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서평 : 정치경제학 비판

논문 Abhandlung 2017. 7. 4. 07:5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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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학기 고대문화 연속서평

             

Pre-Capital : 마르크스의 근대 경제사 비판의 원천 탐사3

『경제학 철학 초고』외 : 청년 마르크스가 제기한 노동과 국가의 문제


구일섭

 

순서 


1.유적 존재를 위협하는 노동

2.국가는 아직도 필요한가

3.연재를 마치며

 

1.유적 존재를 위협하는 노동


노동의 한자 뜻을 풀어보면 힘쓸 勞에 움직일 動이다. 한자만 놓고 본다면 뭔가 힘들게 일을 한다는 의미다. 이런 노동이란 말에는 노동을 폄하하는 듯한 역설이 보인다. 즉 노동을 뭔가 피해야만 하는 고충같은 일로 비출 수 있다. 왜 노동에 대한 이런 불손한 생각이 드는 걸까? 누가 감히 신성한 노동을 부정할 수 있을까? 땀흘려 일한 농부의 노동없이 목구멍에 밥을 밀어 넣을 수 있을까? 지배와 전쟁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의 이면엔 장대한 노동의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대해 마르크스라면 냉소적으로 응대했을 것이다. 그 자신도 생계를 위해 철도 사무원 자리에 기웃거렸지만 끝내 룸펜으로 남았던 철학자답게 독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를 가리켜 자기 집안도 건사하지 못한 무능한 가장이라고 핀잔하는 것은 아담 스미스나 칸트를 가리켜 장가도 못간 노총각이라고 비난하는 것만큼 무지한 발상이다. 더욱이 룸펜의 상태는 노동을 색안경을 쓰고 인식한 이 세속의 철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실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여담을 걷어내서 보면, 노동에 마르크스가 투사한 의미를 볼 수 있다. 19세기 영국의 대형 굴뚝에서 솟아나는 거대한 연기 속에서 마르크스는 산업의 혁명적 진보 뿐만 아니라 처참한 노동의 위기를 목격하고 노동을 헤겔의 외화 개념을 적용해 인식했다. 그것은 노동이 유적 존재인 인간의 외화된 활동으로서 인간에게 대립해 있다는 것이다. 즉 노동은 인간에게 이제 낯설어 지고, 원래 인간이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태로 인간 안에서 인간과 대립해 있는 채로 수행된다. 1862년 맨체스터의 공장에서 주당 평균  84시간으로 강제되는 살인적 노동은 분명 노동자에게 대립해 있다. 이러한 살인적 노동 조건은 외양과 법적 형식을 정비해 현재 한국사회에서도 강제된다. 지난 5월 16일 창원의 두산중공업 터빈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은 작업장에서 업무중 지게차에 치여 또다시 사망하는 사고를 비롯해,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도 여전히 가혹한 노동조건이 관철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힘들고 위험하고 고단한 이런 노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모든 노동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노동의 소외가 특정 계급의 노동자가 아니라 인류라는 전체에 일어나는 것인가? 노동 소외의 본질에 대한 마르크스의 서술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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