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행위이론-서론 이후

책들 Bücher 2013. 2. 16. 12:4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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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하버마스의 이 책을 읽어 나갔는데 속도가 매우 더디다. 몇 년만에 이론서를 보니 그렇겠지만, 쉽지 않은 맥락과 문체이기도 하다. 장중한 서론을 마치고 하버마스는 베버의 합리화이론을 검토한다. 그에 따르면, 역사철학적 합리성 개념과 사회진화론의 기능주의적 개념을 벗어나 분화된 사회형태에 맞춰 합리성 개념을 세운 장본인이 바로 베버다. 베버에 의해 서구의 합리성 개념이 보편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데, 인성의 측면에서 이 계기의 추동력은 종교 합리화에서 일어나며, 사회체제의 면에서 합리화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국가기구의 관료화에서 일어난다.  신칸트 학파의 영향을 받은 베버의 관심사는 인성의 측면에 집중되며, 그의 종교사회학 논문집은 개신교를 통해 직업적 성공이 구원의 은총과 절충할 수 있는, 탈주술화된 목접 합리성의 유형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하버마스가 본론의 시작을 베버에게서 시작하는 이유는, 보편화 가능한 규범의 모델을 베버에게서 재구성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맑스에게서 규범은 자유로운 개인의 연합이라는 미래적 가치에 투사될 뿐 개념화되어 있지 않으며, 그의 비판이론 전임자인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규범적 합리성을 체제의 폭력적 합리성에 묻혀 버렸다.  형이상적 근거에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은 관렴론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진화론의 개념을 차용한 유기적 사회진화론은 자연주의의 오류라는 전통적 비판에 직면하므로, 오직 사회 현상의 정신사적 맥락에서 합리성 개념을 끌어낸 점에서 베버의 숙고된 작업이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베버는 사회 합리화의 보편화 경향이 서구의 전유물로는 보지 않지만, 서구 유럽에서 분명하게 표출된 일련의 흐름으로 본다. 불교에서도 경전과 의식, 집례, 명상의 유형에서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의 역사가 보여준 변화만큼 역동적이지는 않다. 더군다나 발전하는 자본주의의 비상에 면죄부를 주어 세속의 욕망을 종교적 소망과 결합시키는 칼뱅주의적 성과는 시대 침투적이다. 이런 점은 현재 한국 교회에 너무나도 속속들이 그리고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종교가 전부였던 시대에 세속적 동기를 탈주술화된 종교로 합리화하는 정신적 성과와 훈련이 서구에서 물밀듯이 일어난 과정을 베버는 철저히 포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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