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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책이 결국 목숨을 내놓은 격렬한 쟁투로 피어오르는 화염의 현장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용산참사의 현장에서 멍든 가슴에 충격을 받은 노년의 작가가 절규하고 있다. 군사독재의 산업화시기에 빼앗길 대로 빼앗겨 숨 쉴 지느러미와 퀭한 눈망울만 가진 채 가시밖에 없는 몸뚱아리로 연명하다 절명한 이들의 비참함이 한 세대를 건너 뛰어 다시 전해지고 있다. 비참함은 세대를 넘었지만 굴뚝 위에 올라가 목숨을 던지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 세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 오고 있다. 그 작은 공은 난장이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이상이었다. 이런 소망을 담은 공은 대기권을 벗어나기는커녕 쏘아 올리자마자 난장이와 함께 굴뚝 속으로 수직 낙하할 운명을 타고난 것인가? 그래서 한줌의 재만 남기고 뭉클한 연기로만 지상을 벗어나는 것인가? 굴뚝의 공이 그렇게도 쏘아올리기 힘든 공인가?  왜 소박한 이상들은 도대체 현실능력이 마비된 공상으로 치부되는가? 왜 소박한 꿈을 꾸는 이들은 외계인으로 몰리는가? 이것은 한 사회의 물적이고 지적인 수준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양심을 드러낸다. 세대를 넘어 공명될 수 밖에 없는 이 책의 불편함이 미래의 어느 시절 미개한 시기에 관한 르뽀로 전락할 날을 만들기 위해 투사(投射)는 계속 되야 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의 고통을 알아 주고 그 고통을 함께 져 줄 사람이었다. (70)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은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85)


독일 하스트로 호수 근처에 있다는 릴리푸트 읍 이야기...독자적인 마을을 열망한 작은 힘들이 난장이 마을을 세웠다.(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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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유혹

서술 Beschreibung 2009. 2. 7. 00: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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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 이후, 2차 대전이 반발하기 전까지 유럽은 현대적 독재권력의 발원지였다. 레닌이 쓰러진 후, 러시아는 스탈린과 트로츠키, 부하린의 삼자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었지만 스탈린의 계략으로 두 사람은 차례로 숙청당한 후 스탈린은 20세기 독재 권력의 서막을 올렸다. 사회주의자였던 뭇솔리니는 여전히 분열되 있던 이탈리아의 좌우파를 통합해 파시즘의 길을 였었으며, 전후 피폐한 독일의 허구적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히틀러는 반유대주의의 기치를 걸고 뭇솔리니가 제시한 길에 전차로 바닥을 다지고 길을 확장시켰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은  집단지도체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신격화시킨 천황을 이용해 군국주의로 나아갔다. 천황의 뒤에 숨어서 그들은 전권을 발휘한 것이다.  그리고 제 3세계에는 군소 독재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헤겔은 악업이든 위업이든 세계사에서 엄청난 일들을 성취한 인물들의 행위를 이성의 간지에서 나온 결과물로 본다. 즉 이성의 간교로운 지략에 이런 인물들은 이용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신현상학>을 탈고할 때 들려오던 프랑스 혁명군의 말발굽 소리에서 청년 헤겔은 절대정신의 현실태가 임박하고 있다고 자각했었을지 모르나 인물은 절대정신의 수단일 뿐이다. 이성의 실현은 제도에서 드러나며, 이를 실행하는 의지의 담지자로서만 인간, 어떤 위대한 인물의 행위가 중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1차대전을 전후로 등장한 세계 각국의 독재자들은 과연 이런 인물들일까? 이에 대한 평가는 더 많은 세월을 필요로 하지만, 막무가내식 독재의 유혹에 유달리 시달리는 곳은 반이성주의의 온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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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개발 : 바이커 월(1978)

카테고리 없음 2009. 2. 1. 23:2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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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강 상류에 있는 뉴캐슬의 바이커 지구는 전통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만들어진 양쪽으로 집이 늘어선 구조를 보인다. 1960년대 말경, 빈민가 철거 정책으로 이 바이커 지구의 주택은 재건축되어야 했다. 시의회는 1950년대 범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집이 다시 지어지는 동안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계속했다..건축가 랄프 어스킨은 건축은 빌딩 그 자체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그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것이라고 믿었다. 어스킨은 이곳에 머물게 될 거주자들과 밀접한 소통을 유지하며 프로젝트를 착실히 진전시켰다. 거주자들은 집이 지어질 때까지 이 지역에 머물며 설계의 여러 단계에 참여할 수 있었다...이 프로젝트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랄프 어스킨의 선견과 이 지역에 형성된 강한 공동체 의식의 긍정적 효과를 여전히 입증하고 있다."

출처 :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1001>

거주민과 소통이란 없고 몇몇 메이저 건설사에 오로지 맡긴채 단기간에 끝장을 내는 재개발을 변변한 심의없이 관철시키는 서울은 민주 공화국의 폴리스가 아니다. 한나라가 장악한 시의회란 곳은 물먹듯 돈먹는 솜뭉치일 뿐 재건축 지역민과의 소통이란 교과서적 이상 세계이며, 철거에 맞서는 거주민은 용역과 합세한 경찰특공대에 몰려 사지로 떨어지거나 범죄자로 낙인될 뿐이다. 미친 공화국의 미친 재개발이 휭행하는 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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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혁명의 근간 : 농민

서술 Beschreibung 2009. 1. 30. 10:5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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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나드 데사이는 러시아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지반을 농민층의 지지에 돌린다. 혁명의 성격도 명분상 프로레타리아 혁명이지만 실질은 농민혁명이다. 볼세비키가 노동자에 비해 압도적 다수였던 농민층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권력을 계속 장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볼세비키가 우발적으로 권력을 장악해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중앙집권적 독재 권력을 결코 놓지 않은 점도 성공의 요인이지만, 지속적으로 농민을 배려하지 않았다면 패배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왜 농민층이 중요했는가? 이들이 식량을 도시에 원활히 공급해 주지 않았다면 내전기간은 물론이고 평시에도 볼세비키가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집산화 정책으로 농민은 무력화됐지만,  미화됐던 러시아 혁명의 이면을 보여주는 서술이다. 1차 대전기에 독일의 전시 사회주의 실험에 레닌이 경도되어 이를 러시아에 그대로 이식시키려고 하면서도,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소비에트 체제에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북유럽에 비해 후진적인 러시아의 경제체제를 정치적으로 개혁시키려고 레닌이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참조 :  <마르크스의 복수 : 자본주의의 부활과 국가사회주의의 죽음>, 7~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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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풍경

단상 Vorstelltung 2009. 1. 23. 09:3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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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구속, 신동아 논란, 용산사태..한 해의 시작이 참으로 가파르다. 신동아는 아무래도 고도의 상술같고, 미네르바로 들끊던 여론에 용산사태는 시너를 부었다. 합법적 정권을 시기하고 질타하는 트랜드는 민주화 이후 하나의 틀처럼 굳어졌지만, 아무래도 이번 조짐은 심상치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MB 정권이 한나라당과 완전히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 노통이 몸소 외쳤던 권력분점의 분수령이 MB정권에서 정착될 가능성..웹2.0시대에 라디오 방송에서 설교를 하며 벙커에 들어가 작전회의를 하는 모습은 잊혀진 과거를 향수하는 한편의 무성영화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제 이런 영화를 못봐 준다는 거다.

 

                      사진 : 푸른내, 고공농성 중에 있는 울산 미포조선소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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