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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Produktion'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2.07.15 폭군의 무덤3
  2. 2012.06.30 토요일 출근길
  3. 2012.06.17 너희들의 천국
  4. 2012.05.27 천원의 효과
  5. 2011.06.26 참새 병아리 2

폭군의 무덤3

창작 Produktion 2012. 7. 15. 22:5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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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천황의 국가가 아니지만

종묘의 기괴함은 천황제가 부럽지 않다. 

 

현인신을 모시지 않는 현실주의가

오히려 조상신 앞에서는 쩔쩔맨다.

 

군사 쿠테타로 왕조를 건설하고

남방과 북방의 이민족 침략으로 쑥대밭이 된 조선

500년 왕조의 연명을 위해 나라를 넘겼어도 

이 땅 곳곳에 왕조의 잔재는 살아 있다.

 

패악한 군주의 무덤도 역사적 유산이 되는 나라

 

시퍼런 군사독재자의  딸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는 나라

 

대한민국 만만디 !

 

 

*연산군묘의 문화재 지정번호 : 사적 362호(지정일 : 1991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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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출근길

창작 Produktion 2012. 6. 30. 23:1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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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이른 아침 전철은

번듯한 직장인들을 집어 삼키고 내어 뱉는다

 

토요일 이른 아침 전철은

헐벗은 생활인들을 실어 나르고 헉헉 거린다

 

어둡고 굳은 표정으로 문간에 기댄

중년 사내의 작업 조끼 속 셔츠는

여름 감기로 고열에 시달릴지 모를 아이의 거친 숨결에 펄럭이더라도

그의 작업화는 일터를 기다린다.

 

배차 간격만 줄어들 뿐 주말이 없는 전철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땀으로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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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천국

창작 Produktion 2012. 6. 17. 09:5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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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간 이어져온

홍천 구만리 산간 마을과 강원도 일대

고속도로가 산과 산을 꿰뚫자

굿샷을 위해 산을 밀어 버리려 한다.


상수원을  따라

소에 여물을 주는 농장과

그물망을 치고 오이를 키우는 농가 

올챙이와 청개구리가 모 사이로 헤험치는 농토

그 우로

하늘 다람쥐가 헤치고 다니는 숲이 

파헤쳐지고

제초제와 농약 살포로 범벅될

미끈한 텔레토비 동산이 들어선다고 한다.


양순한 공무원을 구워 삶고

뒷돈을 찔러 주민을 매수하고

저항하는 주민 27명을 생계형 범법자로 만든

파괴자들은 

오원춘 만큼 무시무시하게

농민의 삶터와 희귀 동식물의 터전을

냉혹하고 끈질기게

갈갈이

절단내고 있다.


너희들 파괴자들아 

 

너희들의 홀인원은 토지의 피멍이며

너희들의 돈벌이는 농민의 절규이다.


소박한 산간 마을의 삶을

너희들의 더러운 천국으로

짓밟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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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효과

창작 Produktion 2012. 5. 27. 09: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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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벼룩시장에서

용케 팔려가지 않고 있던 스퇴릭히의 세계철학사 2권

새주인을 만났다.

 

세상을 다스리는 자

나서지는 않는다고 말한 노자 선생의 말은 여전히 오리무중

물밑 작업이라도 한다는 거요?

 

오랜 사유의 퇴적물에선 쉰내가 난다.

 

도종환의 시창작 교실

 

말 하나가 시상을 뒤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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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병아리

창작 Produktion 2011. 6. 26. 20:4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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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한 병아리를 이웃으로부터 받아 엉겹결에 키우게 됐을 때 사실 달갑지 않았다. 육식을 하는 인간이 동물을 키운다는데 거부감이 든 것일까. 주중 퇴근길에 닭갈비를 먹자는 친구의 연락에 웬지 거부감도 감돌았다. 이 병아리를 받은 첫 날만 하더라도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팔팔하고 시끄러운지 이게 병아리인지 참새인지 모호할 정도였다. 내가 박스에서 병아리를 빼주면 날 엄마로 알고 졸졸 따라왔고, 내가 멈추면 자기도 멈춰서 내 발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주간 동안 거의 매일 늦게 귀가하다 보니 녀석의 동태에 관해 조용히 찍찍거리며 들리는 소리 외에는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는데, 어제 토요일 점심에 외출할 일이 있어서 박스의 밑판을 갈아주려고 녀석을 빼냈는데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게 이상했다. 외출해서 돌아보니 다소 많이 쏟아놓은 자신의 배설물 위에 쓰러진 병아리가 힘겨워 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병아리는 더 힘겨워 했고 날개와 다리가 맥없이 바닥에 퍼져 갔다. 늦은 시간, 헝겊 덮개를 벗어나 물과 모이가 담긴 병에 기어오르려고 하는데 힘에 부쳐하는 것 같아 손으로 몸통을 잡아 물을 먹여 줬더니 잘 먹는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물을 먹이고 나서 바닥에 놓으니 머리를 들기 힘든지 머리마져 바닥에 떨구고 부리를 뻐끔거리면 숨을 쉬었다. 점심 이후부터 줄곧 조용히 있다가 늦은 밤에 가끔 소리를 내는게 소생하는게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었지만, 새벽에 깨어난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움직이지 않는단다. 가서 보니 이미 굳어 있었다. 집사람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병아리는 초기에 백열등의 열로 보온을 해주는 등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했다. 오래 전에 유정란 산지에서 들어본 바에는, 기력이 약한 병아리에게는 삶은 달걀 노른자를 먹여 주기도 한단다. 아무튼, 우연찮게 오게된 이 손님을 나는 오늘 아침 갱지 봉토에 싸서 강둑 상단의 나무 옆에 호미로 땅을 파 묻어 주었다. 값안나가 대거로 내다 팔리는 숫놈 병아리 중 한 마리가 호기심어린 한 이웃의 아이에게 팔렸다가 소음 때문에 다른 이웃에게 넘겨 진 후 한 주를 보내고 생을 마친 것이다. 짧은 생이 아쉽긴 하지만 다 커서 목이 잘려 끊여지거나 튀겨져 살점만 빼고 뼈다귀만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둔치에 묻힌 게 그래도 더 나은 최후로도 보이지만 생을 어디 최후만을 놓고 볼 수 있는가. 썩어서 나무의 뿌리를 통해 줄기로 올라가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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