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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무슨 대역죄를 다루는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사정기관의 표적수사에 죽음으로 백기투항했다. 그러나 죽음으로 백기를 든 것에는 치명적인 분노가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지만, 영영 그럴 가망성이 안보이기에 극단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스캔들이 당사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종결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아직 집권에서 물러선지 얼마 안된, 그럼에도 끊임없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 오르던 인물의 경우는 깊은 충격을 준다. 이 충격은, 도무지 넘어설 수 없는 벽 앞에서 한 인간이 맞이한 좌절을 드러낸다. 인권변호사로서, 비운의 정치인으로서, 말많은 논란의 대통령으로서, 소탈한 시골마을 이장같은 이미지를 보였던 인물의 과오가 극단적 선택으로 가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도록 만든 상황에 그의 지지자들을 비롯한 광범위한 대중에게 분노를 유발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비극에는 너무도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인간적으로 그는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비루한 세상을 등지고 영원한 평화의 세계에서 안식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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