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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0.11.27 김수영의 말자취
  2. 2010.11.23 김수영 산문집
  3. 2010.11.20 늦은 가을 볕 때문에

김수영의 말자취

책들 Bücher 2010. 11. 27. 22:4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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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후의 우리 사회의 문학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 술을 훨씬 안 먹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것으로 그 이상의, 혹은 그와 동등한 좋은 일을 한다면 별일 아니지만, 그렇지 않고 술을 안마신다면 큰일입니다...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랑을 마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였습니다...뒷골목의 구질구레한 목로집에서 값싼 술을 마시면서 문학과 세상을 논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 않는 나라는 결코 건전한 나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1963.2. '요즈음 느끼는 일')

『김수영 전집2 : 산문』(민음사, 2008, 개정판 6쇄), 51면.

"<제정신>을 갖고 산다는 것은, 어떤 정지된 상태로서의 <남>을 생각할 수도 없고, 정지된 <나>를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제정신을 갖고 사는><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것이 <제정신을 가진> 비평의 객체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창조생활(넒은 의미의 창조생활)을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창조생활은 유동적인 것이고 발전적인 것이다. 여기에는 순간을 다투는 어떤 윤리가 있다. 이것이 현대의 양심이다...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이란 끊임없는 창조의 향상을 하면서 순간 속에 진리와 미(美)의 전신(全身)의 이행을 위탁하는 사람이다."(1966.5. '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없는가')

상동, 187면.

"독특한 시를 쓰려면 독특한 생활의 방식(즉 인식의 방법)이 선행되어야 하고,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문단에 등장을 하는 방식 역시 이러한 생활의 방식에서 ㅣ 제외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남의 흉내를 내지 않고 남이 흉내를 낼 수 없는 시를 쓰려는 눈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면, 자기가 문단에 등장하고 세상에 자기의 예술을 소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것이 독자적인 방법이냐 아니냐쯤은 한번은 생각하고 나옴 직한 문제이다...성급한 규정을 내리자면 예술가는 되도록 비참하게 나와야 한다. 되도록 굵고 억세고 날카롭고 모진 가시면류관을 쓰고 나와야 한다.이런 비참한 가시면류관의 대명사가 <현대문학>지의 추천시인이 될 수 있는가...그것은 두부가시로 만든 면류관이다."(1967.2.'문단추천제 폐지론')

상동, 190-19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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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산문집

문학 Literatur 2010. 11. 23. 10:5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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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전집 2편인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시보다 재미있는 글같다. 생활인의 감각과 잡기 뿐만 아니라 문학판에 보폭이 넓던 김수영에게 비추인 동시대 문인들에 평가도 볼 만하다.  그 당시 이미 고인이 된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을  현대어 감각을 상실한 인간으로 몰아붙이는 산문의 말미에 그에 대한 치기어린 우정도 보인다. 이어령과의 지상논전은 요즘세대의 댓글논쟁에 못지 않다. 젊은이들이 종로 뒷골목에서 값싼 술을 마시며 문학과 세상을 논하지 않는 세태는 잘못된 것이라며 동네 술친구와 노닥거리는 그는 마치 친근한 40대 동네 아저씨의 풍모를 보이지만, 몹시 피로해 보인다. 시대의 폭정에 짓눌렸고 글쓰는 생활의 폭압에 시달리며 돈안되는 양계나 날림 번역의 유혹도 넘나드는 시인에게 시는 세파를 가르는 닻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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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가을 볕 때문에

문학 Literatur 2010. 11. 20. 22:2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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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판 김수영 시 전집을 마져 다 읽었다.  이 사람의 시가 이 사람 삶의 응축판이 될 수 있다면, 아무리 따스한 주말의 오후 햇살이라고 해도 이렇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건지 의아한 점이 없지 않지만, 최소한 시인이 남긴 말자취만은, 비록 중간 졸기는 했지만 일단 쫏았다고 밖에 더 할 말이 없을 듯 싶다. 특히 '나가타 겐지로'에서 집중적으로 졸음이 쏟아져 여닐곱 번은 시집을 다시 뒤적였다. 

시를 쓴다는 일은 쉽지 않다. 김수영도 중간 중간에 시를 쓰는 생활의 핍박을 통로한다. 쓰기 어려운 시만큼 이해하기 힘들고, 쉽게 쓰여진 시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의 막판에서 다이스케의 형은 부정을 일으킨 다이스케를 몰아붙이여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은 위험하다"고 했다.
 
웬지 그 시대, 군사정권의 발끈기에  그가 위험한 인물로 몰린건 아닌건지, 그의 급작스러운 죽음이 지금 불현듯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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