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복잡성

단상 Vorstelltung 2016. 3. 14. 06: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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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잘 모르지만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구글이 노린 바이기도 하겠지만, 이 게임의 결과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워낙 거세다 보니 바둑 시합 하나에 전세계적인 관심이 쏠린다. 바둑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한 규칙으로 진행되지만 경우의 수가 워낙 크다 보니 복잡성이 증대하는데, 이런 복잡성을 인공지능이 체계로 포착함에 있어 이번 대국이 하나의 전환점을 이뤘다. 3패로 몰리던 이세돌이 어제 첫승을 함으로써 그래도 인간의 자존심을 지킨 형국이지만, 남은 경기와 무관하게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증명으로는 충분하다. 정해진 목적을 향해 규칙준수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은 더욱 격차를 벌려 인간을 추월하겠지만, 상황맥락과 결부된 복잡성에서 얼마나 체계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관철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예를 들어 지방국도에서 자율주행하는 차량 앞에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가 있다고 하자. 자율주행 프로그램상으로 국도상 차량 전면에 갑자기 끼어든 물체 앞에서는 급정거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면 이 차량은 고라니를 충격하기 전 멈출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고라니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것은 국도 옆의 벼랑이 무너지려는 시점이었다고 하자. 물론 이 경우 직접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사태를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약 운전자가 이 지역의 낙석 위험을 잘 알고 있으며 고라니가 낙석으로 인해 피해을 입고 있다는 정보를 안다면 다르게 대처할 수도 있다. 다소 과장된 사례이기는 하지만, 복잡성과 관련해 인공지능이 명쾌한 출로를 열어주지 않는 곳에는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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