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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이 있는 데 지나지 않는 온갖 생명체는 생명(Leben)의 전개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자립성을 상실하고 형태상의 구별이 스러져버리는 것과 함께 생물로서의 존재성을 잃게 되지만 이와는 달리 자기의식이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면서도 여전히 자립성을 지키는 그러한 존재이다. 이로써 자기의식은 스스로가 유임을 자각하여 자기의 고유한 특성을 확보하는 가운데 생명계 전체의 유동성을 몸소 떠안게 되는바, 이것이 살아있는 자기의식이다..."

『정신현상학』, 219.

"자기의식은 우선 단일한 독자존재로서, 일체의 타자를 배제하는 자기동일성을 지닌다. 이때 자기의식의 본질이며 절대적 대상이 되는 것은 '자아'로서, 자기의식은 직접 이 '자아'와 어우러진 가운데 '자아'라는 독자적인 개별자로서 존재한다. 이 개별자는 타자와 맞서 있는데, 이때 타자는 부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성격지어진 비본질적인 대상이다. 그러나 이 타자 역시 자기의식인 까닭에 여기에는 개인과 개인의 대립이 형성한다.
   그러나 갓 출현했을 때의 이들 개인은 서로가 흔히 마주치는 대상일 뿐이어서, 비록 독립된 형태를 띠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의식은 생명이라는 존재-여기서는 생명이 대상과 같은 존재이다-속에 매몰되어 있다. 따라서 이 두 개의 의식은 서로가 직접적인 자기존재를 송두리째 말소해 자기동일적 의식을 지닌 수순한 부정적 존재로서 감당해야 할 절대적인 추상화운동을 수행하는 데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어서, 서로가 독자존재 또는 자기의식으로 대치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이들은 저마다 자기존재를 확신하고는 있으면서도 타자의 존재 ㅣ 를 확신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아직 스스로에 대한 자기확신이 진리가 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진리일 수 있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독자존재가 자신에게 자립적인 대상으로서, 다시 말하면 대상이 순수한 자기확신으로서 나타나야만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인정 개념을 뒷받침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타자가 자기에 대해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도 타자에 대해서 있고, 또 각기 서로가 자기 자신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타자의 행위를 통해서도 저마다 독자존재일 수 있는 순수한 추상화운동(diese reine Abstraktion des Fürsichseins)을 펼쳐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자기의식의 순수한 추상운동으로서 상호간의 행위가 나타날 때, 이들은 각기 자기의 대상적인 양식을 순수하게 부정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하면 어떤 특정한 것에 집착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개별 사안이나 심지어 생명에도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는 이중의 행위로서, 타자의 행위이면서 동시에 자기의 행위이기도 하다. 그것이 타자의 행위인 한은 각자가 서로 타자의 죽음을 겨냥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둘째로 또한 자기의 행위도 포함되어 있으니, 타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곧 자기의 생명을 거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개의 자기의식의 관계는 ㅣ 생사를 건 투쟁을 통해 각자마다 서로의 존재를 실증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상동, 2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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