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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5.07.13 기타맨
  2. 2015.06.16 다말
  3. 2015.03.24 꿈은 소망의 반영?
  4. 2014.05.25 형제들을 찾아서
  5. 2014.05.19 장자 신분의 상속

기타맨

단상 Vorstelltung 2015. 7. 13. 00:4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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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골에 기타를 아주 잘 치시는 분이 있다. 게리 무어를 완벽히 카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산속에서 장사를 하면서 이런 고도의 재능을 감추고 사는 일이 당사자에겐 어떨까. 거의 1년 여 만에 인사를 하면서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요즘은 이런 분에게 기타를 좀 제대로 배우면서 읽고 싶은 책이나 보며 세월을 낚고 싶다. 거기서 어떤 효용이나 가치를 따질 일은 아니다.  

 

<요셉과 형제들>은 요셉이 형제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대목에 이르렀다. 형제들에게 선하면서도 악한 주인으로 묘사되는 요셉이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을 역시 만은 세세히 추적한다. 이 부분은 문서에서도 짧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서술되어 있지만, 그 세밀함은  페테프레의 아내 무트 엠 에네트와의 염문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아무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시키려는 작가의 힘이 소진되어 가는 점이 문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일까. 

 

파라오의 친구에게 농락을 당하고, 은잔의 도적떼로 몰리는 형제들을 대신해 대표 발언을 하며 자신을 종으로 던지는 유다의 역할이 돋보인다.

 

"우리 막내는 지금까지 평생 죄 없이 살았습니다. 그는 집에만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세상 안에서 죄를 짓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깨끗한 자들 흉내를 낼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는 죄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여행 중에 죄를 짓게 된 막내를 버릴 생각도 없습니다."(6권, 656쪽, 은잔 때문에 형제들을 추적한 요셉의 집사 마이-사흐메에게 유다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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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말

책들 Bücher 2015. 6. 16. 06: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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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요셉과 형제들> 전 6권 중 이제 마지막 권에 접어 들었다. 5권의 대미는 요셉 이야기의 '삽입' 부분인 다말의 이야기로 장식된다. 그러나 만이 지적하듯이, 다말의 이야기, 아니 다말은 스스로 큰 이야기에 자기 자신을 삽입하고자 유다의 세째 아들을 기다리는 인내와 유다를 유혹하는 단호함으로 결국 유다의 감탄처럼 의로운 자가 되었는데, 다말이 들어가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다라면 요셉의 이야기는 강줄기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요셉은 이스라엘 민족을 단련시키기 위한 악역을 맡기 위해 이집트로 버려진 것일 수도 있다. 성서에서 간략히 처리된 부분에 대한 만의 집요한 추적에 오랜만에 이 긴 소설을 읽는 재미가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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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소망의 반영?

책들 Bücher 2015. 3. 24. 08:4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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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구약성서상 요셉의 해몽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은, 토마스 만이 <요셉과 그 형제들> 중 5권 <이집트에서의 요셉> 편에서 섬으로 유배된 요셉이 파라오 시해의 혐의로 왕정에서 쫓겨난 두 시중의 꿈을 해석하는 장면에서 꿈은 해석이 아니라 소망이라고 밝히는 대목이다. 파라오에게 포도주를  제공하는 시중의 꿈은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하는 것으로 희망에 차 있는 반면, 파라오에게 빵을 제공하는 시중의 꿈은 자신의 바구니에 담겨 있는 빵과 과자가 새들에게 뜯기는 것으로 절망적 최후를 예고하고 있다. 즉 두 사람의 심리상태 혹은 소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영민한 요셉이 간파한 것이다. 페테프레의 안주인 무트의 주체못한 열애에 휘말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주인을 배반하지 않은 공적으로 교도소장에게 신임을 얻은 요셉이 다시 구덩이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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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을 찾아서

책들 Bücher 2014. 5. 25. 19:0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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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중 케토넷 베일 옷 사건 이후 세겜의 골짜기로 돌아간 형제들을 찾아간 요셉이 길에서 방황하다 한 나그네을 만나는 대목이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기 위해 성경을 펼쳤는데,  카인의 사건 이후 부터의 창세기 편을 읽었다. 다소 놀라운 점은, 야곱의 아들이자 라반의 속임수로 그의 첫부인이 된 레아의 소생, 그리고 창녀로 가장한 며느리 다말과 관계를 맺은 유다의 후손이 다윗에서 예수에 이르는 믿음의 조상의 정통 족보라는 점과, 오히려 요셉은 이 믿음의 족보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즉 요셉은 당대 히브리 출신의 걸출한 인물이지만  이집트의 역사로 함몰되고 마는 유성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모세나 아브라함처럼 중요한 인물로 그려지는 요셉이라는 인물이 성경의 전체구도에서 그 발랄한 재능으로 한낱 반짝이다 사라지는 역할 밖에 없다는 암시는 아무래도 생소한 것이다. 구약의 신은 인간의 재능 보다는 그의 간절한 열망에 응답하는 방식을 취한다. 야곱으로부터 외면당하지만 후손을 열망하는 레아가 그렇고, 죽은 남편에 이어 후손을 잇기 위한 자신과의 동침을 거부하는 형제들 대신 시아버지라도 끌어들이려고  창녀로 가장하는 다말도 그렇다. 한편, 성경의 이 대목에서 요셉을 형제들이 있는 도단으로  인도하는 나그네에 대해 토마스 만은 상세히 기술한다. 성경에는 단지 나그네가 요셉을 인도해 줬다는 한 줄의 내용이지만, 여기에 어떤 숨은 의미가 있다고 토마스 만은 본다. 이 나그네의 존재가 요셉을 말라버린 우물, 암흑의 구덩이 스올로 인도하는 길잡이였기에 빼놓을 수 없지만 그냥 간단히 '나그네의 인도'로 처리되고 만 점을 토마스 만은 세심히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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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신분의 상속

문학 Literatur 2014. 5. 19. 14:0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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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과 그 형제들>의 요셉 편은 청년으로 성장한 헤브론의 요셉과 시겜에서 온 장성한 그의 형제들 간의 불화가 장자 지위의 상속을 놓고 고조되어 가는 부문으로 진입한다.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성경에는 간략히 처리된 이 갈등양상을 토마스 만은 심리학적 상상력으로 채워 간다. 특히 장자 신분 상속의 상징물로 언급된 라헬의 케토넷 베일 옷을 놓고, 이를 장차 요셉에게 주고자 하지만 형제들간의 다툼이 예상되어 주저하는 야곱과 이 베일 옷을 당장 받고자 화려한 화술로 야곱을 공략하는 요셉의 대화는 결국 야곱의 "가지려무나, 가지려무나"라는 말로 귀결된다.  야곱은 아버지를 염소 가죽으로 속이고, 그 아들은 일부러 장기에 지면서 아버지를 화려한 수사로 넘어뜨리는 대목이다. 토마스 만은 요셉의 순수하면서도 순진무구하게 교활한 면을 드러내 보인다. 사실상, 성경의 이야기만 쫓아서는 일개 목동인 요셉이 어떻게 거대 제국의 총리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역사의 암흑을 문학적으로 복원하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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