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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하디'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1.07.12 토마스 하디의 마지막 소설
  2. 2011.04.22 테스 : 인습의 사슬을 끊는 순수
  3. 2011.04.17 기쁨의 힘
  4. 2011.04.11 개성의 단독성

토마스 하디의 마지막 소설

문학 Literatur 2011. 7. 12. 17:1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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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는 처녀들의 계략으로 아라벨라와 급작스럽게 결혼한 후 잦은 다툼을 겪다가 사실상의 파혼단계에 들어간다. 얼어붙은 연못의 한 가운데까지 걸어들어가 자살까지 시도하다가 아라벨라와 처음 데이트할 때 갔었던 술집에 간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절망하는 인간들, 가치 없는 인간들이 정기적으로 행하는 판에 박은 수단이다. 이제야 그는 왜 사람들이 술집에서 술타령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토마스 하디, 『이름없는 주드』1 Jude the Obscure(1894/1912) 정종화 역(민음사, 2009, 1판 3쇄), 128.

이 소설에서 중심적으로 나오는 지명으로,  이 책 서문 뒤에 하디의 웨섹스라고 나오는 영국 남중부 지도에 '크라이스트민스터'라는 지명이 있다.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런 지명은 없었다. 위치상으로나 작품의 흐름상 옥스포드를 말하는 지명이 분명해 보인다. 한편 지도를 보면 전에 읽었던 『테스』 에서 나왔던 지명도 보인다. 블랙무어 계곡, 에민스터, 트랜트리지, 체이스 숲, 샌드본, 그리고 스톤헨지의 남부 웨섹스『이름 없는 주드』의 무대는 이 보다 북동쪽인 메리그린, 크라이스트민스터 등의 북부 웨섹스로 옮겨진다.  소설이 사실을 반영한 허구이듯이 이 작품의 지명도 그런듯 하다. 아래는 실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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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 인습의 사슬을 끊는 순수

문학 Literatur 2011. 4. 22. 18:0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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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후반부는 숨가뿐 속도감을 일으킨다. 옮긴이 말대로, 이 책은 단지 연정소설이 아니라 자연권과 인습의 문제, 종교적 열정의 문제 등 굵직한 주제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시간관계상, 급히 체크한 부분을 옮긴다.

"그날 밤 그가 얕잡아 비하하던 연인은 그녀의 남편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에인절 클레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자신의 한계점이 만든 것이었다. 편견에서 해방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이십오 년 동안에 형성된 모범적이고 진보적이고 마음씨 착한 청년도, 놀라서 어린 날의 가르침으로 움츠러들면, 아직 습관과 인습의 노예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밟아 온 행적보다는 성향에 의하여 그녀의 도덕적 가치가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젊은 아내가 본질적으로 똑같이 악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충만해 있는 다른 여인들네들만큼이나 르무엘 왕의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어느 예언자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며 스스로 그런 것을 깨달아 알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예언자도 아니었다. 더구나 이런 경우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데, 그것은 보호막 없이 유감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멀리 떨어져 있어 모습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 존경되는 것은 거리가 결점을 예술적 덕목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테스를 그녀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보면서 그는 그녀의 본질을 보지 못했으며, 흠 있는 사람이 완전한 사람보다 훌륭할 수 있음을 잊고 있었다."

『테스』2, 75.

"조심스럽게 꿩들을 죽이는 동안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에게는 육체적 고통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데!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도 아니고, 피를 흘리는 것도 아니야.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 데 쓸 두 손이 아직 멀쩡한데 말이야." 그녀는 자연 속에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회의 인위적인 법 때문에 죄인이 되었다는 부질없는 생각에 눌려 고통스러워했던 지난밤의 담담했던 마음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상동, 98.

개종자로서 알렉 더버빌의 재등장은 경악스럽다. 급작스러운 개종은 그래서 의심스러운 것인가. 한편으로 알렉의 재타락은 구제할 수 없는 열정이다.

"테스, 내 사랑, 당신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나는 구원의 길을 걷고 있어소!" 그는 테스가 어린애인 것처럼 마구 흔들었다 ㅣ "왜 날 유혹했어요? 그 눈과 입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나는 누구보다도 확고부동한 결심에 차 있었어요. 이브 이후 그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입은 세상에 없었던 것이 확실해요!"

상동, 174-175. 

"그는 약해진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에는 세속적이고 종교적인 신앙이 사라지고 없었다. 개종 이후 그의 얼굴 주름에 숨어 있던, 전날의 발작적인 욕정의 잔해가 깨어나 부활한 것 같았다. 그는 어정쩡한 태도로 밖으로 나갔다.
  더버빌이 오늘 약속을 깬 것은[농민들에게 하기로 한 설교를 팽개치고 테스를 만나러 온 일] 한 교인의 단순한 타락이라고 했지만 에인절 클레어의 생각을 반복한 테스의 말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그녀 곁을 떠난 다음에도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지켜 온 자신의 입장이 확실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능성 때문에 전신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말없이 걸었다. 그에게 있어서 갑작스러운 개종은 이성적 판단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잠시 충격을 받아 새로운 감각의 만족을 찾던 경솔한 남자의 단순한 변덕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상동, 176.

"'정의'가 행해지고 신들의 대수장(首長)이, 아이스킬로스의 말대로 테스와 희롱을 끝낸 것이다."

상동,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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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힘

책들 Bücher 2011. 4. 17. 15:2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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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밤, 달리는 짐마차의 범포 속에서 테스가 사랑하는 연인 에인절의 계속되는 청혼을 어렵게 승낙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에게 작용하는 사회적 압박이 지금 시점에서는 진부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모르나, 인간을 압박하는 사회적 규약은 지금 시대에도 다른 형태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그 결혼에 승낙을 했어야 했는지도 몰랐다. '기쁨에 대한 욕구'는 모든 피조물에 널리 퍼진다. 조수가 가날픈 해초를 흔들듯 그 목적을 향해 인간을 흔드는 거대한 힘은 막연한 사회적 규약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

『테스』1, 340면.

결혼 첫날 밤, 테스의 고백을 듣고 에인절은 폭풍같은 심적 고통 속에서 강직하면서도 신중한 결단을 내린다.

"그녀가 흐느끼면서 등을 뒤로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에인절 클레어를 제외하고는 어떤 남자의 마음도 돌려놓을 만큼 애처로웠다. 품성이 한없이 부드러운 옥토 속에 들어 있는 철광처럼 논리라는 단단한 매장물이 숨어 있어 그것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모조리 그 끝이 뒤집어지게 마련이었다. 바로 그것이 교회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았고 또 이번에는 테스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의 애정 자체가 불이기보다는 빛이어서 이성이 관계된 일에서는 믿지 않으면 따르는 일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지성으로는 경멸하면서 감각적으로는 매혹되는 감수성 강한 사람들과 대조를 이ㅣ 루었다. 그는 그녀의 흐느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일단 꿈이 외형에 의하여 조롱된 것을 알고났을 때 직선적인 마음을 끊임없이 좌절시키는 반감의 파도가 아직도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감의 파도 아래에는 동정심이라는 역류가 흐르고 있어 세상일에 능숙한 여자라면 그것으로 그를 정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테스는 그 점을 이용하지 않았다."

『테스』2(민음사, 2009, 1판1쇄),34-35면.

그리고 인습이 불러 일으키는 비난은 단지 이들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클레어의 심려가 본능에 따를 수 있는 테스의 은밀한 희망을 짓밟는다.
   
"자연은 여우처럼 교활하여 지금까지 테스는 클레어를 향한 사랑에 눈이 현혹되어 있었으며, 그 사랑이 활력을 받아 아기를 갖는 결과를 낳고 자신에게만 주어진 불행이라고 슬 ㅣ 퍼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상동, 39-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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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의 단독성

책들 Bücher 2011. 4. 11. 08:5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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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부터 토마스 하디의 『테스』1 Tess of the D'Urbervilles(민음사, 정종화 역, 2009 1판 1쇄)를 읽고 있는데, 한 비극적 여인의 일생을 다룬 점에서 호돈의 『주홍글씨』에 대한 영국판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이 책처럼 무겁지만은 않은 듯 하다. 영국 서남부 땅끝의 벽촌 블랙무어 계곡의 한 순박하고 예쁜 소녀 테스 더버필드가 천박한 양친의 허세에 밀려 벼락출세해 낙향한 '친지' 더버빌 가에 갔다가 겪게된 사건 이후, 그녀는 독립을 위해 찾아간 낙농가에서  옛시절 눈이 마주친 젊은 귀공자 에인절 클레어를 만난다. 클레어는 성공회의 복음주의계 목사의 삼남으로 아버지의 기대를 져버리고 목회의 길을 가지 않고, 런던에 나가 도시생활을 하다가, 도시 생활에 대한 비합리적이라 할 만한 기피증에 걸린 후, 새로운 인생의 출발로 식민지나 영국의 시골에서 낙농업을 하기 위해 견습차 테스가 찾아간 크릭의 목장에 와있었던 것이다. 지체 높은 신분으로 처음에는 여기서 일하는 일꾼들을 주의깊게 보지 않던 클레어는 이들과 생활하면서 책에서 접했던 구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 책의 구절은 이렇다. 

"지능이 높을수록 다른 사람에게서 각자의 다른 점을 이해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은 사람 사이의 차이점을 보지 못한다"(『팡세』의 서문 중, 213면에서 재인용)

거미의 종류는 무려 2만종이라고 하며, 한국에만 750종의 거미가 있다고 한다. 인간종은 차지하고라도, 사람의 개성은 또한 얼마나 다른가. 특정 부분에 특출난 인사가 특정 부분을 기준으로 만들어낸 징벌적 등록금제는 이런 점에서 몰인격적일 뿐만 단세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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