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모드

단상 Vorstelltung 2009. 10. 13. 01:2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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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자 초조해 진다. 웬만하면 12시 이후까지 안하는데 이제 어쩔 수 없다. 사무실에서 논문을 쓴다든지, 업무 종료 후 야근모드로 논문을 쓴다든지 하는 일은  너무도 헛된 바램이며, 퇴근 후 마을도서관에 들러 육필로 논문을 쓰기엔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결국 부엉이 행세를 할 수 밖에. 아침 전철에선 내내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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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전 <논어>의 512중 130장을 현대적 언어를 입혀  공자와 제자들의 가상적 이야기로 풀어 쓴 책이다. 도가 풍의 해석이 보인다. 예를 들어 자공이 가난해도 아첨함이 없고 부유해도 교만함이 없다는 자신의 품성에 대해 말하자  공자는 가난해도 즐거우며, 부유해도 예를 갖춘 만 못하다고 핀잔을 준다(學而). 또한 자공이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낼 만하다고 내세우자 공자는 자공이 호련(瑚璉)과 같은 큰 그릇이라고 치켜 세워준다. 호련은 종묘의 제사상에 올라가는 제물을 담는 그릇으로 큰 벼슬을 상징한다. 그러나 호련은 자공이 한자리를 차지 하겠지만, 이것은 자신의 재능만 부리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재능을 키워주지는 못하며, 결국 스스로를 굳어진 틀에 가두는 것으로 그치는 것을 상징한다(公冶長). 가난해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사소한 일을 맡더라도 단지 수고로움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 일 자체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이다.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도 스스로 굳어지지 말고 유유히 삶을 풍랑하듯 즐기라는 무위(無爲)와 풍류의 사상이다.  멋진 말이며 어떤 울림을 주며, 그래서 여전히 논어는 고전이겠지만, 사실 너무 고고한 감이 있다. 어쩌면 공자는 히피문화의 원조일 수도 있다. 고전을 현대적 세트로 설정하고, 여기에 그 당시대의 등장인물을 끌어들여 전개하는 방식이 신선해 보이진 않지만 따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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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헤어조크와 클라우스 킨스키의 관계를 연대기적 인터뷰로 보여준다. 예전에 <아귀레 신의 분노>를 보러 갔다가, 팜플렛에서 헤어조크가 킨스키에게 권총을 들이대면서까지 연출을 했다는 글을 보고, 과장이러니 했는데, 촬영현장에서 킨스키가 사소한 일로 광기를 부리고, 실제로 헤어조크가 촬영이 끝난 후 킨스키를 암살할 계획까지 세웠다는 인터뷰를 보자 실제였음을 알게 됐다. 헤어조크는 킨스키의 광기를 영화에 활용하려고 했지만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이들의 영화는 극랄한 배우와 끈기있는 감독이 만난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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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2

책들 Bücher 2009. 9. 24. 17:4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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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남한산성>을 계속 보고 있다. 궁금해서 인터넷 지도를 펼쳐 봤더니 남한산성은 내가 살고 있는 남양주에서 수직선상에 있는데, 거리는 약 12km 정도 밖에 안된다. 청군의 우두머리인 용골대가 조선왕에게 쥐새끼처럼 왜 그런 산골에 숨어 들어 갔냐고 야유하는 것처럼, 남한산성은 산세를 잘 활용한 요새이지만, 사방에서 청의 20만 대군이 에워싸면 그대로 포위되고 마는 섬과 같은 지형이다. 물론 왕가 행렬이 강화도에 가려다가 청군이 강화도의 길목인 김포를 선점한 상태라 급작스럽게 남한산성으로 길을 잡은 것이긴 하지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고서도 왕가와 조정이 이렇게 방비가 없었다는 것도 놀랍다. 조선은 차라리 200년 역사로 끝장나야 했다.

예전에 한번 남한산성 밑자락 쯤에 간 적이 있는데 사철탕 집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닭, 개고기 류인데, 이것도 역사적 유산이다. 호란 당시 병참이 없어 말라가는 남한산성에서 닭 우는 소리와 개 짓는 소리는 날이 갈 수록 줄어들었다. 말까지 대형 솥에 넣어 삶아 먹었을 정도니 계견은 오죽했으랴. 수원에 소갈비가 유독 유명한게, 수원성 건립 후 노역에 동원된 백성에게 정조가 운반용으로 쓴 늙은 소들을 먹인데서 유래했듯이, 모란 시장엔 개고기가 유명하다.

김훈도 화자를 빌려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행태를 조롱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왕가가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것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항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병력도 없는데 장기적으로 버티려면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 가야 했다.  도망쳐 다니는게 왕의 위엄에 지대한 손상이었을까? 도주하면서 백성을 끌어 모아 항전을 했더라면, 그래서 끝내 패퇘해 왕조의 운명이 끊겼더라도, 백기투항해 용골대 앞에서 머리를 찧는 것보다 더 낫을 것이다. 그래서 비굴하게 연명한 왕조는 다시 200년 후 400년 전 조선을 침탈한 국가에게 제 나라 백성의 혁명적 봉기를  진압케 하고, 끝내 나라를 넘기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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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2009 : 구글 베이비

영화 Film 2009. 9. 22. 11:4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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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사실을 다큐로 보니 충격적이다. 영화의 내용은 시험관아기와 대리모를 국제적 네트워크로 연결한 신종 사업, 아니 신종 보따리(냉동배아를 담은 여행가방)사업에 관한 것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 신종사업에 관해 어떠한 해석없이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이 사업에 맞는 윤리가 만들어지기 바란다고 했다. 불임부부나 독신, 동성애자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자신의 정자나 난자, 혹은 기증자의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아 인공 수정시킨 후 대리모에 이식 및 출산으로 아기를 받고, 미국의 난소 기증자는 이 돈으로 새집으로 이사해 집안 리모델링을 하고 새로운 총을 구입하며, 인도의 대리모는 이 돈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 깨끗한 새 집을 산다. 분명 출산에 관한 기존의 방식이 의학기술의 발달로 급격히 사회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지만, 그에 걸맞는 문화 내지 윤리는 자리를 잡지 못했음을 말한다. 불결해 보이는 인도의 병원에서  대리모로부터 마구잡이 절개로 아이를 뽑아내는 야만적 시술에 서슴치 않고 인도 여성이 뛰어들며, 남편은 이런 아내를 응원한다. 냉동배아에 관한 사업은 특히 이스라엘에서 많이 발달해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백인의 건강한 난소를 인터넷을 통해 구한다. 마치 국제적 채팅싸이트처럼 이들은 외모와 나이, 건강상태를 인터넷으로 점검할 뿐만 아니라 기증자와 직접 화상으로 대화할 수도 있다. 앞으로 자연출산을 인공출산 및 대리모 출산이 대체할 전조를 영화는 보여준다. 국제적 계급관계 속에서 대리모 출산은 마치 장기 적출처럼 산업화된 것이다. 영화에서 냉동배아센터에 있는 연구원이 실린더에서 올챙이처럼 날뛰고 있는 있는 정자들 중에 제일 활동적인 정자를 고르는 장면이 있다. 인간 탄생의 처음과 끝을 이제 인간이 주도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런 세상이 웬지 역겨워 보이는 것은 이런 사업에 대한 새로운 윤리가 없어서일까?  칸트는 <만물의 종말>에서 인간 삶의 연장은 악덕의 연장이라고 했다. 개인사적으로나 보편사적으로 인간 삶이 장구히 연장되는걸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인공수정과 대리모출산으로 아기를 받은 선진국의 사람들은 입양을 하는 것보다 만족할 수 있을 것이며, 이 대가로 인도의 대리모와 미국의 난소 기증자는 경제적 향상을 맛볼 수 있다. 서로 득이 된다는데 밖에서 뭐라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밖에서 보기에 뭔가 불편한 이런 방식은 이 밖에서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대륙 저편의 난소 기증자의 신상을 검색해 선정하고, 헐벗은 인도 여성의 배를 갈라 얻어 수송된 아기를 달갑게 받을 수 있는가?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과정이 문제인가? 돈벌이로 사업화된 방식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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