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대선 전

창작 Produktion 2013. 2. 1. 23: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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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되어버린 강

 

구일섭

 

강화도 최북단 너머

두 개의 강이 바다가 되어 흐르고 있다

널찍한 연백평야가 펼쳐져 있는

매서운 겨울의 들판에는 인적이 없고

들판을 둘러싼 산야에는 나무가 없다

 

송악산이 보이고 개성으로 가는 길도 보이건만

그 옛날 활발한 물자의 교통로였다는 강물은

속으로 깊이 깊이 얼어 있다

 

강의 차안에서 부르면

강의 피안에서 응답이 올 수 있으련만

차안과 피안은 연옥과 지옥의 거리만큼 멀다

 

음산한 독재자를 수행해 강 저편을 바라보며

피부색이 다른 동족을 섬멸하려는 조소로 새겨진

봉우리의 이름 뒤로

악귀의 면상을 띤 전차가 피를 갈구한다

 

간조가 되면 헤엄 쳐서 오갈 수도 있던 양안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해가 반세기 넘게 흐르고 있다

강을 삼켜버린 바다의 거친 맥박이

양안 가득

소리 없이 울린다

 

                         이른바 '제적봉'에서 바라 본 북조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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