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뱃지 : 『이름없는 주드』

문학 Literatur 2011. 7. 21. 09:33 Posted by 산사람
반응형

하디가 이 소설을 세상에 내 놓았을 때, 주교를 비롯한 옥스포드 출신의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세대를 앞서간 이 소설의 문제의식은 얼마 안가 큰 공감은 일으켜 이 작품은 『테스』와 더불어 그의 대표적 비극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황태자의 예방을 받고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등 국내에서 세계적 작가로 인정을 받았지만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의 음울한 비극적 전개가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름없는 주드』에서 줄곧 전개되는 불안하고 자학적인 로맨스와 비극적 결말이라고 하기엔 충격적이고 기괴한 사건을 보면서, 『테스』에서 보이는 유연한 비극에서 기대했던 다양한 인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작가가 생략해 버린 주드와 수의 동거 초기의 행복한 시절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난과 불운으로 실패의 잔을 연속 마시는 인생의 역정을 보여주며, 이런 주드를 비웃는 주변인들의 야유만이 소설의 어둠을 불완전하게 여과시킨다. 번역도 다소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은,  작가가 청춘시절 사촌과 벌였던 로맨스를 소재로 하면서 자신의 출신과 학력의 컴플렉스에 대한 불만과 호소를 직설적으로 퍼붓는 점에서 그가 말한 개량주의적 사회 개혁을 일정 부문 끌어낸 기여도 있다. 노조소속 노동자들을 위해 옥스포드에 러스킨 대학이 만들어진 것과, 옥스포드가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학업의 기회를 주는 결과도 생겼던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테스』와 마찬가지로 자연권과 인습의 대결구도를 배경으로 하며, 그 공통적 매개는 결혼제도인데, 『이름없는 주드』에서 작가는 결혼제도에 대해 마치 편집광이 있는 것처럼 더 집요하게 그 제도의 주위를 선회하며 공방을 주고 받는다. 후반부에서 주드와 수가 다시 전 배우자와 재혼을 하도록 설정한 것은, 비단 수의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합법성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반항과 집착을 보여주는 일례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성경구절이 작품의 전개상황에 맞춰 상당히 많이 인용된다는 점이다. 대학자가 되려는 야심에서 교구 보좌신부가 되려는 계획으로 포부를 낮춘 주드에게 성경지식은 피와 살처럼 그의 전신을 이루고 있다. 문학작품이 성경에 대한 관심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특이한 기여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