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카르텔

단상 Vorstelltung 2013. 1. 23. 23:5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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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과 관련해 오늘 오전 직장 근처의 신경과 개인 병원을 방문했다. 노령의 의사는 별다르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내리면서도  내 표정이 걱정스러워 보였는지 종합병원에 있는 자신의 후배 의사에게 바로 당일 오후에 사전 예약없이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의뢰서를 써줬다. 점심도 굶으며 부랴부랴 대학 종합병원에 가서 한참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된 새파란 나이의 후배 의사는 뭐하러 이런 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냐는 식으로 조소하면서도  다른 과의 교수에게 판독을 의뢰하는 다음 진찰 일정을 세웠다. 잘만 하면 멀쩡한 사람 잡는게 병원이라는 직감이 새삼 일어났다.  두 전문의가 보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또다른 진찰 일정을 잡는 행태. 만약 지역에 산재해 있는 서로 다른 전공의 의사들 간에 협력이 이루어 진다면 종합병원에 갈 일은 줄어들 것이다. 모교 사랑 때문인지 지역에 자리잡은 선배 의사가 후배에게 먹이감을 넘겨주고, 후배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병원에 얽맬 수 있는 수단을 간구해 정상인을 환자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기제가 엿보였다. 우리 나라에서 종합 병원이란 환자를 고객으로 모시고 먹이고 재우고 보내기까지하는 토탈 경영 기관이므로. 그러다가 조직만 비대한 종합병원이 토탈 리콜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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