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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Bücher'에 해당되는 글 157건

  1. 2018.08.03 햄릿에서 다시 말테의 수기로
  2. 2018.06.10 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
  3. 2018.05.27 탈북 외교관의 증언
  4. 2018.02.03 브루스 커밍스
  5. 2017.12.11 몇 가지 책들

햄릿에서 다시 말테의 수기로

책들 Bücher 2018. 8. 3. 08:3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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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쉬면서 데굴거리다 햄릿을 다 읽었다. 이렇게 다양한 형식이 겹쳐진 희곡인지 새롭게 알게 된 것 같다. 정말 좋은 작품은 두고 두고는 아닐지라도, 두 세번은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번역서의 경우는 새로운 번역의 참신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햄릿이 연극을 통해 숙부의 모반 사건을 확인하려 했던 점이고, 오히려 이 연극 때문에 햄릿이 미친 것이 아님을 간파한 왕이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면서 국서에 햄릿을 죽이도록 사주한 것, 그리고 해적을 만난 햄릿이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 왕을 처단하려 했으나, 그가 죽인 신하의 아들과 경합을 한 것, 이 와중에 폴란드의 형편없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노르웨이 군대가 경유지인 덴마크를 향해 오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햄릿의 미친 듯한 발언들에는 어느 정도의 유쾌함과 성적 농담도 담겨 있다는 것.

얼토당토한, 뭔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시합을 주선해서 햄릿을 죽이려 했던 왕의 계획이 궁중 집단 살육에 가까운 참담한 비극으로 끝나고 덴마크 왕정이 노르웨이의 왕족에게 넘어가는 것은 정말 죽써서 개 준다는 속담과 일치한다. 연쇄되고 연계되는 복수의 실타래의 최 외곽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인물이 최후 승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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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

책들 Bücher 2018. 6. 10. 08:1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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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태 공사가 망명을 나서기 전, 이미 각종 뉴스를 통해 나는 그의 공사시절 인터뷰(특히 2015년 런던에서의 에릭 크랩튼 공연 때 김정철을 수행한 보도)를 관심있게 보아온 터라서, 그가 자식들을 위해 탈북했다고 했을 때 조금 놀라긴 했어도 응당 탈북자들, 그 중에서도 비중있는 인물도 어쩔 수 없이 핵완성과 철권통치로 치닫는 김정은 정권에 돌아서고 마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물론 이런 회고록 성격의 글 자체가 자기 합리화의 기제로 활용되기 쉽기는 하지만, 솔직히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과 북한에 남아있어 이들의 탈북으로 일정한 피해를 볼 친지들의 고통과 충돌하는 지점은 30년 이상 지속된 북한 정권의 궤도이탈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왜 이런 외교 엘리트 가족이 동족 국가로 망명을 하며, 이들이 망명을 했다고 남아 있는 친지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은 북한이 아직도 전근대적 국가 체제 아래서 인민을 폭압하고 있다는 손쉬운 반증일 뿐이다.   
 
태 전공사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60~70년대를 북한 정권의 황금기로 그린다. 경제도 정치도 최소한 이때에는 사회주의의 모델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으며, 인민의 생활은 사회주의적 복지체계와 사람간의 정이 결합한 우애의 사회였다. 하지만 모택동 사후 중국이 개방경제로 전환하면서  진행된 모택동 비판을 보며 위기를 감지한 김부자는 김정일의 정권세습을 오랜 시간(20년 이상)을 걸쳐 준비했는데, 발단은 하향식이지만 상향식으로 정권이 김정일에게 흘러가는 것으로 인민이 느낄 정도로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전권이 김정일에게 넘어갔고 오히려 김일성이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김일성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가 암묵적으로 김정일의 보고를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정일은 준비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의 정권이양 방식과 매우 다르다. 유교적 방식의 계통을 여전히 중시하는 북한의 사회상으로 볼 때도 김정은에겐 아킬레스 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자신의 불안한 정권 세습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에게 적대적이었던 고모부와 그 관련 인물 다수를 숙청시키고 배다른 이복형제를 암살했으며, 잦은 핵실험으로 핵보유극 등극을 선언한, 성격은 포악스럽지만 예민한 지략을 갖춘 그가 개혁개방에 얼마나 나설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광범위한 정보를 수용하게 되고 이미 20년 넘게 무너져온 배급체계 대신으로 암시장으로 삶을 이어가는 북한인민의 체제변혁 요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저자는 회의적으로 본다. 왜냐하면 그가 하인처럼 김씨가문을 위해 봉직한 세월이 보여주는 것은, 북한체제는 이미 이들 백두혈통이라는 가족들을 위한, 그리고 그 가족과 연계된 공로 귀족들을 위한 국가로 변질된지 오래됐기 떄문이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3층 서기실'은 노동당 중앙청사 3층 전체를 통칭하는 것으로 남한의 청와대 정도에 해당되며,  이 청사에서 남한의 안기부장과 외교안보수석이 화려한 영접을 받았다. 북한주민의 삶을 외면한 채 체제 연명에 골몰하는 컨트럴 타워에서 평화의 다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평창올림픽을 통한 북미회담 연계는 분명 문재인 정권의 성과이지만, 이것은 벽에 다다른 북한, 아니 북한의 정권 핵심이 너무도 노렸던 것이기도 하다. 누가 미끼이고 누가 낚아 챌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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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교관의 증언

책들 Bücher 2018. 5. 27. 17:3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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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후 요즘 뜨거운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그의 저서를 토요일인 어제 사서 읽는 중에 또다른 획기적인 뉴스를 접했다. 격식없이 남과 북의 정상이 '비밀리에' 만나는 것이 나쁠건 없지만 시점이 미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대리인이자 변호인인가? 라는 의문이 한켠에서 들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양국은 긴밀히 소통해야하는 우선적 당사국이고, 설령 북조선의 지배자가 악마라고 해도 악마의 손을 잡고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빼내는 역할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에서 볼 때, 정말 집권당은 한심하지만 대통령의 판단은 존경할 만한 일이다.

 

<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는 어린 시절 부터 외교관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30년간 북조선의 외무성과 서유럽의 대사관에서 일한 태공사의 값진 정보 보고다. 공사 따위가 얼마나 북한 체제를 이해할 수 있겠냐고 비아냥대는 유시민 따위의 한심한 식견과 가식으로 넘볼 수 없는 생생한 자료다. 북한의 외교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절대 권력의 통제 하에서 수행된다는 점에서  볼 때, 30년간 외교 실무를 담당한 태공사의 북한사회에 대한 증언은 주체사상을 만든 황장엽의 경우 보다 중요해 보인다. 

 

태영호의 증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진영논리를 벗어나 북한사회, 그것도 북한의 권력을 이해하는 하나의 귀중한 참고서로 활용하면 그만이다. 탈북자들의 이러한 보고가  남한과 북한을 이어주는 매개자이자 상호 이해의 다리로 인식되고, 이민으로 국적을 바꿀 수 없는 억압적 체제에서 망명을 하는 사람들이 진정성있는 대우를 받는 날도 함께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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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책들 Bücher 2018. 2. 3. 21:1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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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자료를 보기 위해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 Kroea's place in the sun : a modern history>(2001)를 일부 읽었다. 워낙에 한국통인 관계로 박노자 못지 않게 한반도를 보는 시각이 예리하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고 군대의 정훈교육에서 한국전쟁에 관한 이 책의 관점을 전달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커밍스는 기밀해제된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문헌 조사와 인문, 사회과학적 학문의 깊이, 문학적 효과까지 미치는 문체를 보여주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귀감이 될만한 학자다. 최소한 45년~90년대 까지의 북한에 관한 사료적 접근과 해석에서는 그는 어떤 한국 학자 보다도 냉철하고 깊이있는 관점을 제시하는 고전 작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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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책들

책들 Bücher 2017. 12. 11. 15:0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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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난독을 안하려고 하는데 벌써 책상에 펼쳐진 책들이 어지럽다. 루만의 <사회의 사회>, 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 쌓여만 가는 월간지 <시대>, 그리고 얼마전 덥썩 집었다가 가만히 놓여있는 <존재와 시간>. 이러다가 도스트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을 펼쳤다가 당분간 이 책을 주로 볼것 같다.  자신의 얘기를 이렇게 다른 인물로 옮겨서 펼치는 방식 하나 배웠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감옥을 소재로 하는 것들이 많은데 이 작품은 그 고전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흉악한 범죄자라도 동질화시키는 인간사회의 창의적 구조물이 감옥인가. 재미있는 사실은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에는 반역죄나 황족 살해의 범죄가 아니고서는 사형은 없고 오로지 시베리아 유형만 있었다는 사실. 동유럽에서 태평양에 걸친 광활한 시베리아 자체가 감옥이었다는 셈이다. 지금으로 치면, 죄수들을 우주선에 태워 외계로 내 보내는 것과 흡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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