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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2.11.19 광풍의 주말
  2. 2012.09.12 박경리 선생께
  3. 2012.09.12 『토지』완독
  4. 2012.09.07 시계태엽오렌지와 토지
  5. 2012.06.21 진리에의 의지

광풍의 주말

단상 Vorstelltung 2012. 11. 19. 20:3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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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11월 말이다. 지난 주말엔 올해 들어 3번째로 필름이 끊기는 취로를 걸었다. 이렇게 한번 기억의 끝장이 날라가 버리면 머리 속의 세밀한 기관에 나사가 빠져버린 듯한 의식이 며칠간 이어진다. 촌사람이 시내에 나갈 때는 귀로를 주의해야 한다.

 

지난주에 이병주의 『지리산』7권을 모두 읽었다. 박경리의 『토지』에 이어 시대적 연속성을 좇아 읽은 것인데, 이야기의 구성이 다소 조잡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 개인의 자적전 요소와 기록적 요소, 실존한 작중 인물들의 가공, 수기의 형태( 6권의 절반과 7권)가 뒤섞여 있다. 권창혁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공격의 이면에는 파르티잔의 최후를 마감한 박태영을 비롯한 당대의 처참한 희생자들에 대한 공분의식이 있다. 남로당에 이용당하고, 결국 이 남로당의 주축인 박헌영, 이승엽 등이 전후 김일성으로부터 숙청을 당하자, 당과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빨치산들은 정처 없는 신세로 몰락, 토벌군에 포위되고 만다. 자신의 선택, 진정한 공산주의자가 되려했던 자신의 헛된 야심에 스스로를 복수하고자 최후의 파르티잔이 될 결심을 한 박태영에게서 역사는 다시 시작될 수는 없었던가?

 

안철수나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으면 새누리와 다를 바 없는 수구꼴통으로 몰아가는 세태 속에서, 또다른 박태영을 찾고자 최인훈의 『광장』을 다시 읽어 볼까 생각중이다.

 

*『지리산』에서는 임철우의 단편 <아버지의 땅>의 모티브가 될 만한 지점을 찾기 힘들다. 남녘의 버려진 빨치산들이 허망한 구원을 찾아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을 넘는 월북의 루트를 이태의 수기에 기반한 6,7권에서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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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께

서술 Beschreibung 2012. 9. 12. 23: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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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작가 생활의 절반을 기울여 탈고하신 님의 소설을 한창의 유행이 지나고, 그리고 피안으로 가신 지 4년이 넘은 이제야 읽고 이런 편지를 씁니다. 독서는 죽은 작가와 살아 남은 독자의 대화라고도 하는데 죽은 작가와 살아 남은 독자 간에 편지를 못 쓸 것도 없겠지요. 그리고 6년 전인가, 개인적으로 님이 거주하고 계셨던 원주의 토지 문학관에서 우연찮게 주말을 보냈지만 미쳐 뵙지 못한 아쉬움에서 이런 형식의 글을 쓰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소설을 다 읽고 우선 드는 생각은, 웬지 소설이 서둘러 종결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이미 이 작품을 쓰실 때 어느 시기까지 나갈지 어느 정도 방향은 정하셨겠지만, 그리고 구한말과 해방 시점 사이의 40여 년의 기간이 소설의 서사적 기간으로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더라도, 3 세대로 연결된 시간이 집단과 개인의 생생한 생활사와 시대의 굴곡 사이에서 유유히 흘러간 모습을 보여주는 대하 소설임에 분명하지만, 해방후 또 다르게  험악해지는 한반도의 살풍경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소설 말미에서 명희의 막대한 기부로 산채에 모인 사내들의 논쟁 중에 그런 조짐이 이미 드러나죠). 시대의 폭정에 가족의 삶이 당신의 대를 이어 유린되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것이 나름의 선이겠으나, 저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이병주의  『지리산』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암울한 이 한반도의 역사를 총체적인 시점이 아닌 특정 인물들의 군락과 특정 공간을 통해 가장 은밀하면서도 구체적인 서사를 통해 구한말에서부터 꿰뚫어 보고 싶은 유혹을 님께서 너무도 강렬히 남기셨기 때문입니다.

 

후반부에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상의의 기숙사 얘기는 상당히 자전적인 기억을 옮긴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소설을 극적으로 이끌어가는 긴장과 해소의 힘은 최치수의 몰락과 음모의 발각 부분에서 고조되고 이후의 얘기들은 이 초반부의 극적 구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딴에는 그 험준한 폭발로 고원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 소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밋밋하게 전개될 소지가 있겠습니다.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하동 평사리 마을 사람들을 통해서 님은 소설의 재미가 아니라 시대에 짓눌린 이 땅의 민초들의 애환과 도전의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겠죠. 그러면서도 전염병과 불의의 사고, 전쟁, 노쇠로 일어나는 세대의 교체를 통해 생의 허망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극랄하고 악독한 처신에 대한 분명한 응징을 담담히 보여 줍니다.

   

이 소설을 탈고하시고 노년을 보내신 원주에는 멀지 않은 시기에 가볼듯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 조준구의 아들 병수를 비롯해 아름다운 영혼들이 살았다는 통영에 내려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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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완독

책들 Bücher 2012. 9. 12. 12:1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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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을 근 6개월에 걸쳐 다 읽었다. 한 달에 3.5 권의 속도로 읽은 셈이다.

 

이 광활한 서사에 관한 서평 내지 감상은 시간을 내서 써봐야 겠다.

 

오전에 외근 다녀오다가 전철 맞은편 자리의 승객이 펼진 신문에서  김기덕의 『피에타』에 관한 글을 발견.

 

중앙일보인 걸로 보아 이런 쓰레기같은 칼럼인줄은 진작 알아봤다.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679/9301679.html

 

큰 상 받았다고 후다닥 달려가 보고 되는데로 씨부리는 천박성이 물씬 풍긴다.

 

마치 틀면 나오는 분수대처럼 너도 데스크가 시키거나 시키기 전에 알아서 맞춘 거 아니겠니? 대충 써 갈겨도 지면 대줘서 좋겠네, 이 썩어빠진 먹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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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오렌지와 토지

책들 Bücher 2012. 9. 7. 11:4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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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코 치료에 들어가는 알렉스에게 교도소 관할 신부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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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의 의지

책들 Bücher 2012. 6. 21. 17: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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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역사에 있어서 가장 정신이 빛났다고 내가 생각한 것은 천주교 교도들의 저 유명한 나가사키의 순교요. 적어도 그것은 진리에 접근하려는 의지였으니까요. 자아, 그러면 일본민족의 민족성이 떠오를 것이요. 창조적 능력이 희박하다...창조의 능력, 창조는 진실에의 접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감상은 그 어떤 것도 창조해낼 수 없고 당신들 가난한 문화를 떠받친 것은 소수의 로맨티스트, 그러나 창조에 있어서 그것도 차원은 낮지요...불교 하나를 들어봅시다. 기라성 같은 고승들, 찬란한 불교문화, 지금도 그 잔해는 해변의 조개 껍질만큼이나 도처에 굴러 있소. 당신네 나라는? 니치렌(日連)? 구카이(空海)?..ㅣ창조적 능력이, 능력이 희박하다 했지요. 그것은 개개인이 약하다, 더 심하게 말하면 인자(因子)가 엉성하다 할 수도 있을 게요. 자연의 원리는 약하면 모이게 되는 거요. 생존의 본능이지요. 저 초원의 얼룩말이나 암벽을 타는 산양을 예를 들 수  있을 게요. 그러나 그 짐승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지혜로 그쳤으나 인간은 모여 힘을 가지면 약육강식의 맹수로 변하지요. 개개인은 양일지라도 전체는 맹수로 변하는 거요. 감상이나 낭만은 쉽게 전체의 합리주의 공리주의로 변신한다, 그것과도 같은 이야기가 될 게요. 고래로 조선인들은 리얼리스트였었다, 나는 긍정하고 믿소. 그것은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요 방법이니까요. 신비, 생명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 그러니까 본시는 신비주의요. 현실적인 민족적 기질 속에서 불교의 진리를 가장 깊이 파고 내려간 연유가 바로 그거지요. 신비와 생명에의 탐구는 어떠한 형식이든 창조요...[조선에] 미신이 횡행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소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신도 하나의 창조이며 창조의 의지라 할 수 있지요. 그것을 긍정한다 하지는 마시오. 나는 지금 조선민족의 저류를 더듬어 보는 것뿐이니까요. 네, 조선민족은 창조적 활성에 넘치는, 그러니까 개개인이 강한 개성을 지닌 민족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소."

 

오가다 지로와 상상속에서 얘기하는, 임명희의 남편 조용하의 동생 조찬하의 독백. 『토지』13권, 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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