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증상

단상 Vorstelltung 2011. 2. 28. 12:0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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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몇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나타난 증상은 입맛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환절기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몸살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입맛이 안느껴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 어제 일요일 밤엔, 아이가 오후 내내 조른 아이스크림을 사러 슈퍼에 갔다가 오랜만에 과자 한 개를 샀다. 가끔 구미를 당기는 과자를 먹으면 입맛이 돌아올까 싶어서 먹었는데, 조금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때로는 책을 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칼비노의 『우주만화』를 건성으로 읽으며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 보다는,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사러 잠깐 밖에 나갔다 온게 오히려 잠깐의 기분전환이 됐다. 오랜만에 보는 비라서 그런지, 마치 다른 동네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구질구질한 날씨지만, 그런 날씨에 집안에만 있는게 더 구질구질할 수도 있다.

사무실에 김치찌게 냄새가 진동한다. 코는 자극하는데, 아직 맛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는 나름의 고문이다. 음식물로 배를 채울 수 있고 술로 취할 수 있지만 맛을 느낄 수 없는 증상은 금욕의 마비인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엔 두르치기에 소주 한잔을 하면 입맛이 돌아올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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