보일러를 고친 후 초저녁에 시골로 가는 버스는 명절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오늘까지 쉬면서 <차라투스트라...>를 다 읽고, 역시 6년 여 전 읽다 그친 하버마스의 대표작을 읽기 시작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낭만적 시기와 실증주의적 시기, 그리고 철학적 시기로 구분되는 세번째 시기의 첫 작품으로 니체가 자신의 철학을 문학적으로 제시하는 서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니체의 낭만시기와 실증주의 시기의 작품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다. 낭민시기의 주요 작품은 <비극의 탄생>과 <반시대적 고찰>이며, 실증주의 시기의 주요 작품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아침놀>, <즐거운 과학>, <선악의 저편>, <안티 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이고, 세번째 시기의 대표작은 <힘에의 의지>인데 이 작품은 미완성 유고로 남아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4)로 시작되는 세번째 시기에 <힘에의 의지>가 유고로 남게 된 것은 1889년 니체가 토리노의 광장에서 졸도하고 이후 1900년 사망하기 까지 정상적인 작품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니체의 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작품으로 <차라투스트라..>가 손꼽히는 이유는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니체 스스로가 자신의 주제의식을, 플라톤의 대화편과 같은 문학적 양식과 신약 공관복음과 같은 신화적 틀을 차용해 제시하려는, 형식 창조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단지 실존철학과 유사한 분위기의 서술만 있을 뿐, 뚜렷한 철학적 개념이 보이지 않는 이 작품에서 니체는 철학적 여과장치 없이 독자의 이해에 직접 닿으려 한 것이며, 이런 여과장치 없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의 전기작, 그리고 미완성 편린을 읽어 보라는 주문으로 볼 수 있다.

 

하버마스는 1990년대 구소련의 몰락 이후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좌파 이론의 구심점으로 부상한 독일 비판이론 2세대의 대표자인데, 실상 그의 후기작이면서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의사소통행위이론>은 1981년에 나온 것이며, 하버마스의 주요 활동시기는 60~80년대였다. <의사소통행위이론>은 갈수록 첨예화되는 자본의 시대에 새로운 실천적 대안으로 합리성에 기반한 소통행위론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배경과 근거를 서구의 다양한 지적 전통을 통해서 재구성하고 집대성한 주도면밀한 작품으로서, 90년대에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졌지만 비교적 정확하고 충실한 번역이 2006년에야 나온 사실은 한국사회의 지적 불안정과 불성실을 반영한다.

 

한편 하버마스는 한국과는 독특한 인연이 있다. 1996년 극진한 국내 초청을 받기도 했고, 송두율이 2003년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공판과정에 있을 때 담당 재판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한 때 자신의 지도학생이았던 송두율에 대한 단호한 구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실천적 지식인이자 성실한 학자로서의 품격이 노년을 빛내는 점에서, 그는 60~70년대 그의 이론적 주적이었던 미셀 푸코나 들뢰즈와는 극명히 다른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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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대선 전

창작 Produktion 2013. 2. 1. 23: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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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되어버린 강

 

구일섭

 

강화도 최북단 너머

두 개의 강이 바다가 되어 흐르고 있다

널찍한 연백평야가 펼쳐져 있는

매서운 겨울의 들판에는 인적이 없고

들판을 둘러싼 산야에는 나무가 없다

 

송악산이 보이고 개성으로 가는 길도 보이건만

그 옛날 활발한 물자의 교통로였다는 강물은

속으로 깊이 깊이 얼어 있다

 

강의 차안에서 부르면

강의 피안에서 응답이 올 수 있으련만

차안과 피안은 연옥과 지옥의 거리만큼 멀다

 

음산한 독재자를 수행해 강 저편을 바라보며

피부색이 다른 동족을 섬멸하려는 조소로 새겨진

봉우리의 이름 뒤로

악귀의 면상을 띤 전차가 피를 갈구한다

 

간조가 되면 헤엄 쳐서 오갈 수도 있던 양안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해가 반세기 넘게 흐르고 있다

강을 삼켜버린 바다의 거친 맥박이

양안 가득

소리 없이 울린다

 

                         이른바 '제적봉'에서 바라 본 북조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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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모임 서울 분점

책들 Bücher 2013. 1. 28. 21:4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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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영상 작업을 하는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날 만남의 주요 동기인 독서 모임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동갑내기인 그와 나는 O형이 7년 여 전에 주도한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됐는데, 이 독서모임 멤버들의 사는 곳이 제각각이고, 서로의 생활도 바쁘다 보니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 아예 독서모임 서울 분점을 차리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일단 내 생각은 자신이 선정한, 혹은 읽고 싶은 최고의 걸작 30선을 제시하여 회원을 모집하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서 책을 골라 읽어 나가면 되지 않겠냐 했다. 오프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니, 한 달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래 목록은 어제 내가 선정한 인류의 최고 걸작 30선이다.

 

아직 정식 공지는 아니지만, 우선 관심있는 분은 댓글이나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jsben@hanmail.net

 

(일련 번호는 순위가 아님)

1. 도스트예프스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3. 존 스타인 벡, 『분노의 포도』

4. 조지 오웰, 『1984년』

5. 플라톤, 『국가』

6.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7. 헤겔, 『정신현상학』(적절한 한글 번역본이 없는 상태임)

8.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9. 박경리, 『토지』

10.마키아벨리, 『군주론』

11.칼 맑스, 『자본』

12.니클라스 루만, 『사회의 사회』

13.세르반테스, 『돈키호테』

14.단테, 『신곡』

15.『시경』

16.『역경』

17.『금강경』

18.『논어』

19.『성경』(외경 포함)

20.노먼 메일러, 『밤의 군대들』

21.미셀 푸코, 『임상의학의 탄생』

22.홉스, 『리바이던』

23.아리스토텔레스, 『시학』

24.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이론』

25.클라우제비츠, 『전쟁론』

26.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27.아담 스미스, 『국부론』

28.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29.제롬 데이빗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30.에릭 홉스본, 『제국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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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카르텔

단상 Vorstelltung 2013. 1. 23. 23:5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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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과 관련해 오늘 오전 직장 근처의 신경과 개인 병원을 방문했다. 노령의 의사는 별다르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내리면서도  내 표정이 걱정스러워 보였는지 종합병원에 있는 자신의 후배 의사에게 바로 당일 오후에 사전 예약없이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의뢰서를 써줬다. 점심도 굶으며 부랴부랴 대학 종합병원에 가서 한참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된 새파란 나이의 후배 의사는 뭐하러 이런 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냐는 식으로 조소하면서도  다른 과의 교수에게 판독을 의뢰하는 다음 진찰 일정을 세웠다. 잘만 하면 멀쩡한 사람 잡는게 병원이라는 직감이 새삼 일어났다.  두 전문의가 보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또다른 진찰 일정을 잡는 행태. 만약 지역에 산재해 있는 서로 다른 전공의 의사들 간에 협력이 이루어 진다면 종합병원에 갈 일은 줄어들 것이다. 모교 사랑 때문인지 지역에 자리잡은 선배 의사가 후배에게 먹이감을 넘겨주고, 후배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병원에 얽맬 수 있는 수단을 간구해 정상인을 환자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기제가 엿보였다. 우리 나라에서 종합 병원이란 환자를 고객으로 모시고 먹이고 재우고 보내기까지하는 토탈 경영 기관이므로. 그러다가 조직만 비대한 종합병원이 토탈 리콜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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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나기

영화 Film 2013. 1. 21. 18: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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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여행을 떠나 혼자 보낼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주말에는 원주를 다녀 왔고, 국내 영화 4편을 봤다. 의외로 책은 안읽혀진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기대 이상의 재미와 작품성이 짙었고, <돈의 맛>은 다소 교훈적인 영화로 보이며, <건축학 개론>은 90년대 학번의 로맨스를 청순하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보여줬고, <구국의 강철대오>는 생각보다 재미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소재가 독특했다. 이렇게 볼거리 풍성한 국내 영화 덕분에 그나마  쓸쓸함이 덜한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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