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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3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문학 Literatur 2010. 4. 3. 18: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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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초에 나는 이런 글을 쓰면서 서머셋 모옴을 의식중에 메모해 둔 것 같다.

"토요일 오후, 횡성과 둔내의 국도를 거쳐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해 동해에 갔다. 둔내로 넘어가는 횡재를 어두운 밤에 넘고 싶지 않았는데, 횡재를 올라갈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산속에서 선명하게 잡히는 배철수를 듣고 있었는데, 서머셋 모옴은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은 여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배철수 자신은 그런 사람이 못되 여행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밤길이 여행을 가는 길은 아니지만, 은근히 자랑으로 들렸다."

오늘, 모옴의 『달과 6펜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독창적인 소설형식이면서도 진중하면서도 매끄러운 서술이 돋보인다.  그의 작가론은 성공보다는 유희를 지향한다.  

"어떤 책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봐야 한철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 책을 산 독자에게 그저 몇 시간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또는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애를 썼으며, 얼마나 쓰라린 체험을 하였고,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아무도 모른다...구상에 고심한 책도 많다. 심지어는 평생의 노고를 바친 책들도 있다. 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ㅣ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셋 모옴,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 송무 역(민음사, 2008, 1판 31쇄), p.16-17.

이어지는 문장에서 모옴은 그 이유를 서술한다. 독창성이란게 얼마나 기만적인지 보여주는 구절이다.

"젊은 세대는 자신의 힘을 의식하고 소란을 떨면서, 이제 문을 노크하는 일 따위는 걷어치우고 함부로 들어와 우리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사방이 그들의 고함소리로 시끄럽다. 나이든 사람 가운데에는 젊은이들의 괴이한 짓을 흉내내면서 자기네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애써 믿으려는 이들이 있다...그들은 가버린 청춘의 꿈을 되살릴 수 있을까 하여 눈썹도 그려보고, 분도 발라보고, 화장도 덕지덕지 해보고, 흥겹게 떠들며 놀아보는 가련한 바람둥이 여자같다. 지혜로운 이들은 점잖게 자기들의 길을 간다. 그들의 그윽한 미소에는 너그러우면서도 차거운 비웃음이 깃들여 있다. 그들은 자기들 역시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소란스럽게, 그들처럼 경멸감을 가지고 안일에 빠져 있던 구세대를 짓밟아왔던 일을 기억한다. 또한 지금 용감하게 횃불을 들고 앞장선 이들도 결국은 자기들의 자리를 물려주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마지막 말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말하는 당사자에게는 잘못 새롭게 여겨지는 용감한 말도 알고 보면 그 이전에 똑같은 어조로 ㅣ 백 번도 더 되풀이되었던 말이다. 추는 항상 좌우로 흔들리고,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

상동, p.17-18.

그러므로 모옴에게 경탄할 만한 젊은 시인들(키츠, 워즈워스)의 열정도 따분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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