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의도했던 대로, 이웃의 주말 농장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지 않고 온전하고 무료한 정신을 유지했다면 정말 『소피의 선택』에 관해, 맥그로힐에서 썩어가던 스팅고가 말한 매튜 아놀드의 충고대로, 활자화되는 언어에 대한 정확성과 진실성을 가해서 서평을 쓰고 싶었다. 그만큼 스팅고의, 스타이런의 화법에 녹아든 2주 였던것 같다. 역자의 해설이 불충분한데, 이 소설의 가치에 대해서 알려면 스타이런에 대해 좀 더 읽어봐야 겠다.
오늘, 의도했던 대로, 이웃의 주말 농장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지 않고 온전하고 무료한 정신을 유지했다면 정말 『소피의 선택』에 관해, 맥그로힐에서 썩어가던 스팅고가 말한 매튜 아놀드의 충고대로, 활자화되는 언어에 대한 정확성과 진실성을 가해서 서평을 쓰고 싶었다. 그만큼 스팅고의, 스타이런의 화법에 녹아든 2주 였던것 같다. 역자의 해설이 불충분한데, 이 소설의 가치에 대해서 알려면 스타이런에 대해 좀 더 읽어봐야 겠다.
비르케나우 수용소에 수감된 반다가 수용소 사령관 헤스의 관사로 가게된 소피에게 첩자역할을 요구하며 하는 말 중에서.
"소피, 당신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에게 알려 줘야 해. 아주 중요한 일이야. 경비병들의 교대 시간, 정책의 변화, 친위대 고위 장교들의 이동 상황 등 어떤 것이라도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정보가 될 거야. 수용소의 운영에 관한 어떤 내용이라도 좋아. 그놈들의 더러운 선전 선동에 관한 어떤 소식이라도 좋아. 이 지옥에서 우리에게 남은 거라고는 사기밖에 없어."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소피의 선택』2 Sophie's Choice(1979) 한정아 역(민음사, 2008, 1판 1쇄), 254면.
또다시 '텡페트'에 걸려 광기어린 결별을 소피에게 선언했던 네이선이 또다시 소피와 스팅고에 돌아온 후, 네이선에 대해 보이는 스팅고의 반응. 그러나 이후 스팅고는 네이선 랜다우의 형 래리 랜다우로부터 네이선의 과거와 증세를 듣게 된다.
"내 반응이 지나치게 감상적이기는 했지만, 그의 악마적인 측면은-때때로 그를 사로잡아 버리는 하이드 씨의 성격은-그의 낯선 천재성에 필수적이고 흥미로운 부분으로 보였다."
상동, 302면.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소피의 선택』1 Sophie's Choice(1979) 한정아 역(민음사, 2008, 1판 1쇄), 419-420면.
"국가사회주의가 발전하면서 나치에게 남아 있던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신앙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루벤스타인이 지적하는 것처럼 나치는 인간 생명에 관해 남이 있던 인도적인 감정을ㅣ 완전히 제거해 버린 최초의 노예 소유자들이었고, "인간을 자신들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는 기계로, 심지어 무덤을 파고 들어가 누워 총알을 맞으라는 명령을 받는다고 해도 그대로 복종하는 기계로 바꾸어 버린"사람들이었다."
상동, 420-421.
"루벤스타인은 이렇게 결론은 내리고 있다. "강제 수용소는 대량 학살자으로서의 역할만을 했을 때 인간의 미래에 끼쳤을 위험보다 훨씬 더 크고 영속적인 위협이 되었다. 대량 학살을 위한 수용소는 시체만을 만들어 내겠지만, 완전한 지배의 사회는 살이 있지만 죽은 자들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
상동, 422면.
"[5개월만에 맥그로힐 출판사를 퇴사하는 부편집자 스팅고에게 전 상관이자 편집자이던 파렐이 하는 말] 여기에 오 년만 있으면 회사의 충실한 하인이 되지. 십 년쯤 되면 화석이 되는 거야. 삼십 대에 벌써 돌처럼 굳어져 버려 아 ㅣ 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된단 말야. 자네가 그만큼 있으면 틀림없이 맥그로힐이 그렇게 만들고 만다고."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소피의 선택』1 Sophie's Choice(1979) 한정아 역(민음사, 2008, 1판 1쇄), 43-44면.
[파렐이 2차 대전에 해병으로 참전해 오키나와에서 숨진 아들 얘기를, 역시 동일한 전선에서 있었던 스팅고에게 들려주며 인용한 시]
"인간이 존중하는 모든 것은
한순간이나 하루를 견뎌 낸다......
전령의 외침과 군인의 발걸음이
그의 영광과 힘을 소진시킨다.
밤을 밝히는 불빛은 모두
인간의 붉은 심장이 밝힌 것이다.
(예이츠의 시집 『탑』에 수록된 시의 일부-옮긴이)
그러더니 그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자네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글에 담아 봐."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복도를 걸어가, 내 삶에서 영원히 퇴장해 버렸다."
상동, 50-51.
또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번역. 원문을 안봐서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이제까지 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번역서 중에서 도정일의 『동물동장』과 더불어 가장 매끈하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보인다.
이사벨의 래리에 대한 사랑이 열정없는 그것이었음을 작가가 지적하는 대목. 이런 점에서는 래리도 마찬가지였다.
"열정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파스칼은, 가슴은 이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건 열정이 가슴을 사로잡으면 가슴은 사랑을 위해 세상을 잃어도 좋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그럴듯한, 심지어는 결정적인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야. 그래서 명예를 희생시켜도 좋고 치욕도 그리 큰 대가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지. 열정은 파괴적인 거야.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파넬과 키티 오셰이도 결국 ㅣ 열정 때문에 파멸로 치닫고 말았잖아. 그리고 열정은 무언가를 파괴하지 않으면 소멸해 버려. 그러고 나면 수년 동안 인생을 허비했다는 걸 깨닫고 비참한 기분이 들겠지.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하면서 무서운 질투의 고통을 견뎌 내고 그 모든 쓰디쓴 치욕을 삼켜야 하는 순간이 올 테니까. 자신이 가진 애정을 전부 가난한 매춘부에게 소진했음을,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에게 자신의 꿈을 모두 걸었음을, 껌 한 쪽만도 못한 상대에게 영혼을 전부 쏟아부었음을 깨닫는 비참한 순간이 찾아오는 거지."
서머셋 몸, 『면도날』The Razor's Edge(1944) 안진환 역(민음사, 2010, 1판2쇄), 280-281.
모처럼의 휴일, 지역의 자그마한 어린이날 행사장에서 아이들과 적당히 놀고 집에서 적당히 쉬었다. 이청준의 『축제』를 읽으며 이걸 다른 언어로 번역된 걸 읽으면 어떨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청준 식의 특유 문형에 전라도의 사투리들. 결국 번역문은 어느 정도 문체의 느낌상으로나 의미상 손실을 감안하고 읽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