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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3.23 최근의 책
  2. 2011.02.28 환절기 증상
  3. 2011.02.23 칼비노의 무자비한 상상력
  4. 2011.02.05 명절의 독서

최근의 책

책들 Bücher 2011. 3. 23. 18:0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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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와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더니, 9권 중 1권이 연체되어 3일간 대출중지에 걸렸다. 내가 빌린 책은 한 권이고, 나머지는 가족이 빌린 건데, 한 권의 연체 때문에 대출가능한 9권 중 단 한 권도 대출이 안되는게 비합리적이지 않냐고 대출실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살짝 클레임을 걸었다. 건의해 보겠노라는 늘상 그렇고 그런 식의 답변을 받고 집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었다. 몇 주 전에 이 책을 대출해 보다가, 아내에게 추천을 했더니 구입했다. 좀 아껴 보려고 절반쯤 읽다가 반납한 후, 다른 책을 봤다. 그런던 중 칼비노의 『우주 만화』를 읽었는데, 상상의 고공행진에 질겁을 했다. 이에 비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간결하고 시적이다. 제목처럼, 상상 속에 존재하는 도시들을 쿠빌라이 칸에게 술술 읊어대는 마르코 폴로는 현실보다 더 생생한 가상의 도시 얘기를 펼쳐 나간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상상은 응축시키면서 독자 스스로 의미를 한정시키 않고 마음대로 자유롭게 상상을 펼치는 장으로, 도시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도시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풀어볼 수 있게 해 준다. 도시와 도시가 확장되는 와중에 도시와 도시의 중간이 사라져 가는 거대한 도시화에서 인간의 삶은 고래싸움의 새우등처럼 쪼그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던진다. 예전에 나는 한 이웃과 양평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양평이 행정구역상 양평시가 맞는지, 양평군이 맞는지 설왕설래를 한 적이 있다. 지방행정단위의 체계상, 예산의 효율적 집행상, 양평시와 양평군이 별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양평은 모두 도시인가? 아니면 앞으로 모두 시로 흡수되버릴 곳인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마져 다 읽고, 현재는 아내가 이 책과 함께 구입한 페터 한트케의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In einer dunklen Nacht ging ich aus meinem stillen Haus(문학동네, 윤시향 역, 2011, 초판)을 읽고 있다. 한트케(1942~)의 비교적 후기작으로 1997년에 출판된 책인데, 새로운 형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답게 이야기가 무척이나 생소하다. 역시 독일인의 서늘한 정서가 뭍어 있는 구절 하나.

"나[탁스함의 약사] 자신에게 어떤 규율이나 삶의 규범을 부여한다면...지금 곁에 없는 네 가족들이-아주 넓은 의미에서의 가족이지요-어디서든 너 없이도 잘 지내고, 늘 그렇게 먼 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하라. 방해하지 말고!"(28면) 

소설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인근에 있는 국경의 은둔 도시 탁스함의 지리적 독특함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발동을 걸고, 다소 기벽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약사가 시인과 동계 올림픽 챔피언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으로 본 궤도에 오른다. 슬슬 탑승의 재미가 일어난다. 어린 시절에 무언가 탈 것에 오르면 이동중에 재미가 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언제부터 이런 느낌이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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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증상

단상 Vorstelltung 2011. 2. 28. 12:0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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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몇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나타난 증상은 입맛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환절기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몸살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입맛이 안느껴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 어제 일요일 밤엔, 아이가 오후 내내 조른 아이스크림을 사러 슈퍼에 갔다가 오랜만에 과자 한 개를 샀다. 가끔 구미를 당기는 과자를 먹으면 입맛이 돌아올까 싶어서 먹었는데, 조금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때로는 책을 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칼비노의 『우주만화』를 건성으로 읽으며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 보다는,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사러 잠깐 밖에 나갔다 온게 오히려 잠깐의 기분전환이 됐다. 오랜만에 보는 비라서 그런지, 마치 다른 동네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구질구질한 날씨지만, 그런 날씨에 집안에만 있는게 더 구질구질할 수도 있다.

사무실에 김치찌게 냄새가 진동한다. 코는 자극하는데, 아직 맛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는 나름의 고문이다. 음식물로 배를 채울 수 있고 술로 취할 수 있지만 맛을 느낄 수 없는 증상은 금욕의 마비인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엔 두르치기에 소주 한잔을 하면 입맛이 돌아올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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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비노의 무자비한 상상력

문학 Literatur 2011. 2. 23. 15:2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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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1972)을 보다가, 천천히 읽기 위해 잠시 멈췄었다. 그러다가  먼저 나온『우주만화』(1965)를 읽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과학을 소설화시킨 시도로 볼 수 있다. 아무리 과학적 이론에서 출발한다고 하지만, 그 상상이 다소 엉뚱해서 이 소설의 장르가 환타지가 아닐까 할 정도로 상상이 종횡무진이다. 한 줌의 과학 이론으로 거대한 산을 만들었다고 할까. 이런 점 때문에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다가, 일단 잡고 있는데, 달에 관한 부분에서 다시 감탄하고 말았다. 한 때 태양을 도는 행성이었지만, 지구와 가까워 지면서 지구의 위성으로 전락한 달의 신세를 비유하는 장은 한 편의 단편영화로 각색해도 좋을 정도로 그 이미지가 독특하고 선명하다.무미건조한 일상사 속에서 이런 글을 읽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글을 쓴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텍스트 : 이탈로 칼비노, 『우주 만화』Le Cosmicomiche 김운찬 역(열린책들, 2006, 보급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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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독서

책들 Bücher 2011. 2. 5. 20:2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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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상과학 소설류를 읽어 보려고 어제까지 마거릿 애트우드의 『인간 종말 리포트』를 읽었다. 저자가 유전자 조작이나 게임 등 팩트에 대한 방대한 자료조사를 한 노고는 보이지만, 조지 오웰의『1984년』정도의 감흥을 기대했다면 큰 착각이다. 작품이라기 보다는 누더기 리포트. 누군가의 소개로 오늘부터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들었는데,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포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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