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영화 Film'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13.06.19 밧줄 없이 올라가라
  2. 2013.01.21 주말나기
  3. 2012.12.1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 2012.12.10 안티 크리스트
  5. 2012.09.14 피에타 1

밧줄 없이 올라가라

영화 Film 2013. 6. 19. 07:43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비오는 화요일, 작년 여름에 극장에 갔다가 못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베트맨 최종 시리즈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를 봤다. 놀란의 <베트맨 비긴즈>(2005)부터 최종 삼부작을 보는데 근 7 년은 걸린 셈이다. 리암 니슨이 브루스 웨인의 스승으로 나오는 첫 편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걸 보고 뭐 이런 심오한 베트맨 영화가 다 있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단순 오락물이 아니라 베트맨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폭로하는 주제의식이 줄곧 관철된다. 현란한 볼거리-비행 납치, 풋볼장과 거대 교각의 붕괴 외-는 마지막 편이 가장 풍부하게 제공하지만 사회적 고발의식은 두번째 편 <다크 나이트>(2008)에서 집중된다. <라이즈>편은 고담시의 증권가에 대한 풍자와 삼부작을 정합적으로 종결시키려는 구성 의도가 돋보인다. 언제 하루 날 잡아 삼부작 전체를  다시 한번 봤으면 좋겠다. <메멘토>(2000)를 각본, 연출한 젊은 감독의 저력이, 전세계에 개봉을 해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거대 자본과 만나 이런 이런 영화가 나온다. 

반응형

주말나기

영화 Film 2013. 1. 21. 18:14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가족이 여행을 떠나 혼자 보낼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주말에는 원주를 다녀 왔고, 국내 영화 4편을 봤다. 의외로 책은 안읽혀진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기대 이상의 재미와 작품성이 짙었고, <돈의 맛>은 다소 교훈적인 영화로 보이며, <건축학 개론>은 90년대 학번의 로맨스를 청순하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보여줬고, <구국의 강철대오>는 생각보다 재미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소재가 독특했다. 이렇게 볼거리 풍성한 국내 영화 덕분에 그나마  쓸쓸함이 덜한 주말이었다.

 

반응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Film 2012. 12. 16. 16:31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코엔 형제의 이 영화(2008)는 몇 년 전부터 사전 정보 없이 제목 만으로 끌린 영화로 정치적 메타포가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지독한 범죄 스릴러 속에서 그런 의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상적이라고 할만한 악한이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혹은 관련없는 많은 인물들이 죽어 나가고, 를르윈의 부인은 암으로 죽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직후 예감했던 살인마 안톤을 만나게 된다. 를르윈과 그의 부인을 도와주려 했던, 대를 이어 공무를 수행하는 늙은 보안관 에드는 무기력한 치안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이 영화를 분석한 글을 보니 모든 장면과 대사들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일관된 유기적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포스터가 보여주듯,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전지한 눈이 두 개의 태양처럼 돈가방을 들고 도주하고 있는 를르윈 모스를 가련히 응시하고 있으며, 은퇴를 앞둔 경험많은 보안관은 이런 운명을 알고 있으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 영화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음악의 도움 없이 단단한 스토리라인 위에 영상을 펼쳐나가는 기법이다. 유일하게 음악이라고 할 만한게 나오는 장면은, 안톤에게 총격을 당한 후 멕시코로 넘어가 길바닥에서 잠든 를르윈을 깨우는 멕시코 전통 거리악단의 연주 뿐이다. 대사와 결합된 영상의 진중한 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정치적 메타포를 끌어낸다면, 젊은이는 욕망으로 움직이는 반면 노인은 이런 욕망을 헛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러나 욕망이 없으면 사회는 죽은듯한 정적만 있을 뿐이다. 이 욕망은 단지 돈에 대한 욕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를르윈이 돈가방을 트레일러에 가져온 후, 운전대에서 죽어가는 멕시코 마약상이 물을 달라는 간청을 기억하며 수통에 가득 물을 채우고 다시 총격지점으로 간 이유는 단지 동정이 아니라 인식의 욕망이었다(물론 를르윈이 다시 가지 않았더라도 돈가방에 들어있는 수신기 때문에 안톤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다). 청춘은 욕망의 놀이터에서 자신을 회전시키고 이런 회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래서 그 덕분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네티컷주의 초등학교 부속 유치원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에 노출된 미국에서 총자루에 의지한 올드 보이는  극심한 자기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반응형

안티 크리스트

영화 Film 2012. 12. 10. 12:04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종교물 보다는 김기덕의 <섬>을 연상시키는 스릴러물에 가까운 라스 폰 트리에의 또다른 실험작(2009)이다. 트리에의 형식 실험은 <어둠속의 댄서>(2000), 도그빌(2003)에서 단단한 구조의 빛을 발하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복잡스러운 구조와 메타포를 담고 있다. 사탄의 정원으로 명명된 자연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이 자연에 여성을 동화시키는 전략이 영화의 후반부에 드러난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타르코프스키에 대한 헌정사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서 보이는 '크리스트'적인 자연관에 대한 안티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서 자연과 동화된 여성은 질서와 구원의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연과 동화된 여성은 혼돈과 폭력으로 그려진다. 심령의 영상과 꿈속 이미지 같은 장면의 연출들은 타르코프스키의 장면들을 연상시키면서도 사이버게임과 유사한 가상현실감을 준다. 어떤 심오함을 내포한듯 하면서도 장난기로 채색된 영화같은 인상도 든다. 마치 각 챕터를 안내하는 거친 필체의 표제 스크립트처럼.

반응형

피에타

영화 Film 2012. 9. 14. 13:47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2006년 김기덕의 <시간>을 본 이후로 나는 더이상 그의 영화적 변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봤다. 복수의식의 구조화란 틀에서. 묘하게도 그 이후로 그는 어수선한 혼란을 겪으며 퇴락의 상태에 빠져 들었지만 다시 일어 섰고, 대작이라고는 할 수는 없으나 그의 영화 인생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 영화 역시 복수의식의 구조화란 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분명한 사회적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점에서 그는 원숙한 변신을 했다. 죽은 자식이 담긴 냉장고가 있는 철물 공작소의 철문 자물통을 툭툭차며 엄마(조민수)가 대부업체 사장을 찾아가 아들의 복수를 하는 장면은 단순한 복수를 넘어 사회적 응징의지를 내포하며,  강도에게 하는 복수는 너무도 비정하면서도 아름답고 서글픈 것이다. 단지 복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김기덕 감독이 구원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강도의 자취방 건물 건너편에 서너 차례 보여지는 단기 목사 양성소인 합동신학교 건물은 현실을 숙주로 삼으면서도 차디찬 현실을 외면한 채 구원을 사업화시킬 뿐임을 보여 주지만 현실에서 버려진 사람들에게서 그는 구원의 가능성을 물은 것이다. 여전히 그의 장난기가 녹슬지 않은 마지막 장면은 그의 상상력이 이제 숭고미의 색채로 채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대 자본의 힘에 의탁하지 않고 외롭더라도 계속 자신만의 영화를 만드는 그는 가장 흔해 빠진 산업의 도구로 전락한 영화를 아직까지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예술가다.   

 

*<피에타> 조기 종료에 관해 :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553082.html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