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마와 군인

문학 Literatur 2010. 3. 28. 12:5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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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민음사, 2008 개정판 25쇄, 권택영 옮김)를 읽고 있다. 아주 유명한 작품으로 회자되기에 골랐는데, 미성년자와의 연애행각을 다루는 내용인줄은 몰랐다. 도덕을 비켜가려는 추동력이 문학의 핵심동력이라면, 문학에는 어느 정도 범죄성도  있을 것이다. 나보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멋ㅣ진 산문체를 얻으려면 언제나 살인자에게 오시오."(p.15-16)  정상과 병리 사이에서 상상적인 줄다리기를 하는 문학은 정상을 조롱하는 악의에 찬 장난이 아닐까?

"배심원이신 신사숙녀 여러분, 어린아이와 성관계가 아니고 그저 가슴이 뛰고 달콤한 신음이 나오는 정도의 육체적 접촉밖에 못한 남자는 무해하고, 무력하고, 수동적이고, 수줍은 이방인들입니다. 그들은 그저 공동체 내에서 실제로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그저 이탈에 불과한 것, 그저 조금 뜨겁고 축축하고 은밀한 탈선을 경찰이나 사회가 호된 질책을 하지 않고 추구할 수 있게만 해준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답니다. 우리는 색마가 아닙니다. 우리는 충실한 군인만큼 강간을 못합니다. 우리는 온건하고 불행하고 개의 눈만큼 양순한 신사들입니다. 어른들이 있으면 욕망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지만, 님펫 하나를 그저 한번 만질 수 있다면 몇 년씩이라도 기다릴 수 있지요. 강조하지만 우린 살인자의 기질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시인은 파리 하ㅣ 나도 죽이지 못하니까요."(p.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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