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을 찾아서

책들 Bücher 2014. 5. 25. 19:0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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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중 케토넷 베일 옷 사건 이후 세겜의 골짜기로 돌아간 형제들을 찾아간 요셉이 길에서 방황하다 한 나그네을 만나는 대목이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기 위해 성경을 펼쳤는데,  카인의 사건 이후 부터의 창세기 편을 읽었다. 다소 놀라운 점은, 야곱의 아들이자 라반의 속임수로 그의 첫부인이 된 레아의 소생, 그리고 창녀로 가장한 며느리 다말과 관계를 맺은 유다의 후손이 다윗에서 예수에 이르는 믿음의 조상의 정통 족보라는 점과, 오히려 요셉은 이 믿음의 족보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즉 요셉은 당대 히브리 출신의 걸출한 인물이지만  이집트의 역사로 함몰되고 마는 유성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모세나 아브라함처럼 중요한 인물로 그려지는 요셉이라는 인물이 성경의 전체구도에서 그 발랄한 재능으로 한낱 반짝이다 사라지는 역할 밖에 없다는 암시는 아무래도 생소한 것이다. 구약의 신은 인간의 재능 보다는 그의 간절한 열망에 응답하는 방식을 취한다. 야곱으로부터 외면당하지만 후손을 열망하는 레아가 그렇고, 죽은 남편에 이어 후손을 잇기 위한 자신과의 동침을 거부하는 형제들 대신 시아버지라도 끌어들이려고  창녀로 가장하는 다말도 그렇다. 한편, 성경의 이 대목에서 요셉을 형제들이 있는 도단으로  인도하는 나그네에 대해 토마스 만은 상세히 기술한다. 성경에는 단지 나그네가 요셉을 인도해 줬다는 한 줄의 내용이지만, 여기에 어떤 숨은 의미가 있다고 토마스 만은 본다. 이 나그네의 존재가 요셉을 말라버린 우물, 암흑의 구덩이 스올로 인도하는 길잡이였기에 빼놓을 수 없지만 그냥 간단히 '나그네의 인도'로 처리되고 만 점을 토마스 만은 세심히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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