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관문 : 프랑크푸르트(2019.08.14)

여행 Reise 2022. 8. 27. 21:17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비EU국까지 포함하면 50개 국이나 되는 유럽의 주요 관문은 마인강이 흐르는 독일 서부의 프랑크푸르트이다. '프랑크'라는 지명은 베르됭 조약(843년 8월 11일)이 체결됨으로써 서로마제국의 후예이자 게르만족의 일파인 프랑크왕국이 지금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로 분리되는 유럽 역사의 중요한 국면을 담고 있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물론 일찌기 일본기업들도 기반 거점을 프랑크푸르트에 마련할 정도로 이 도시는 독일을 넘어 유럽의 경제수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역과 금융의 중심지다. 하지만 공항과 중앙역, 일부 조성된 마천루를 제외하고 보면 이 도시의 인상은 그렇게 국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 아니 서울과 비교하면 공항이나 중앙역, 마천루는 오히려 소박해 보인다. 하지만 이 소박함에는 세월의 변화에도 무상하게 자신들의 육중한 전통을 고수하는 장중한 견고함이 서려 있다. 최근 EU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게 잦은 기기변경에 따른 소비자의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고 기기의 재생을 원활히 하도록 자가 수리 키트를 내놓도록 유도한 것은 그러한 전통의 영향이 아닐까?

하지만 정작 이 도시의 국제성은 건물에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드러난다. 유럽변방은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이 도시는 고된 이국생활을 지켜나갈 생활수단을 제공해 준다.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베를린도 국제적인 도시라고는 하지만, 정치-역사적 수도는 이국자들에게 아직은 낯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시민권 이전에 생존권이다.

생존과 관련된 문제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가파르게 일어난다. 1100만 이상의 전쟁난민이 유럽 곳곳으로 피난을 갔으며 독일에서만 60만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수용됐다. 전쟁으로 치솟는 고물가에 에너지 대란, 이번 여름 최악의 가뭄으로 강바닥까지 드러난 상황은 유럽인들의 인내심의 수위가 어디까지 일지 가늠케 한다. 유고 내전에서, 시리아 내전에서, 멀게는 아프리카의 불안전한 정정에서 떠나온 난민들로 유럽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치뤘지만 우크라아나 전쟁은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늪에 유럽을 빠뜨리고 있다. 유럽은 자신의 전쟁을 치루고 있으며 확전에 대비를 하되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은 각자도생이다. 폴란드의 한국산 재래전 무기의 대량 구매는 이런 절박한 사정을 보여준다. 유럽의 분열은 나토의 동진보다 러시아를 흐뭇하게 할 미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