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문학 Literatur 2018. 7. 17. 07:4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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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 영화에서 숱하게 본 <올리버 트위스트>나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위대한 유산>과 같은 영화를 보고 달콤한 감동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작품을 직접 읽어 본 것은 <두 도시 이야기>일 뿐이며,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단편과 산문을 모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요즘 틈틈히 읽는 중이다. 후자의 작품은 다른 명칭을 부여한다면 <크리스마스의 유령 이야기>라 해도 부당하지 않을 것이다(실제로 이런 이름으로도 출간). 그는 크리스마스라는 축제의 시간을 산자와 더불어 죽은자에 대한 기억도 불러 일으켜 나누는 일종의 제사와 비슷한 의례, 그러나 형식적이지 않고 진심어린 기쁨과 염원의 장소로 담고 있다.

얼마 전에 본 클린트이스트우스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히어애프터>는 사실 주제를 디킨스에게서 빌려 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이나 직접 인용에서 디킨스에 의존하고 있다. 작가가 그의 작중 인물들의 유령에 둘러싸여 있는 그림은 괴기하지만 또한 기발한 발상이기도 하다.

사회현실에 대한 고발에서 시작해 영혼의 문제으로 치고 들어가는 위대한 시대의 작가이지만 크리스마스 편에서 보이는 세상사에 대한 소박한 긍정과 인정은 소시민의 따뜻한 심성을 드러낸다. 일년 내내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때라도 위로의 시간을 나누자는 것은 어려운 사회 현실에 대한 순응으로도 보이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에도 우애롭지 않다면 다른 시즌도 볼 것 없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는 특정 시기라고도 볼 수 없다.  노동과 축제가 뒤섞이긴 어렵지만, 노동과 축제가 한점으로 수렴하려는 경향으로 가는 것이 인류가 이룩해낼 미래사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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