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 극복가능한 질병의 하나

문학 Literatur 2011. 6. 1. 14:5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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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문턱까지 갔다가, 우연찮게 들은 음악(브람스의 '알토 랩소디')으로 살기 위한 결단을 내린 후, 입원치료를 받고 결국 우울증이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온 스타이런은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썼으며(처음 발표는 1989년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정서장애 심포지엄 강연, 그리고 Vanity Fair라는 잡지에 이 강연문을 기재), 희미하게나마 그 극복에 대한 소망을 피력한다. 세찬 비를 맞고 길바닥에 떨어진 목련처럼, 근래 벌어지고 있는 젊은 영혼들의 자살 러쉬는 잔혹한 상처에 따라 급습한 우울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스타이런의 유년 시절 경험으로는 불충한 애도 Incomplete Mourning) 우울증이 몰고간 극단의 처방에 자신을 던진 결과일 수도 있다. 의약학 지식에 관해 전문가 수준에 육박하는 독서를 한 저자는 우울증 대처를 위해 상담치료 보다는 약물치료를 더 중시하고(수면제로 사촌지간인 할시온 보다는 달먼으로), 필요하면 입원하는 것도 권장한다. 결국 우울증도 암과 마찬가지로 사투를 벌여야 할 치명적 질병이라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우울증이 재발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고통에 비유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이 다시 발병해도 제법 유연하게 대처하게 되는데, 이미 우울증이라는 도깨비를 겪어본 경험으로 심리적인 조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초로 우울증의 발작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이 병이 ㅣ 지나가야 할 모든 과정을 전부 다 거쳐야만 낫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아니, 그것은 확신에 가깝다. 이것은 힘든 일이다. 안전한 해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엄청난 모독이다. 그러나 모독이 될지라도 반복해서 그런 격려를 보여주면, 그리고 그런 격려가 충분히 끈질기고 헌신적이고 열정적이라면 위험에 빠진 사람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비현실적인 절망 상태에서 과장된 병마와 치명적인 위협으로 인해 갈가리 찢기고 분열된다. 친구, 사랑하는 사람, 가족, 존경하는 사람들은 거의 종교에 가까운 헌신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생명의 가치를 설득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울증 환자에게 생명의 가치는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무가치함과 종종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런 헌신은 무수히 많은 자살을 방지할 수 있다."

『보이는 어둠』, 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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