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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Beschreibung 2021. 2. 11. 02:2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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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졸업 후 토요일마다 양선생님의 세미나팀에 참석하면서 주중엔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나에게 한번은 양선생님이 뭐하러 그런 시험준비를 하냐고 하면서 오히려 장선생님한테 가서 석사과정을 마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하셨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른 학교로 옮기는 일은 오래 전부터 작정한 일이라 나는 쉽게 마음을 바꾸지 못했지만, 다시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 일단 시험은 보되, 만약에 떨어지면 그 학교에 재수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장선생님을 찾아 갔다. 이때 어떤 상담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면접시험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전에 내 의도를 밝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분명한 것은, 장선생님은 나를 기꺼이 지도학생으로 받아줄 수 있다는 용의였다. 

 

결국 나는 가려고 했던 학교의 대학원 시험에 탈락하고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 면접시험을 봤다. 이때 면접 자리에 있던 철학과 교수님들은 뭐하러 여기에 다시 왔냐고 타박하진 않고 잘해 보라는 덕담을 주는 정도였다. 이때 한 교수님이 이런 취지의 조언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대학원에서 공부는 학생이 교수 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아무튼 면접은 통과했고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코스웍에 들어가기 전, 장선생님의 지도학생으로 등록한 나와 두 명의 대학원생이 첫 학기에 읽을 텍스트에 관해 상의하기 위해 장선생님을 만났다.

 

사전에 나는 환경철학에 관한 세미나가 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다소 실망스러웠다. 당시에나 지금에나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나 나는 좀더 전통적인 텍스트를 접해보고 싶었다. 이때 선생님은 우리에게 자신의 철학적 주제의식을 밝히면서 왜 환경철학을 이번 학기에 해야하는지 설명을 하면서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제시해 보라고 했다. 사실 대학원에서 수업의 주제에 관해 사전에 학생과 교수가 협의하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좀더 강하게 우리의 의견을 모아서 설득력있게 제시했다면 수업의 주제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생님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고, 동양철학을 하는 대학원생과 함께 4명이 장선생님의 지도 아래 환경철학에 관한 텍스트를 분담 발제하고 토의하는 수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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