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과 다윗

서술 Beschreibung 2024. 1. 19. 07: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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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고대왕국의 탄생

역사서 사무엘 상하는 유대왕국의 성립과정을 보여준다. 출애굽 후 모세와 여호수아의 인도를 받으며 광야에서 40년간 방랑하던 이스라엘의 12지파 백성들은 약속의 젓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갖은 전쟁 이후 분산 정착하게 된다. 출애굽 세대와 모세도 밟아보지 못할 땅에 후손들이 들어선 것이다. 이후 제사장 겸 영도자인 사사들의 통치를 받던 이스라엘인들은 다른 민족들의 왕국처럼 자신들도 왕이 필요하다고 제사장 사무엘에게 요청함에 따라, 그는 야훼께 이를 물어보고 승낙을 받는다. 야훼는 그들의 요구에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불신하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지만 마치 필요악처럼 왕을 세워줄 것을 약속한다. 그들은 이제 야훼와 제사장들에게 뿐만 아니라 왕과 그의 궁전, 궁신들에게도 공납의 의무를 져야 한다.

사무엘에게 기름부음 받아 이스라엘 최초의 왕이 된 사울은 초기에 이민족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존앙받는 군주로 등극했지만 야훼는 그의 후계자로 그의 적통이 아닌 다른 지파의 목동 다윗을 지명한다. 왕의 두통을 하프연주로 달래도록 궁전에 불려갔던 소년 다윗이 무릿매로 골리앗을 쓰러 뜨리고 이후 수많은 전장에서 전쟁영웅으로 백성의 인기를 휩쓸자 사울은 시기심으로 다윗을 죽이고자 했다. 사울은 그가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부정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울의 추격을 피해 자신을 따르는 600 여명의 무리와 함께 도망을 거듭하던 다윗은 심지어 이스라엘의 주적이다시피한 블래셋 족속에게까지 가서 신세를 지게 되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까지 동원될 뻔 했다. 이후 계속되는 사울의 추격을 따돌리던 다윗은 두번이나 사울을 죽일 기회가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기름부음받은 왕이기에, 아무리 자신이 그 왕위를 이어받는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사울이 블래셋과의 전쟁에서 치명상을 입고 도주하는 중 그의 심복은 이미 생명이 경각에 달한 사울이 자신을 치라고 명했다면서 그를 죽인 후 다윗의 진영에 이를 알리러 갔다. 새로 왕이 될 다윗에게 공로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갔던 그를 다윗은 죽인다. 이후 기름부음 받은 왕으로서 다윗은 이스라엘과 유다 통합왕국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울의 잔당들이 그의 살아남은 자식들과 함께 다윗에 항거하는 중 한 잔당에서 내부 반란이 일어난다. 사울의 아들을 죽이고 역시 공로를 위해 다윗에게 간 반란자 역시 처단된다.

고대 왕국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중요 사건인데, 다윗이 사울과 그 아들들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명분상 다윗이 그들을 직접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고대 왕국의 안정적 왕권을 위해 그들은 정리되어야할 걸림돌이다. 하지만 다윗은 그들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진정성을 반역자 처단으로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한 백성들의 신망을 더욱 두텁게 했다. 통합의 정치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 아무리 야훼의 뜻에 따랐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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