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들

영화 Film 2012. 8. 19. 20:2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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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어제 직장후배와 영화를 봤다. 금요일 퇴근하면서 다음날 영화나 보자고 해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려고 했다. 구리의 대형 유통사 직영 극장에서 상영하는 이 영화를 확인하고 다음날 가봤을 때, 이 영화는 더이상 상영하지 않았다. 한국영화가 강세라 하루 사이로 밀린 것이다. 국가적으로 좋아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망. 솔직히 그냥 돌아가고 싶었지만 같이 온 녀석의 성화에 천만을 돌파한 <도둑들>을 봤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극장까지 와서 볼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판단. 별 생각없이 완성도 있게 재밌는 영화. 오히려 어제와 오늘에 걸쳐 집에서 다시 본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어제 본 EIDF 2012의 <푸틴의 키스>가 뭔가를 말할려고 한다는 점에서 더 강한 여운을 남긴다. 어제자 경향신문을 보니 용산참사에 관한 다큐 영화 <두 개의 문>이 국내 7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독립영화에서 7만이면 상업영화의 100만 관객에 해당된다나. 보고 싶은 영화는 찾아 다니며 봐야 하나 보다. 안 그러면 선택권은 천만 돌파 영화의 주위만 배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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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 혈투의 귀향길

영화 Film 2012. 7. 23. 17:5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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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조선족은 애매한 정체성에 갇혀 있다. 민족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한 민족적 동근원성이 이들을 특이한 외국인으로 분류시킨다. 멀게는 삼국시대부터 가깝게는 조선 말기의 간도 영토분쟁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압록강 너머 만주 일대는 중국와 조선의 완충지대였다(그래서 間島인가?). 특히 일제 식민시대에 간도는 삶의 폭압과 일제의 폭정에 시달린 이들을 맞아준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변 조선족 자치주까지 이룬 지금의 조선족, 2010년에 나온 이 영화의 첫장면이 말하듯 인구가 80만에 이르지만 그 태반이 한국에서 불법 내지 합법적 활동으로 삶을 영위해 가는 조선족은 언제까지 이 영화에서와 같은 불온한 집단으로 낙인받을까?

 

아내가 한국으로 떠나 버린 뒤, 아내의 불법 한국 이주를 위해 들어간 브로커 비용에 허덕이던 구남에게 구세주가 나타난다. 개장수를 하며  연변 조선족의 한국 밀항 루트를 관리하는 면사장. 그의 또 다른 사업은 살인청부였는데, 그가 5만 8천 위안이 찍힌 통장을 미끼로 구남을 돌아오지 못할 배편으로 한국에 보낸 것이다. 영화는 구남의 열흘간의 서울 일정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따라간다. 그렇게 복잡할 것 없는 스토리라인 위에 영화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베어있다. 도끼질이 난무하는 난투 장면과 트레일러가 전복되고 차량들이 뒤엉켜 박살나는 질주 장면은 영화적 허구가 아닌, 영화적 사실성에 승부를 건 감독의 근성을 드러낸다. 촬영현장에서 스텝들이 두들겨 맞고 대거 교체되었다는 풍문이 프레임 밖에서 역력히 보인다.  

 

얼마 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조선족의 잔혹한 살인사건은 이 영화를 부각시킨다.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사람은 정육점의 고깃덩어리처럼 취급되는 것일까? 몇 년 전인가, 연변 조선족을 다룬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 조선족은 한국민에 대한 증오감을 드러냈다. 살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밀항을 불사하며 기회의 땅으로 몰려 오는 조선족에게 여전히 한국은 구한말의 조선과 일제 치하의 식민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다가서기 힘든 땅이다. 그러나 나는 구남을 비롯해, 그 연변인들이 거세게 파도치는 황해 한 가운데 밀항선의 밑바닥에서 온몸을 비틀어 견뎌내며 한국에 상륙하려는 분투에서, 그들의 생존의지나 다른 삶을 향한 거친 욕망을 너머 어떤 진실의 염원이 보인다. 생계를 위해서든 독립을 위해서든 그들의 조상이 떠나야만 했던 고국에, 여전히 그들을 거부하는 조국에 온 몸을 던져 오려는 그들의 몸부림은 그들의 역사적 권리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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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면서도 지독한, 그렇지만 아름답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을 그린 로맨스/스릴러 영화. 남미가 스페인의 오랜 식민지였던 역사를 반영하듯, 아르헨티나의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로도 보인다. 판사와 검사, 수사관이 몇 호 법정이라는 명칭의 한 사무실을 쓰는 풍경이 색다르다. 이 영화의 반전을 이루는 대목은 복수물 시리즈를 발표했던 박찬욱의 영화와 달리, 이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초월한  엄중한 숭고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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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피의 선택』

영화 Film 2012. 3. 26. 09:0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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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EBS에서 우연히 이 영화를 봤다. 내심 영화는 어떨까 궁금해 하기는 했어도 애써 찾아서 볼 마음은 없었는데, 아무튼 책으로 흥미롭게 본 작품을 영화로 보는 묘한 재미가 있었다. 이 영화로 상까지 받았다는 소피 역의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역시 명배우 답다. 네이선에게 말하지 못한 과거의 진실을 소피가 스팅고에게 망설이며 털어놓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네이선 역을 맡은 배우의 경우, 광기가 좀 약하다고 보여지며, 스팅고의 역도 원작에 비해 다소 점잖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원작에 바탕한 영화는 원작을 부분 인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겠지만, 소피와 네이선이 도서관에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네이선이 소피를 냉대한 도서관 사서를 그야말로 광기스럽게 몰아치는 원작을 영화는 살리지 않았다. 소설의 주요 줄거리를 숨가쁘게 옮겨다놓은 듯한, 부분 재현에 머문 영화같다. 영화를 보니 이 소설을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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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1972)

영화 Film 2011. 5. 1. 16:0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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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우주개척 시대, 미지의 혹성 솔라리스의 우주 정거장에서 의식의 물질화가 일어난다. 의식의 산물이 단지 투영되는 것이 아니라 현현되는 것.  이런 소재는 소더버그의 리메이크와 스필버그의 <A.I.>에도 변주되지만, 타르코프스키 특유의 영상화법 속에서 원초적이고 신비스럽게 표출된다. 단지 SF 영화라고만 할 수 없는 종교적 깊이도 느껴진다. 태초에 신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했다는 듯이, 의식의 파장이 바다에 그 산물을 형태화시켜 내어 놓는다. 구약의 지구에 갇혀 있던 신이 우주로 확장된다면, 신, 영혼, 영원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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