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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12 명절 이후

명절 이후

책들 Bücher 2013. 2. 12. 17:5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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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집의 보일러가 망가져 아직까지 감기 몸살에 시달린다. 이날 사람을 불러 보일러를 고친 후 초저녁에 시골로 가는 버스는 명절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오늘까지 쉬면서 <차라투스트라...>를 다 읽고, 역시 6년 여 전 읽다 그친 하버마스의 대표작을 읽기 시작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낭만적 시기와 실증주의적 시기, 그리고 철학적 시기로 구분되는 세번째 시기의 첫 작품으로 니체가 자신의 철학을 문학적으로 제시하는 서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니체의 낭만시기와 실증주의 시기의 작품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다. 낭민시기의 주요 작품은 <비극의 탄생>과 <반시대적 고찰>이며, 실증주의 시기의 주요 작품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아침놀>, <즐거운 과학>, <선악의 저편>, <안티 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이고, 세번째 시기의 대표작은 <힘에의 의지>인데 이 작품은 미완성 유고로 남아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4)로 시작되는 세번째 시기에 <힘에의 의지>가 유고로 남게 된 것은 1889년 니체가 토리노의 광장에서 졸도하고 이후 1900년 사망하기 까지 정상적인 작품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니체의 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작품으로 <차라투스트라..>가 손꼽히는 이유는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니체 스스로가 자신의 주제의식을, 플라톤의 대화편과 같은 문학적 양식과 신약 공관복음과 같은 신화적 틀을 차용해 제시하려는, 형식 창조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단지 실존철학과 유사한 분위기의 서술만 있을 뿐, 뚜렷한 철학적 개념이 보이지 않는 이 작품에서 니체는 철학적 여과장치 없이 독자의 이해에 직접 닿으려 한 것이며, 이런 여과장치 없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의 전기작, 그리고 미완성 편린을 읽어 보라는 주문으로 볼 수 있다.

 

하버마스는 1990년대 구소련의 몰락 이후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좌파 이론의 구심점으로 부상한 독일 비판이론 2세대의 대표자인데, 실상 그의 후기작이면서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의사소통행위이론>은 1981년에 나온 것이며, 하버마스의 주요 활동시기는 60~80년대였다. <의사소통행위이론>은 갈수록 첨예화되는 자본의 시대에 새로운 실천적 대안으로 합리성에 기반한 소통행위론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배경과 근거를 서구의 다양한 지적 전통을 통해서 재구성하고 집대성한 주도면밀한 작품으로서, 90년대에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졌지만 비교적 정확하고 충실한 번역이 2006년에야 나온 사실은 한국사회의 지적 불안정과 불성실을 반영한다.

 

한편 하버마스는 한국과는 독특한 인연이 있다. 1996년 극진한 국내 초청을 받기도 했고, 송두율이 2003년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공판과정에 있을 때 담당 재판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한 때 자신의 지도학생이았던 송두율에 대한 단호한 구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실천적 지식인이자 성실한 학자로서의 품격이 노년을 빛내는 점에서, 그는 60~70년대 그의 이론적 주적이었던 미셀 푸코나 들뢰즈와는 극명히 다른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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