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책들 Bücher 2011. 2. 18. 13:2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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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 전개의 힘이 후반부로 갈수록 약화되는 느낌이 든다. 셰익스피어 전집에 정통한 헉슬리가 야만인 존의 입을 통해 이야기 상황에 맞춰 줄기차게 이 전집을 인용하는 방식은 방식 자체의 단조로움을 더한다. 결혼,가족,죽음을 몰이해하도록 조건반사교육을 시키는 신세계의 계급화된 사회에서 알파,베타,감마,입실론의 개체들은 감정의 전이라는 게 없이 바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데, 그 매개는 자유연애와 소마다. 만인은 만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19세기의  협동주의적이며 유토피아적인 격언("만인은 일인을 위해, 일인은 만인을 위해")이 바로 자유연애의 모토가 되버리고, 죽음은 화장 후 남는 인이라는 화학 요소로 재활용되는 유용성은 있지만 아무런 슬픔없이 그냥 사라지는 것으로 수용된다. 병에서 조작된 복제기술로 계급이 예정된다는 구상 자체는 이 소설의 출판 당시로서는 획기적일 수 있으나, 서유럽 세계 총통에게 소마 대신 자유를 달라는 존의 외침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대심문관 편에 대한 조잡한 변주같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제목을 따왔다 점으로 이 소설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것은 행복을 대량생산하는 기계화 시대에 직면해, 금서로 묶인  고전의 세계로 돌아가고픈 야만인의 절규다. 마치 『박하사탕』의 철로에서 외치는 설경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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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래너의 『헨리5세』(1989)

영화 Film 2011. 2. 14. 13:3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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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은 못보고 중간에는 졸면서 봤다. 케네스 브래너가 주연, 각색, 감독을 한 영화. 대사를 핵심으로 하는 연극적 특색을 최대한 살리면서 역사 해설가같은 나래이터가 등장하는 형식의 작품이다. 프랑스인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아무리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충실했다 해도, 기분 나빠할 수 있는 우국주의적 장면이 있다. 마치 임진년 일본의 침략을 받은 조선민의 경우처럼. 그런데 사실 근세시대엔 영국과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왕실들은 타국의 귀족과 왕족의 복잡한 관계망으로 얽혀 있어 사정이 동북아의 고립국들과 다르다. 특히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밝힌 바,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가장 끈질기고 더 극심하게 외세 제후들의 이해관계에 시달려야 했다. 왕조들의 싸움에 백성은 속수무책 동원되고, 어린 시절 도둑패 틈에  끼어 망나니 짓을 했던 헨리 5세(1387/1413~1422)는 당위와 명분을 위해 이 과거의 친구들과 결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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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소설

책들 Bücher 2011. 2. 11. 12: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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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를 읽기 시작했다. 도입부에 나오는 인간 난소 수정체의 대량 복제 분할은 포드식 대량 생산시스템을 비꼬면서 미래로 던진 투사이지만, 2030년대 90억 인구를 바라보는 현시점에서 동일 수정체로 일정 유형의 동일 인간을 대량생산한다는 발상은 억지스럽다. 이와 반대로  마거릿 애트우드는 오히려 『인간 종말 리포트』(2003)에서 인구 억제를 위한 환희이상 알약의 개발과 이에 따른 전지구적 인구 종말을 다뤘다. 말년에  헉슬리가 『아일랜드』(1962)라는 또다른 대작 공상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멋진 신세계』의 도입부 분위기는 마이클 베이의 영화 『아일랜드』에서 나오는 인간배양소의 약품 처리장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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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독서

책들 Bücher 2011. 2. 5. 20:2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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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상과학 소설류를 읽어 보려고 어제까지 마거릿 애트우드의 『인간 종말 리포트』를 읽었다. 저자가 유전자 조작이나 게임 등 팩트에 대한 방대한 자료조사를 한 노고는 보이지만, 조지 오웰의『1984년』정도의 감흥을 기대했다면 큰 착각이다. 작품이라기 보다는 누더기 리포트. 누군가의 소개로 오늘부터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들었는데,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포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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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치의 『엘리펀트 맨』(1980)

영화 Film 2011. 1. 31. 11:5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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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로 나오는 안소니 홉킨스를 볼 때 꽤 오래된 영화인줄 알았는데, 30년 정도 밖에 안된 영화다.(그래도 오래된 영화다..) 퀄트적이면서도 인권 영화적인 면이 있다. 영화 전반, 특히 마지막 장면은 이청준 식의 어머니에 대한 어떤 원형적 그리움을 형상화했다. 메릭이 런던 병원에서 영구 보호를 받게 됐음을 트레비스로부터 전해 듣고,  선물 받은 향수로 치장을 하며 사교계에 나갈 준비를 하는 양 폼을 내는 장면에서 감독은 의도적으로 존 메릭을 희화화시킨다. 그런 치장이 이런 '괴물'에게 가당치 않다는 듯이. 그러나 이런 시각은, 기괴함을 쫓는 군중에 몰려  런던 역사의 화장실에서 메릭이 자신은 코끼리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치는 권리선언으로 전복된다. 그에게도 향수를 뿌리고 공연장을 갈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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