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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들 중 대표적인 사안은 서울(수도권)집중화와 대학 서열화다. 서울집중화는 참여정부의 사례처럼 정치적인 힘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문제지만 대학 서열화는 서서히 균열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SKY 수시 합격생들, 특히 이공계에서 대거 미등록 사태가 벌어지는 현상은 단지 의약대로 그 합격생들이 이탈하는 것으로만 해석될 수 없는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일단 대학 서열화가 지속되기 힘든 일차 요인은 인구소멸에 있다. 나는 인구소멸의 중요요인을 계속 출생률 저하의 탓으로 돌리는 일반적 해석은 배제한다. 인구소멸이나 출생률 저하는 사회변동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학령세대의 급격한 축소로 서열의 지층이 무너짐에 따라 일부 대학과 비인기 학과가 사라지는 현상은 대학 서열의 붕괴 못지 않게 연구역량의 기반도 침하시킨다.

대학서열화의 지속불가능성에 관한 이차 요인은 서열화가 더이상 경제적 실효성에서 뿐만 아니라 상징적 지위의 역할에서도 힘을 잃고 있는 현상에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30대 명퇴론이 나도는 한국에서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의약대에 대한 전통적인 인기를 더욱 격상시킨다. 하지만 의약대도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한편, 상징적 지위의 상실은 단적으로 현정권이 보여준다. 대학 서열의 최정점에 있는 집단들이 벌이는 실정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째, 단기적 학력측정을 통해서는 더이상 현재와 미래의 산적한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학력측정은 서열화를 위한 주요수단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시험을 잘 보는 이가 과연 인재인가? 시험은 유일한 측정수단이 아니라 측정의 한 수단일 뿐이다.

대학 서열화는 정책적 역량으로 해소할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그 전에 자연적으로 보일 만큼의 사회변화로 그렇게 될 소지가 크다. 힘들일 필요없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대학을 나왔냐는 것으로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우선적 순위로 삼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해병대 출신처럼 단지 순간의 경외심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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