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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4.03 망치든 문학
  2. 2010.04.02 『롤리타』에 비춰진 1940년대 미국의 단면
  3. 2010.03.29 나보코프 : 말장난의 귀재
  4. 2010.03.28 색마와 군인

망치든 문학

문학 Literatur 2010. 4. 3. 13:1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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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를 다 읽었다. 역자의 해설까지 보고 한마디로 느낌을 말한다면 이 소설은 '롤리타'라는 실체없는 환영을 향한 퍼즐놀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말미에 있는 나보코프의 후기를 옮긴다.

"『롤리타』속에는 어떤 도덕적 이끌림이란 게 없다. 내게 픽션은 거칠게 말해 미학적 지복을 주는 한 존재한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 예술(호기심, 부드러움, 친절, 황홀함)이 기준이 되는 다른 상태들과 어떻게든, 어디서든 연결된다. 그런 책들은 흔치 않다. 그 나머지는 모두 일회적 쓰레기거나 소위 사상을 담은 문학이다. 그런 것은 거대한 회반죽으로 나오는 화제성 쓰레기들로 누군가가 망치를 들고 ㅣ 나타나 발자크나 고리키, 토마스 만에 금을 낼 때까지 조심스례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

『롤리타』, p.428-429.

"어느 나라나, 사회 계급 또는 저자에 관해 알기 위해서 소설을 읽는 것은 유치한 일이다."

상동, p.431.

『롤리타』는 외설시비로 1955년 파리에서 먼저 출판됐고, 미국에서는 1958년 뉴욕에서 출판됐다. 이 소설의 화자는 험버트이면서 나보코프이며, 험버트가 사살한 험버트의 동행범이자 극작가인 퀼티이기도 하다. 이런 영감은 스탠리 큐브릭에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This, I said to myself, was the end of the ingenious play staged for me by Quilty"

상동,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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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미국 대륙에 산재해 있는 어느 모텔 중 하나의 안내문은 영화 『리빙 라스베가스』에서 절망의 커플이 모텔 주인에게 쫓겨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다시 다음과 같이 안내문이 박힌 자상한 여관들을 전전했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편히 지내기 바랍니다. 도착하는 즉시 모든 장비를 갖추어드리지요. 당신의 운전면허증이 이곳에 기록됩니다. 온수를 아껴 씁시다. 우리에게는 무례한 손님을 경고없이 내보낼 권리가 있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어떤 오물도 버리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다시 들러 주시기를. 관리인. 추신. 우리는 손님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들이라고 믿습니다."

『롤리타』, p.285.

점점 파멸로 치닫는 험버트는 롤리타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권총을 만지작 거린다.

"호두색 체크무늬에 푸른색으로 마무리 칠이 된 총신. 나는 그것을 고 해럴그 헤이즈한테서 물려받았다. 그는 1935년도에 만즐어진 카탈로그와 함께 물려주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장난스러운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집 안이나 차 안에서, 그리고 사람에게 사용하기에 적당함>"

상동,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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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 : 말장난의 귀재

문학 Literatur 2010. 3. 29. 22:3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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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이와 추잡한 관계를 가진 정신이상 성 범죄자가 아니다. 강간을 한 자는 찰리 홈즈다. 나는 그 치유자다-치한(the rapist)과 치유자(therapist)라는 말은 글자로는 큰 차이가 없다...ㅣ...나는 인간의 법(act)이 인간의 성교(act)와 동음이의어라는 사실을 개탄한다. 이렇듯 하나의 단어가 서로 다른 의미를 갖게 한 것은 지퍼를 꼭 잠그고 있는 속물들에 대한 신의 복수이다."
                                                                                                                                       『롤리타』p.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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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마와 군인

문학 Literatur 2010. 3. 28. 12:5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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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민음사, 2008 개정판 25쇄, 권택영 옮김)를 읽고 있다. 아주 유명한 작품으로 회자되기에 골랐는데, 미성년자와의 연애행각을 다루는 내용인줄은 몰랐다. 도덕을 비켜가려는 추동력이 문학의 핵심동력이라면, 문학에는 어느 정도 범죄성도  있을 것이다. 나보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멋ㅣ진 산문체를 얻으려면 언제나 살인자에게 오시오."(p.15-16)  정상과 병리 사이에서 상상적인 줄다리기를 하는 문학은 정상을 조롱하는 악의에 찬 장난이 아닐까?

"배심원이신 신사숙녀 여러분, 어린아이와 성관계가 아니고 그저 가슴이 뛰고 달콤한 신음이 나오는 정도의 육체적 접촉밖에 못한 남자는 무해하고, 무력하고, 수동적이고, 수줍은 이방인들입니다. 그들은 그저 공동체 내에서 실제로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그저 이탈에 불과한 것, 그저 조금 뜨겁고 축축하고 은밀한 탈선을 경찰이나 사회가 호된 질책을 하지 않고 추구할 수 있게만 해준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답니다. 우리는 색마가 아닙니다. 우리는 충실한 군인만큼 강간을 못합니다. 우리는 온건하고 불행하고 개의 눈만큼 양순한 신사들입니다. 어른들이 있으면 욕망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지만, 님펫 하나를 그저 한번 만질 수 있다면 몇 년씩이라도 기다릴 수 있지요. 강조하지만 우린 살인자의 기질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시인은 파리 하ㅣ 나도 죽이지 못하니까요."(p.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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