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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Reise'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8.06.04 초여름 산행
  2. 2018.03.18 파주 적성의 칠중성
  3. 2018.02.26 전후의 유산 : 창포원
  4. 2018.02.12 남한강 3
  5. 2016.06.20 월악산에서 대학로까지

초여름 산행

여행 Reise 2018. 6. 4. 09: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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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다니던 약수터 산길을 넘어서 어제는 5시간의 산행을 했다. 오전과 점심에 걸쳐 안성까지 동료 직원의 조모상에 다녀온지라 오후에 약수터를 벗어나 한창 산에 오를 때는 졸음기 때문에도 힘들었지만 30도를 오르는 고온에 물과 간식물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산을 타는 것이 고욕이었다. 산에 어둠이 닥치기 전에 산 정상 너머에 있는 천년 고찰에 가고자 속도를 내는 것도 잠시 뿐, 얼마 가지 않아서 산길 바닥에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숨을 헐떡거렸다. 나를 추월해 가던 두 팀 외엔 산에 인적도 드문 편이어서, 작렬하던 해가 흐물거리는 산 정상에는 나와 까마귀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절에 도착하니 나를 추월했던 팀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접하면서 사람의 기운이라는 것이 이리도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어려운 산행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몰려 왔다.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망상에 사로잡히고 싶은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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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적성의 칠중성

여행 Reise 2018. 3. 18. 15: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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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서 관련 글을  보고 꼭 한번 가보자 했던 바램을 지난 주말에야 비로소 실행했다. 외곽순환도로로 의정부 호원 IC에서 빠져서 국도로 양주를 거쳐 파주 동쪽의 적성으로 진입하는데, 여기서부터 산악이 험난해 진다. 칠중성은  평양과 개성을 거쳐  양주와 의정부로 이어지는 관서 지방 길목의 요충지에 있는 산성으로서, 산은 크지 않지만 개활지와 산악지형이 혼재된 지형에서 최적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요지라서 삼국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중요한 군사요새로 활용되었다. 칠중성은 영국군을 주력으로 한  연합군이 그 10 배의 규모에 달하는 중공군 3만의 춘계공세를 3일간 저지시켰던 감악산 일대의 주요 전장 중 하나였다. 북쪽에서 칠중성을 볼 수 있는 지점과 감악산 일대의 유적지도 둘러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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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의 유산 : 창포원

여행 Reise 2018. 2. 26. 14:1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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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다니던 도봉구 지역에 이런 군사시설이 있었다는 것을 지난 주말에야 알게 됐다. 이름도 무슨 정원을 연상시켜서 이곳에 군사시설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도상으로 보면, 의정부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은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있는 드넓은 평지를 관통해야 하는데 한국전쟁 후 여기에 대전차 방호 진지를 군인아파트로 위장해 직렬로 건설했었던 것이고, 지하의 벙커와 차단물은 남겨 둔채 아파트는 철거되고 공원으로 탈바꿈되었다. 왕조나 전쟁의 잔해가 공유지가 되어 시민의 품으로 넘어오는 것을 보면, 이것도 역사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이런 것도 민영화시키자고 할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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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여행 Reise 2018. 2. 12. 14:3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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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제 2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양평 방향을 향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북여주IC에서 빠져 나와야 할 것을 그 전의 대신IC에서 나오고 말았다. 밤길에 자신이 없으면 내비를 켜야 하는데 일요일 늦은 밤이라 휑하니 뚫린 고속도로에 방심을 한 것이다. 다시 고속도로를 진입하려다 단념하고 국도로 내리 북쪽의 양평 방향으로 달리는데 옆에 남한강이 흐르고 있었다. 분명 이 강을 건너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익숙한 6번 국도에 연결될 때 까지 강을 건너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오늘 다녀온 길을 복기해 보니 내가 착각한 것이다. 북여주IC까지 가야 도강을 하게 되고, 이렇게 도강을 하면 다시 한번 도강을 해야 하는데, 대신IC에서 나온 바램에 강을 건널 필요가 없던 것이다.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강도 착각을 일으킨 셈이고. 조명을 받아 괴기스럽게 비쳐지는 이포보의 형상이 평창의 불빛과 대조를 이뤘다. 사대강 사업으로 파헤쳐 지긴 했지만, 낮에 지나 간다면 아직 운치있는 강변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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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에서 대학로까지

여행 Reise 2016. 6. 20. 05: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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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충주와 제천 사이 월악산 자락의 농가에 갔다가 다음날 약속한 공연을 보기 위해 혜화동에 갔다. 초저녁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가까스로 7시 30분을 넘겨 도착한 충주 터미널에서 월악산 줄기로 가는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이 시골버스에 탄 승객 대부분은 고등학생인데 하루에 버스가 단 세 번 들어가는 중원의 오지에서 충주까지 통학을 할 수는 없는터라 이렇게 금요일에나 집에 갈 수 있는 사정이다. 충주호를 지나 어두워져가는 산악도로에서 옆에 앉은 고등학생은 하염없이 창밖의 비경을 바라본다. 카잔차스키는 <모레아 기행>에서 시골아이들을 예찬한다. 욕망을 마음껏 발산할 수 없는 자연의 경계에서 그들은 기다림을 통해 내적 충만감을 채워가며 이것은 예술적 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를 내리고 20분간 비탈길을 올라 도착한 농가의 아이는 초등시절을 훌쩍 뛰어넘어 고등학생이 되어 있다. 이런 산골에만 있다가 역시 충주로 나가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충주는 거대한 도심이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술과 피곤에 곯아 떨어지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충주시내로 갔다. 반기문의 옛 거처를 조성중인 자유시장에서 친구와 칼국수를 먹고 좌석 매진으로 1시간을 기다리다 탄 버스에 타자마자 다시 잠들고 난 후 점심에 도착해 대학로에 갔다. 장애인미디어아트센터의 연극을 이번에는 가겠다는 약속과 피곤한 심신이 갈등을 일으켰지만 1시간 반 가량의 상행 버스가 달콤한 휴식을 줬다. "줄탁동시"라는 제목의 공연을 보면서 뇌병변장애인의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 답답함은 있었지만 그들의 소망이 단지 구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점에서 행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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