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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24.03.19 순수이성비판의 논술방식
  2. 2024.03.14 수레바퀴 : 구르거나 그 밑에서

순수이성비판의 논술방식

칸트 Kant 2024. 3. 19. 07:1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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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의 논술방식은 결코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증적이며 논증적이다. 이성의 작용이 그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서 그렇다고 할지라도, 끊임없이 반복적인 논의를 하면서도 어떤 확증을 주지 않는 것은 이 텍스트를 열린 논쟁의 무대에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마찬가지로 회의의 방식을 택하긴 했지만, 어떤 드라마적 효과도 보이는 데카르트 <방법서설>에 비해서 재미는 물론 감동도 없다. 다만 비판서의 후반부에 가면 역사철학과 도덕론에 대한 암시적 예고편이 약간의 묵시론적 색체로 씌어져 있다. 한편 칸트의 <판단력비판>은 <순수이성비판>과 연속선상에 있기는 하나 전혀 다른 차원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하지만 <순수이성비판> 자체 하나만으로도 그의 대표적인 다른 저술인 <실천이성비판>과 <판단력비판>, 그리고 역사철학 관련 논문집을 아우르는 작품들의 결집과 대척점을 이룰 위상에 놓여 있다. 거기에서 다뤄지는 인식론상의 문제만으로도 칸트는 끊임없이 논란의 원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극히 직업적인 관점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이성비판>을 통해서 확증적으로 관통되는 명제중 하나는 경험을 넘어서려는 이성의 본성이다. 이에 대해 칸트는 긍정과 부정의 양극에서 수없이 줄타기를 한다. 물론 그런 줄타기에는 미묘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렇듯 수세에 몰린 이성의 본성을 실천이성으로 구제한 것은 칸트의 또다른 혁명적 전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대상을 주관의 두 형식인 감성과 오성으로 구성한다는 것을 칸트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 했다). 근대 세계의 과학과 도덕을 근거지우려는 야심찬 기획을 칸트는 노령에 이르러서 펼친 것이다.  

200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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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 구르거나 그 밑에서

주장 Behauptung 2024. 3. 14. 05:2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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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유트브에서 '구르는 수레바퀴'(2020)라는 영화에 관한 소개영상을 봤다. 다소 코믹하긴 하지만, 불교 승려들의 일상사에 관해 이런 정도로 리얼하게 그린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한국불교계에서 수도승들의 전승은 가히 변화무쌍한 역사와 무관할 정도로 잘 보존되어온 면모가 있다. 동아시아에 보편적이면서도 특유한 종교문화일 수 있지만, 일단 한국만 놓고 보면 군대적 질서와 사회주의적 생활구조, 달리말해 무위적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은 승려집단의 생활사는 거의 흐트러짐없이 천오백년 이상 이어져 온 것이다.

종교의 색채만 걷어서 오직 승려의 생활사, 삶 자체를 보면 여러가지 귀감이 있다. 어떤 미래적 공동체의 모습이라고 할까? 정신의 고도화를 놓치 않으면서 현실의 욕망에 끌려 당하기 보다는 타고 넘어가는 기지는 인도인이 추구하던 명상과 유희의 삶에 근접하지 않을까?

노동의 일부는 기계에 맡기더라도 노동에의 참여가 보장되는 일터에서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 전인의 삶에 '들어오라'라고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유적 인간, 연대를 놓지 않는 인간의 몫이자 의무, 약속,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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