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의 의지

책들 Bücher 2012. 6. 21. 17: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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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역사에 있어서 가장 정신이 빛났다고 내가 생각한 것은 천주교 교도들의 저 유명한 나가사키의 순교요. 적어도 그것은 진리에 접근하려는 의지였으니까요. 자아, 그러면 일본민족의 민족성이 떠오를 것이요. 창조적 능력이 희박하다...창조의 능력, 창조는 진실에의 접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감상은 그 어떤 것도 창조해낼 수 없고 당신들 가난한 문화를 떠받친 것은 소수의 로맨티스트, 그러나 창조에 있어서 그것도 차원은 낮지요...불교 하나를 들어봅시다. 기라성 같은 고승들, 찬란한 불교문화, 지금도 그 잔해는 해변의 조개 껍질만큼이나 도처에 굴러 있소. 당신네 나라는? 니치렌(日連)? 구카이(空海)?..ㅣ창조적 능력이, 능력이 희박하다 했지요. 그것은 개개인이 약하다, 더 심하게 말하면 인자(因子)가 엉성하다 할 수도 있을 게요. 자연의 원리는 약하면 모이게 되는 거요. 생존의 본능이지요. 저 초원의 얼룩말이나 암벽을 타는 산양을 예를 들 수  있을 게요. 그러나 그 짐승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지혜로 그쳤으나 인간은 모여 힘을 가지면 약육강식의 맹수로 변하지요. 개개인은 양일지라도 전체는 맹수로 변하는 거요. 감상이나 낭만은 쉽게 전체의 합리주의 공리주의로 변신한다, 그것과도 같은 이야기가 될 게요. 고래로 조선인들은 리얼리스트였었다, 나는 긍정하고 믿소. 그것은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요 방법이니까요. 신비, 생명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 그러니까 본시는 신비주의요. 현실적인 민족적 기질 속에서 불교의 진리를 가장 깊이 파고 내려간 연유가 바로 그거지요. 신비와 생명에의 탐구는 어떠한 형식이든 창조요...[조선에] 미신이 횡행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소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신도 하나의 창조이며 창조의 의지라 할 수 있지요. 그것을 긍정한다 하지는 마시오. 나는 지금 조선민족의 저류를 더듬어 보는 것뿐이니까요. 네, 조선민족은 창조적 활성에 넘치는, 그러니까 개개인이 강한 개성을 지닌 민족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소."

 

오가다 지로와 상상속에서 얘기하는, 임명희의 남편 조용하의 동생 조찬하의 독백. 『토지』13권, 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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