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두 권

서술 Beschreibung 2010. 1. 7. 09:1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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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현재까지 좀처럼 글을 쓸말한 여유가 없지만,그래도 출퇴근 전철과 깊은 밤에 잠깐식 소설책은 본다. 다시 펼쳐든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중 1편 야곱의 이야기와 조지 오웰의 『1984년』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 『1984년』은 중반에 줄리엣의 고백으로 다소 상투적이긴 하더라도 예상못한 반전이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해 진다. 야곱의 이야기는 몇 줄 안되는 구약의 구절을 현실감있게 복원시키는 토마스 만의 주도면밀한 상상력에 빨려 든다. 실제로 토마스 만이 근동을 답사하고 취재를 하고 난 후 고 소설을 쓴 점은, 마치 범죄 영화를 만들기 위해 30년간 형무소로 쓰인 알카트라즈 섬을 답사하고 수감자들을 취재했던 마이클 만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취재는 오늘날 창작의 기본이다. 책상머리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으나, 이제 작가는 도서관과 인터넷을 물론, 현장의 답사를 통해서 상상력에 현실의 갑옷을 입힌다. 창작의 고통은 단지 머리 속의 고통이 아니라 전신의 노동에서 비롯되는 고생이다. 고통없이 산출이 있던가.    

창세기편 중 에사오를 피해 삼촌 라반의 집에서 머문 야곱의 이야기에서, 야곱은 라반의 둘째 딸 라헬을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 7년간 라반에게서 종살이를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간단히 처리된 7년이라는 수를 놓고 만은 7년이란 수의 막막함과 덧없음을 상술한다. 하루 하루가 지나 7일의 한주가 되고, 한주가 모여 한달이 되고, 계절이 바뀌어 1년이 되듯, 되돌아 보면 7년은 마치 하루의 7일인 한 주 처럼 흘러간다. 여기에 바로 만의 맹점이 있다. 창세기의 짧은 구절에 놓인 시간의 공백을 면밀히 채워 나가는 전형을 만은 탁월하게 보여준다.   

조지 오웰의 당에 날리는 일침은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어떤 점에서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납득되었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공적 사건에 충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가장 악랄한 현실침해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이 정상적이다. 마치 한 알의 곡식이 소화되지 않고 새 몸뚱이를 거쳐 탈없이 그대로 나오듯.."(『1984년』,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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