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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바스의 『키메라』(1972)를 절반 못미쳐 읽고 있는데, 너무 지루해서 내일 반납할지도 모르겠다. 웬만한 소설이라도 별 흥미가 없어도 완주하는데, 이야기꾼은 저혼자 신화를 비틀어대며 주절거리기에 여념없고 독자에게 글자는 맺히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 천일야화를 바탕으로 한 첫번째 노벨라 '두니자디아드'는 그래도 읽을 만 한데, 페르세우스를 다루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메타 이야기인 두번째 노벨라 '페르세이드'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 소설가이자 이론가의 면모를 물씬 보여주는 작품인데(노먼 메일러가 『밤의 군대들』이라는 악전고투의 경험에 바탕한 소설로 힘겹게 획득한 67년 전미도서상을 바스는 이 책으로 수상했다), 아무래도 나한테는 이런 방식, 그러니까 이론화를 위한 좋은 미끼같은 지독한 실험적 형식이자 상상력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소설 보다는 좀 더 리얼리티에 근접한 소설이 취향에 맞는듯 하다. 바스같은 작가에게 리얼리즘이란 한물 가고 구태의연한 양식이겠지만서도, 웬지 상상 속에서만 분탕질을 하는 작가가 괴기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텍스트 : 『키메라』이운경 역(민음사, 2010, 1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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