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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Film 2012. 12. 16. 16:3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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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이 영화(2008)는 몇 년 전부터 사전 정보 없이 제목 만으로 끌린 영화로 정치적 메타포가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지독한 범죄 스릴러 속에서 그런 의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상적이라고 할만한 악한이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혹은 관련없는 많은 인물들이 죽어 나가고, 를르윈의 부인은 암으로 죽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직후 예감했던 살인마 안톤을 만나게 된다. 를르윈과 그의 부인을 도와주려 했던, 대를 이어 공무를 수행하는 늙은 보안관 에드는 무기력한 치안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이 영화를 분석한 글을 보니 모든 장면과 대사들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일관된 유기적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포스터가 보여주듯,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전지한 눈이 두 개의 태양처럼 돈가방을 들고 도주하고 있는 를르윈 모스를 가련히 응시하고 있으며, 은퇴를 앞둔 경험많은 보안관은 이런 운명을 알고 있으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 영화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음악의 도움 없이 단단한 스토리라인 위에 영상을 펼쳐나가는 기법이다. 유일하게 음악이라고 할 만한게 나오는 장면은, 안톤에게 총격을 당한 후 멕시코로 넘어가 길바닥에서 잠든 를르윈을 깨우는 멕시코 전통 거리악단의 연주 뿐이다. 대사와 결합된 영상의 진중한 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정치적 메타포를 끌어낸다면, 젊은이는 욕망으로 움직이는 반면 노인은 이런 욕망을 헛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러나 욕망이 없으면 사회는 죽은듯한 정적만 있을 뿐이다. 이 욕망은 단지 돈에 대한 욕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를르윈이 돈가방을 트레일러에 가져온 후, 운전대에서 죽어가는 멕시코 마약상이 물을 달라는 간청을 기억하며 수통에 가득 물을 채우고 다시 총격지점으로 간 이유는 단지 동정이 아니라 인식의 욕망이었다(물론 를르윈이 다시 가지 않았더라도 돈가방에 들어있는 수신기 때문에 안톤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다). 청춘은 욕망의 놀이터에서 자신을 회전시키고 이런 회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래서 그 덕분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네티컷주의 초등학교 부속 유치원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에 노출된 미국에서 총자루에 의지한 올드 보이는  극심한 자기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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