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폭력

문학 Literatur 2011. 8. 10. 09:4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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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그의 가족과 함께 세번째로 옮겨간 복숭아 농장의 천막촌에서, 파업을 일으키고 외부로 쫏겨난 케이시를 만나게 된다. 경찰과 협력해 파업 잔당을 몰아내려는 주민이 곡괭이 자루로 케이시를 가격해 숨지게 하자 톰은 그 자리에서 이 살인자를 동일한 방법으로 쳐죽인다. 톰의 가족은 톰으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가족을 떠나 멀리 도망치려던 톰은 어머니의 만류로 이날 밤 톰의 가족이 네번째로 옮겨간 목화밭 유개화차 주변 개울가의 덤불과 배수로에 몸을 숨기게 된다. 맥알레스터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형기를 마치고 가석방되었던 톰 조드는 다시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한 번의 살인은 정당방위에서, 또 한번의 살인은 부당한 폭력에 대한 항거로. 다음은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코뼈가 부러져 집에 들어온 톰이 가족들에게 하는 말 ]

"그 사람[톰 조드]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죠. '그래. 교수대에서 깨끗이 죽자. 내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기분이 스컹크 한 마리를 죽였을 때랑 별로 다르지 않다고요."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2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4쇄), 361면.

인간이라고 부르기 합당하지 않은 자를 처단하는 것이 정당함을 작가는 톰 조드의 행위를 통해 주장한다. 매값을 던지며 사람을 두둘겨 팬 M&M의 재벌 2세 같은 놈들을 죽여버리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는 불법이라도 정의의 이름으로는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 전개와 별개로 각 장 사이에 끼어있는 에세이 형식의 글은 특정 개인사의 이야기를 넘어 미국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봄까지 일이 없어. 일이 없다고.
 일이 없으면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거야.
 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땅을 갈고 풀을 벨 때 말을 이용하지. 하지만 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녀석들을 ㅣ 굶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건 말 얘기지. 우린 사람이잖아.
 여자들은 남자들을 지켜보았다. 결국 파국이 왔는지 보려고. 여자들은 말없이 서서 지켜보았다. 모여 있는 남자들의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지고 대신 분노가 나타났다. 여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아직 파국은 오지 않았다. 두려움이 분노로 변할 수 있는 한, 파국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상동, 43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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