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장편 <요셉과 그 형제들>이 어느덧 파라오의 명예 친위대장 페테프레(보디발)의 부인과 요셉의 염문이 일어나는 장면으로 나가고 있다. 성서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여인(무트-엠-에네트)이 노골적으로 요셉에게 동침을 요구하는 부분을 토마스 만은 장황한 맥락 설정을 통해 재해석한다. 무트가 사실상 요셉을 유혹했다고 해도 이 사실이 발생한 원인이 그리 간단치 않으며, 단지 그녀가 요부기질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은 잘못된 단순 추정이라는 것이다. 문헌학적 맥락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무트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경로를 만은 거의 단행본 1권의 분량으로 추적하고 있다. 물론 이 유혹의 근원만을 밝히기 위한 서술은 아니지만, 인물들과 사건들의 설정이 이 중요 사건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예를 하나 든다면, 만은 페테프레를 환관으로 서술한다. 그런데 어떻게 환관이 결혼을 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고대 이집트 종교의 특수성과 지배층의 계산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환관이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룰 수 있듯이, 가족은 환관이 축적한 부와 명예를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다. 페테프레의 경우 어린 시절 강제적으로 거세를 당하고, 원치 않는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은 종교를 가장한 부모의 출세욕 때문이었다. 무트의 경우도 비슷하다. 파라오의 옆에서 부채를 든 자로서의 영예를 누리지만 이런 내부사정에 놓인 페테프레의 집안에 비상한 머리와 용모를 갖춘 젊은 베두인이 집사로 등장하자 진동이 일어난 점에 만은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