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문학 Literatur'에 해당되는 글 100건

  1. 2014.11.09 페테프레와 무트
  2. 2014.05.19 장자 신분의 상속
  3. 2013.11.27 김수영 문학관 개관
  4. 2012.03.27 토지와 인생(화, 아직 남은 겨울의 한기)
  5. 2012.03.02 주변부 문학의 위대성

페테프레와 무트

문학 Literatur 2014. 11. 9. 20:04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토마스 만의 장편 <요셉과 그 형제들>이 어느덧 파라오의 명예 친위대장 페테프레(보디발)의 부인과 요셉의 염문이 일어나는 장면으로 나가고 있다. 성서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여인(무트-엠-에네트)이 노골적으로 요셉에게 동침을 요구하는 부분을 토마스 만은 장황한 맥락 설정을 통해 재해석한다. 무트가 사실상 요셉을 유혹했다고 해도 이 사실이 발생한 원인이 그리 간단치 않으며, 단지 그녀가 요부기질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은 잘못된 단순 추정이라는 것이다. 문헌학적 맥락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무트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경로를 만은 거의 단행본 1권의 분량으로 추적하고 있다. 물론 이 유혹의 근원만을 밝히기 위한 서술은 아니지만, 인물들과 사건들의 설정이 이 중요 사건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예를 하나 든다면, 만은 페테프레를 환관으로 서술한다. 그런데 어떻게 환관이 결혼을 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고대 이집트 종교의 특수성과 지배층의 계산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환관이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룰 수 있듯이, 가족은 환관이 축적한 부와 명예를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다. 페테프레의 경우 어린 시절 강제적으로 거세를 당하고, 원치 않는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은 종교를 가장한 부모의 출세욕 때문이었다. 무트의 경우도 비슷하다. 파라오의 옆에서 부채를 든 자로서의 영예를 누리지만 이런 내부사정에 놓인 페테프레의 집안에 비상한 머리와 용모를 갖춘 젊은 베두인이 집사로 등장하자 진동이 일어난 점에 만은 주목한다.  

반응형

장자 신분의 상속

문학 Literatur 2014. 5. 19. 14:06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요셉과 그 형제들>의 요셉 편은 청년으로 성장한 헤브론의 요셉과 시겜에서 온 장성한 그의 형제들 간의 불화가 장자 지위의 상속을 놓고 고조되어 가는 부문으로 진입한다.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성경에는 간략히 처리된 이 갈등양상을 토마스 만은 심리학적 상상력으로 채워 간다. 특히 장자 신분 상속의 상징물로 언급된 라헬의 케토넷 베일 옷을 놓고, 이를 장차 요셉에게 주고자 하지만 형제들간의 다툼이 예상되어 주저하는 야곱과 이 베일 옷을 당장 받고자 화려한 화술로 야곱을 공략하는 요셉의 대화는 결국 야곱의 "가지려무나, 가지려무나"라는 말로 귀결된다.  야곱은 아버지를 염소 가죽으로 속이고, 그 아들은 일부러 장기에 지면서 아버지를 화려한 수사로 넘어뜨리는 대목이다. 토마스 만은 요셉의 순수하면서도 순진무구하게 교활한 면을 드러내 보인다. 사실상, 성경의 이야기만 쫓아서는 일개 목동인 요셉이 어떻게 거대 제국의 총리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역사의 암흑을 문학적으로 복원하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반응형

김수영 문학관 개관

문학 Literatur 2013. 11. 27. 13:17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시인은 가고 유품은 박제됐다.

반응형
반응형

『토지』2부의 첫 권인 5권을 읽고 독서가 멈췄다. 미납도서 때문에 3~4일간 대출중지에 걸린 것인데, 이 정도 시간이면 1권을 볼 수 있는 시간인데, 마치 장곡의 고전음악 사이에 있는 인터미션 처럼 잠시 휴식시간이 생긴 셈이다. 2부의 이야기는 평사리의 최참판댁 서희와 이 댁과 관련될 수 밖에 없는 주변 인물들이 윤보의 주도로 간도로 넘어가 살아가는 생활을 보여준다. 고향 땅을 등진 이들이, 회령에서 하룻길 걸리는 용정이란 청국 땅에서 삶을 이어가는 억척스러움이 새삼 아주 먼 시절의 얘기로만은 보이지 않는다. 그 시절 농사꾼은 어디에 던져 놓아도, 붙일 땅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었다. 두 아낙을 거느린 용이는 다시 간도에서 국밥집을 내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월선에 기댈 수 없는, 가장의 책임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랬다면 그는 다시 권태로운 삶을 이어갈 폐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붙여 먹을 땅, 이것은 농사꾼의 최후 생존 조건인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빌미로 어제 또 터키와 FTA를 체결했단다. 당장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수출 효과를 들먹거리지만, 농사꾼의 생존조건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현실은 모르쇠다. 이러다가 농사꾼은 해외로 나가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저 서희 일행처럼.   

반응형

주변부 문학의 위대성

문학 Literatur 2012. 3. 2. 18:14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토지』1권을 절반쯤 읽었는데, 경남 하동 악양 평사리 일대의 어휘와 사투리가 무척 생소하다. 구한말 산간벽촌의 토속성이 강하게 풍기는데, 흥미로우면서도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그 당시로서는, 시대개벽이라고 할 만한 일들-갑오농민전쟁과 외세의 침탈-이 지리산 주변 깡촌 구석까지 두들길 정도의 격렬한 시대 변화의 폭풍 속에서 왕조 말기 토착 백성들의 애환과 우환, 욕망이 생동감있게 그려지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