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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11.19 광풍의 주말
  2. 2012.10.10 공산당 비판
  3. 2012.10.03 남해 금산
  4. 2012.09.24 시대불명 운동회

광풍의 주말

단상 Vorstelltung 2012. 11. 19. 20:3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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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11월 말이다. 지난 주말엔 올해 들어 3번째로 필름이 끊기는 취로를 걸었다. 이렇게 한번 기억의 끝장이 날라가 버리면 머리 속의 세밀한 기관에 나사가 빠져버린 듯한 의식이 며칠간 이어진다. 촌사람이 시내에 나갈 때는 귀로를 주의해야 한다.

 

지난주에 이병주의 『지리산』7권을 모두 읽었다. 박경리의 『토지』에 이어 시대적 연속성을 좇아 읽은 것인데, 이야기의 구성이 다소 조잡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 개인의 자적전 요소와 기록적 요소, 실존한 작중 인물들의 가공, 수기의 형태( 6권의 절반과 7권)가 뒤섞여 있다. 권창혁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공격의 이면에는 파르티잔의 최후를 마감한 박태영을 비롯한 당대의 처참한 희생자들에 대한 공분의식이 있다. 남로당에 이용당하고, 결국 이 남로당의 주축인 박헌영, 이승엽 등이 전후 김일성으로부터 숙청을 당하자, 당과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빨치산들은 정처 없는 신세로 몰락, 토벌군에 포위되고 만다. 자신의 선택, 진정한 공산주의자가 되려했던 자신의 헛된 야심에 스스로를 복수하고자 최후의 파르티잔이 될 결심을 한 박태영에게서 역사는 다시 시작될 수는 없었던가?

 

안철수나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으면 새누리와 다를 바 없는 수구꼴통으로 몰아가는 세태 속에서, 또다른 박태영을 찾고자 최인훈의 『광장』을 다시 읽어 볼까 생각중이다.

 

*『지리산』에서는 임철우의 단편 <아버지의 땅>의 모티브가 될 만한 지점을 찾기 힘들다. 남녘의 버려진 빨치산들이 허망한 구원을 찾아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을 넘는 월북의 루트를 이태의 수기에 기반한 6,7권에서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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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비판

책들 Bücher 2012. 10. 10. 14:2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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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

단상 Vorstelltung 2012. 10. 3. 17:5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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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동안 주로 동해에 있었고, 오늘은 일을 나갔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직장후배가 처가집 다녀온 일을 말하길, 예전엔 장모님이 갈비를 해줬는데 이번 명절엔 대접이 예전같지 않아 서운했단다. 아이나 어른이나 이런 점에선 단순하기 짝이 없다.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연휴기간에 이성복의 시집『남해 금산』(1986)을 읽었다. 한 번 봐서는 이해가 안되 두번째 보니 조금 와닿는 감이 있지만서도 여전히 어렵다. 이병주의 『지리산』에서 규가 고등학교 입시준비를 위해 공부하러 들어간 해변마을이 남해의 상주인데, 규는 이 마을을 금산에 올라갔다가 발견한다. 시집의 끝에 시집 이름에 해당하는 시가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과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이 시집을 이해하는 단서가 줄기차게 등장하는 어머니 또는 누이라는 상징어와 함께 '테스'라는 시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대와 고문을 당하는 것으로 상징되는 어머니 또는 누이라는 이름이  '테스'라는 소설속 인물을 통해 구체화될 단서가 있을 것이란 점이다. 테스를 더럽힌 알렉 더버빌 , 이런 테스를 구원하지 못한 에인절 클레어, 이런 폭압적이고 무력한 남성들의 이야기가 역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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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불명 운동회

단상 Vorstelltung 2012. 9. 24. 15: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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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초등학교의 운동회가 지난 토요일에 있었다. 가보니 지역잔치라고 할 만큼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었다. 운동회라는 건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가본 색다른 풍경이다. 9시 넘어 학교에 도착했을 때 유치원생을 포함해 초등 전교생이 운동장에 사열되어 있는 걸 보고 저런 건 도대체 변하지 않는구나 하면서 욕설이 나왔다. 길게 이어지는 내빈들의 인사말, 도대체 언제까지 아이들은 어른들을 위한 사병인가? 병영문화와 위계구조로 구획된 교육공무원들에게 아이들은 변함없는 먹잇감인 셈이다. 아무튼 시작은 실망스러웠지만 운동회 프로그램은 그나마 구태의연함을 벗어났다. 사실 그들이 건드릴 수 있는 건 이런 부분일테니까. 예를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춘 청백 댄스 대항전은 운동장의 흙먼지까지 자욱히 일으킬 정도였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잘도 흔들어 대는 광경은 미디어가 점령한 거실문화의 일면이기도 하다.  감기에 걸려 이리저리 몸이 안좋은 나날이었다. 이병주의 <지리산>에서 병든 하영근이 우렁차게 떡을 목구멍에 쳐 넣는 두 수재 청년에게 세계를 정복하려해도 일단 건강하고 볼 일이이라고 하듯이, 무슨 일을 하려해도 건강하고 볼 일이다.   

 

                                                       밀, <정치경제학> 중 '정지상태에 관하여'(녹색평론 7-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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