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트브에서 1977년도 있었던 박정희와 일본 언론인과의 대담영상을 봤다. 아마도 당시 국내의 방송에선 시도할 수 없었던 대담형식으로 보일 정도로 일본 기자의 질의는 교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방식으로 대통령을 몰아 세웠다. 첫번째 질문은 당시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북한에 대한 것이었다. 시종일관 비굴하다싶을 정도로 웃음기를 띤 기자의 이 질문을 받으면서 박정희는 편안한 표정으로 이 황당한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이동에 관해 논평했지만,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질문에선 그의 표정이 굳어졌고 답변도 의례적이었다. 그것은 유신체제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출방식에 관한 것과 김대중에 대한 것이었다. 박정희는 마치 일본기자가 걸어놓은 덫에 걸린 것으로 보였다. 기자는 이런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했던 것이 아닐까?
'너는 북한의 부자권력승계를 비판하겠지만 헌법을 뜯어고쳐 종신집권을 시행하는 것도 모잘라, 이런 독재에 방해가 되는 정적을 너가 좋아하는 이웃나라에서 처리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서 감옥에 보내지 않았어?'
아마도 박정희는 그날 밤 이 기자를 안주삼아 측근들과 술잔을 돌렸을 것이다. 물 웅덩이에 고인 달빛을 보며 윤은 이런 권력가의 로망에 심취했던 것인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어차피 가는 인생인데 한방 폼나게 살아봐야 하지 않냐고? 서울법대를 나와 9수 끝에 사시를 통과하고 검찰 특수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대통령 그리고 계엄령으로 할 건 다했다. 총에 맞아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이제 살아온 날들 보다 참회의 날들이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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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19:55 독재 권력자의 인터뷰 :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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