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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Bücher 2011. 3. 23. 18:0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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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와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더니, 9권 중 1권이 연체되어 3일간 대출중지에 걸렸다. 내가 빌린 책은 한 권이고, 나머지는 가족이 빌린 건데, 한 권의 연체 때문에 대출가능한 9권 중 단 한 권도 대출이 안되는게 비합리적이지 않냐고 대출실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살짝 클레임을 걸었다. 건의해 보겠노라는 늘상 그렇고 그런 식의 답변을 받고 집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었다. 몇 주 전에 이 책을 대출해 보다가, 아내에게 추천을 했더니 구입했다. 좀 아껴 보려고 절반쯤 읽다가 반납한 후, 다른 책을 봤다. 그런던 중 칼비노의 『우주 만화』를 읽었는데, 상상의 고공행진에 질겁을 했다. 이에 비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간결하고 시적이다. 제목처럼, 상상 속에 존재하는 도시들을 쿠빌라이 칸에게 술술 읊어대는 마르코 폴로는 현실보다 더 생생한 가상의 도시 얘기를 펼쳐 나간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상상은 응축시키면서 독자 스스로 의미를 한정시키 않고 마음대로 자유롭게 상상을 펼치는 장으로, 도시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도시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풀어볼 수 있게 해 준다. 도시와 도시가 확장되는 와중에 도시와 도시의 중간이 사라져 가는 거대한 도시화에서 인간의 삶은 고래싸움의 새우등처럼 쪼그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던진다. 예전에 나는 한 이웃과 양평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양평이 행정구역상 양평시가 맞는지, 양평군이 맞는지 설왕설래를 한 적이 있다. 지방행정단위의 체계상, 예산의 효율적 집행상, 양평시와 양평군이 별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양평은 모두 도시인가? 아니면 앞으로 모두 시로 흡수되버릴 곳인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마져 다 읽고, 현재는 아내가 이 책과 함께 구입한 페터 한트케의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In einer dunklen Nacht ging ich aus meinem stillen Haus(문학동네, 윤시향 역, 2011, 초판)을 읽고 있다. 한트케(1942~)의 비교적 후기작으로 1997년에 출판된 책인데, 새로운 형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답게 이야기가 무척이나 생소하다. 역시 독일인의 서늘한 정서가 뭍어 있는 구절 하나.

"나[탁스함의 약사] 자신에게 어떤 규율이나 삶의 규범을 부여한다면...지금 곁에 없는 네 가족들이-아주 넓은 의미에서의 가족이지요-어디서든 너 없이도 잘 지내고, 늘 그렇게 먼 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하라. 방해하지 말고!"(28면) 

소설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인근에 있는 국경의 은둔 도시 탁스함의 지리적 독특함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발동을 걸고, 다소 기벽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약사가 시인과 동계 올림픽 챔피언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으로 본 궤도에 오른다. 슬슬 탑승의 재미가 일어난다. 어린 시절에 무언가 탈 것에 오르면 이동중에 재미가 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언제부터 이런 느낌이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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