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콘래드, 『어둠의 속』(1899)

책들 Bücher 2010. 7. 24. 20:2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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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대로 집중해서 못봐서 그런건지, 번역이 시원찮은 것인지, 보고 난 후 느낌이 아리까리하다. 혹은 원작으로 코폴라에게 영향을 끼쳐 80년 후 개봉된  『지옥의 묵시록』의 영상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콩고의 원시림은 캄보디아의 밀림으로 대체되었지만, 커츠라는 신비의 베일에 싸인  이름은 동일하다.  

10대 시절부터 동양으로 나가던 배를 타다가 항해사, 선장의 지위까지 오름으로써 성공한 뱃사람으로 장성한 폴란드 출신의 콘래드는 생생한 선박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19세기 말의  영국 문단에 서서히 이름을 드러냈다. 일찍 부모를 여윈 고독한 소년에게 바다의 냉정한 고요와 격로는 젊은 심장을 단련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콘래드가 만약 문학의 길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 그는 아마도 선장생활로 인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에게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는 끊임없이 배를 타고 나가고 싶어하는 욕구의 대체물이다. 한편, 뱃사람의 경력으로 본다면, 허먼 멜빌은 조셉 콘래드에게 풋내기에 불과할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등장인물이 화자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가는 나레이션기법이다. 밤안개가 깔리며 세계의 끝까지 이어질듯한 템즈강에서 말로우가 동료들에게 상아를 쫏아 콩고에 갔던 얘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소설은 시종일관 전개된다. 소설의 시작과 중간에 필자의 개입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으나, 매우 이례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오디오북을 미리 예견한 것일까? 이 소설은 말로우라는 인물을 가상설정해서 말로우가 낭독하는 오디오북으로 듣는다면 더 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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