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 효고의 현청 소재지(2018.08.22)

여행 Reise 2022. 9. 3. 20: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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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인 일본이 경제력 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근래 간혹 보인다. 아마도 최저임금에서 이런 징후가 분명해진 것 같은데, 아베 정권 시기부터 지속된 엔저는 더이상 일본이 국제무대로 치고 나갈 신예의 주력 상품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 틈새를 파고 든 것은 반도체로 무장한 대만과 한국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조선과 자동차에서 볼 수 있듯이 중공업 기반의 완성품 제조 강국이다. 한국의 이러한 전략을 극대화하고 확장시킨 것은 중국이다. 한낱 볼트 류에서 장난감, 핸드폰, 김치 등 모든 수요가 미치는 상품에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밀 기술이 집약된 제조물은 여전히 일본과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 의존해 있다. 건설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광봉이나 케이블 타이 집기와 같은 경량 소모품은 중국산이지만 계측장비와 터미널 압착기와 같은 정밀 제품은 일본과 독일, 미국산이 강세다.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한 노광 원천기술은 독일과 네덜란드에 있다. 베끼고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의 원천성은 오랜 투자와 연구의 산물인데, 속도전으로 이를 따라잡기란 쉽지않다.

요즘은 한풀 꺽이긴 했지만 반도체가 국가의 효도상품이라 반도체 학과 육성에 모든 교육역량을 집중시키라는 윤설열 정부의 교육정책방향은 저러한 속도전의 또 다른 모습이다. 물리, 화학, 심지어 생물학과 같은 기초 학문에 대한 고려없이 일단 최적의 반도체를 찍어내고 보자는 발상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제품설명서 작성과 마케팅에나 적합한 쓸모없는 학문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학문의 기초와 다양성이 상실된 채 획일화된 산업구도에 맞춘 교육정책은 산업정책과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아무리 우리에게는 넘어서야할 나라로 각인될지라도, 그리고 비록 정치적으로는 후진적일지 몰라도 이 국가가 산업과 교육에서 다져놓은 단단한 지반은 후발국가들이 속도전으로 쉽사리 추격하기 힘든 선상에 있다. 아무리 고령화사회라도 일단 국가의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는 토착 인구 1억 2천만명대가 유지되면서 고르게 발전된 일본의 도시들은 수도권에 전인구의 절반이 몰린 한국과는 대비된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리고 속도전으로 일본을 앞지르는 것을 하나 든다면 출산율 하락추세다.  인구소멸에 직면한 이 두 나라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비자청을 설립해 외국인 이민을 확대하는 방안뿐이다.

세계 3위의 산유국이지만 전후 파괴된 건설 인프라의 취약으로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라크에 비하면 한국은 천연자원의 혜택없이 건실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조와 무역으로 산업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순위만을 강조하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허상 너머에 있는 삶의 다양성과 충만감은 수직계열화된 기업구조와 빽빽한 초고층 아파트 숲, 획일화된 입시교육의 장막으로 채워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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