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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Beschreibung'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21.02.10 2
  2. 2021.02.09 장춘익과 양운덕1 2
  3. 2014.09.14 고대 시대의 전투
  4. 2013.11.11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5. 2013.10.16 구일섭의 서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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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Beschreibung 2021. 2. 10. 00:5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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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까지 나는 양선생님에 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였고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이 수업에는 30명 정도가 들어왔고 이 중에는 다른 과 학생들도 꽤 있었는데, 아무래도 당시로서는 사회철학이 운동권 학생들의 관심과목이었던 사정도 있었다. 비록 3시간 통강으로 묶여진 첫 수업 후 빠져나간 학생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양선생님의 엄청난 학식과 명료한 강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이 수업에서도 평가를 위해 중간, 기말고사 시험 따위는 없었고 여러가지 텍스트를 놓고 공동과제물 1건과 개인과제물 2건을 제출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학원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는 두 분의 성향은 이런 점에서 일치하는 면모도 있었던 것이다. 

 

이후 몇 년이 지나는 사이에 나는 장선생님의 수업으로 역사철학과 주제중심철학을 듣고 학부 졸업논문 지도를 장선생님한테 받았다. 이때 나의 졸업논문 내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의 근거 텍스트는 당시 장선생님의 철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다뤄진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이었다. 학부생인 내가 직접 대학원 수업을 들은 것은 아니고 이 수업을 듣는 대학원 형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듣게 된 터였다. 이때 대학원에서는 한창 하버마스의 텍스트가 다뤄지고 있었고, 이에 관한 논문들이 생산되고 있는 시기였다. <계몽의 변증법>은 하버마스가 <의사소통행위론>이라는 저서에서 자신의 이론적 단초로 삼기 위해 비판적으로 다룬 텍스트다. 당시 양운덕 선생을 통해 이성 비판적인 프랑스 현대 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계몽의 변증법>을 읽으면서 이미 총체적 이성에 대한 비판이 비판이론 1세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은 동시에 우군을 만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의 졸업논문의 주요 구도는 이 비판이론 1시대의 아포리한 저작물을 푸코의 저작과 접목시키려는 시도였다. 

 

나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계몽의 변증법>을 온전히 원서로 읽겠다는 헛된 야망을 품고 논문 준비를 위해 장선생님의 연구실을 수 차례 찾아가야 했다. 갈 때 마다 나의 계획은 변경되었다. 글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문에 달려드는 것은 정말 암호문 해독과 다름 없었다. 원서로 읽으려던 계획은 결국 번역본으로 대체되었고, 나의 계획변경에 장선생님은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결국 어떻게 논문은 작성해서 제출했고 이 논문에 관한 장선생님의 평가는 논문 자체의 설득력 없는 연결구조와 한정된 근거문헌에도 불구하고, 서문과 논문의 구도에는 긍정적 이었다. 

 

학부 졸업 시점을 전후로 나는 이 논문을 들고 양운덕 선생의 세미나 팀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다른 학교의 철학과 대학원에 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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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익과 양운덕1

서술 Beschreibung 2021. 2. 9. 05: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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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이렇게 쓰는 것이 건방져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최소한 한국의 현대철학사의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에 이 글이 조금은 기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제목을 쓰고자 한다.

 

나는 어떻게 보면 운 좋게도, 학부 졸업 시점 부터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이 두분을 지도교수로 삼았다. 양운덕 선생은 대학에 정식으로 자리를 잡고 계시지 않았으나, 이 분이 이끄는 세미나팀에 나는 약 2년간 참여했었다. 물론 장춘익 선생은 나의 정식 지도교수였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직접적 계기는, 지난 금요일에 접한 장춘익 선생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 때문이다. 대학원을 수료하고 직장에 자리잡고서 나는 다시 논문작성을 위해 2009년 장선생님과 한번 만나고, 메일 교신 이후 나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은 터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근래 독일에서 막막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장선생님한테 메일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간혹 들었으나 결국 영영 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안타까움을 이런 글이 대신해 줄 수 있다면 잠시나마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일단 시작해 본다. 여러가지 관련 기억들이 상이한 시공 속에 무차별적으로 산재해 있으므로 가능한 시간의 순으로 전개하려 한다. 

 

장춘익 선생이 조교수로 학교에 부임했을 때 나는 군대에 있었지만, 이분의 명성이 너무도 자자해서 나는 무척 궁금해 했고 기대도 컸다. 특히 헤겔에 정통해 있다는 소문에 나는 상당히 솔깃했다. 학교에 복학하고 서양근세철학사라는 수업에서 장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수업은 강의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텍스트를 분담해서 발표하는 세미나식이었다. 하지만 이 수업이 다소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게 느껴졌는데, 왜냐하면 이 수업에서 장선생님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내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식에 실망해서인지 나는 개인적인 면담을 위해 약속도 하지 않고 혼자 불쑥 선생님의 연구실로 찾아간 적이 있다.

 

하지만 거의 5분도 안되서 나는 연구실을 나서야 했는데, 방문의 분명한 목적과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계속 연구실에 있기 힘들 정도의  긴장감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뭔가로 선생님은 상당히 분주해 있는 상태였고, 다정다감하게 무례한 학생의 개인상담을 받아줄 정도의 여유는 없어 보였다. 장선생님과의 일차 독대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고, 이 수업은 따로 시험없이 레포트 제출로 끝났는데, 레포트 주제는 근대 철학사에 관해 거의 자유로운 방식의 소논문을 써서 내는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레포트로 근대철학사를 나름 정리해볼 생각으로 R.샤하트의 <근대철학사>를 요약 정리해서 제출했다. 그야말로 수험생식의 과제물 작성이었다. 나의 레포트에 관해 레포트 말미에 장 선생님이 연필로 써놓은 한줄의 평가는, '요약하는데 수고로웠을 것이나 요약에만 너무 치우쳐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그 수업에 실망했던 것은 수업방식의 낯설음도 있었지만,  장선생님의 주전공이 서양근세철학사가 아니라 사회철학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다음 연도 학기에  나는 사회철학을 신청했다. 하지만 장선생님은 이 수업을 자신이 맡지 않고 다른 분을 불러 들였다. 양운덕 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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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시대의 전투

서술 Beschreibung 2014. 9. 14. 20:2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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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63년 중국 익주(쓰촨성 광위안)에서 있었던 삼국시대의 최후 전투는 현재 세계의 시위 진압작전을 연상시킨다. 유비가 두 형제의 복수를 위해 오의 손권을 치러 나섰다가 형주를 잃어버린 후 촉한의 삼협에서 제갈량이 북벌의 기점으로 세운 검문관은 촉의 공격 시발점이자 방어의 최후 요새였다. 갈라진 두 산 사이에 칼이 하늘 방향으로 꽂힌 듯한 형세에 놓인 검문관은  소수의 군사로도 방비를 하기에 최적인 마지노선이었다. 유비 사후 제갈량 주도의 남만 평정과 군비 축적으로 6차례에 걸쳐 실행된 북벌이 실패하고 제갈량 사후 종회가 이끄는 위나라의 군사 10만이 촉을 치기 위해 촉의 공격루트였던 잔도를 따라 내려와 협곡의 대평원에 도달했을 때 검문관을 사수하던 장군은 강유였다. 촉의 군사가 2만에 불과했지만 제갈량의 예측대로 협곡에 막힌 위의 군사들은 검문관을 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위의 장수 등연은 병사들이 700 리를 돌아 길을 뚫고 다리와 밧줄을 이용해 협곡으로 올라가도록 하는 우회술을 강행했고, 후방을 교란당한 촉은 결국 몰락했다. 자연지형을 이용한 천애의 요새라 할지라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집요한 집념과 대규모 물리력 앞에 무너지는 결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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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서술 Beschreibung 2013. 11. 11. 07: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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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양주의 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책이 많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가 30분 정도 있다가 계단으로 내려왔는데, 이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두 초등생이 1층에 갇혀 있었다.  문이 아이들 머리가 나올 수 있을 정도까지 열리지 않아서 도서관 관계자인 몇몇 어른들이 119를 부른 상태였는데, 이 사이에 한 어른이 보인 행태가 가관이다. 안에 갇혀서 공포에 질린 아이한테 너희들 뭘 잘못 눌러서 이렇게 문이 열리지 않게 된 거 아니냐는 추궁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119 소방대원 2명이 와서 힘으로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자 소방차의 유압기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트 문이 완전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또 다른 어른이 갇혀 있는 아이한테 너 여기서 15분만 더 기다릴 수 있겠냐고 묻는다(AS 기사가 오기 전까지). 주위에 지켜보는 사람이 있고 소방대원이 유압기를 이용해 머리가 간신히 나올 정도로 문을 열어주자 상황은 종료됐다. 성인이라도 엘리베이트 갇히면 불안해 지는데 어린 아이한테 대범함을 요구하는 이런 어른들한테는 사람보다 시설관리가 더 중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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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섭의 서신3

서술 Beschreibung 2013. 10. 16. 14:4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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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섭과 하버마스의 서신 : 『의사소통행위이론2 : 기능주의적 이성 비판을 위하여』 중 VI장 <제 2 중간고찰 : 체계와 생활세계>

 

 

*웹진 http://www.themir.net/ 에 발표됨.

**주텍스트 :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이론』 2, 장춘익 역(나남, 2006).

***원문 대조본 : Jürgen Habermas,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band 2 Zur Kritik der funktionalistischen Vernunft (Suhrkamp, 1982).

 

 

독서에 관해 (2013.09.18.수 : 구일섭이 하버마스에게)

 

‘아주 오래전에 읽은 톨스토이의 자서전에서 그는 독서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접신을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플라톤과 공자, 칸트와 대화할 수 있을까? 이들은 사라졌지만 이들의 작품은 밑밥에 감싸인 미끼로 우리에게 던져져 있다. 이를 두고 현대의 견유주의 철학자 슬로터다이예크는 문자계몽의 사육방식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많은 책을 섭렵하고 깊은 지식을 얻는 것이 흔히 독서의 목적이겠지만, 우리가 온전히 책을 수용만하는 리더기가 아닌 이상 결국 우린 저자와 싸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처음부터 독서는 이런 투쟁은 아니다. 아직까지 우린 어떤 사육, 어떤 배양의 필요성을 감내하는 겸허함이 요구된다. 독서는 삶의 한가지 수단일 뿐이다.’(2009.6.19)

 

하버마스와의 서신이 이런 독서의 목적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예전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세 번째 편지를 시작했다. 이 장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VI.제 2 중간고찰 : 체계와 생활세계

예비고찰

뒤르켐의 분업이론에 의거해서 본 사회통합과 체계통합

1.생활세계의 개념과 이해사회학의 해석학적 이상주의

1)의사소통행위의 지평과 배경으로서의 생활세계

2)의사소통행위이론에 비추어 본 사회현상학적 생활세계 개념

3)형식화용론적 생활세계 개념으로부터 서사적 생활세계 개념을 거쳐 사회학적 생활세계 개념으 로

4)생활세계의 재생산에서 이해지향적 행위가 하는 기능.

생활세계 합리화의 여러 차원

5)생활세계를 사회와 동일시하는 이해사회학의 한계

2.체계와 생활세계의 분리

1)사회문화적 생활세계로서의 부족사회

2)자기조절체계로서의 부족사회

3)체계분화의 네 가지 메카니즘

4)체계통합 메커니즘이 생활세계에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방식

5)생활세계의 합리화 대 생활세계의 기술화.

탈언어화된 의사소통매체를 통한 일상언어매체의 부담 경감

6)체계와 생활세계의 분리, 그리고 물화명제의 재구성

(1)상호이해 형식의 개념

(2)상호이해 형식의 체계적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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