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어 가는 폭동의 조짐

책들 Bücher 2011. 8. 4. 15: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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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쫏겨나듯 오클라호마의 샐리소를 떠난 톰의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캘리포니아에 도착하지만, 고속도로의 중간 중간에 만났던 사람들의 경고처럼 서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남동부 전역에 뿌려진 캘리포니아 농장의 구인 전단은 노동공급을 늘려 노임을 낮추려는 것, 곧 산업예비군의 양성으로 기층민중의 생활을 폭압적으로 몰아가면서 저렴한 값으로 쉽게 뽑고 쉽게 자를 수 있도록 이들을 관리하려는 것이었다. 매스의 단위로 인간을 관리하는 이런 현상은 아감벤이 지적하다시피, 생명이 관리대상으로 포섭되는 아우슈비츠를 전형으로 해서, 첨담화되는 정보통신기술과 맞물려 이제 온사회에 퍼져가고 있다.] 

"땅은 더욱더 소수의 손에 집중되었고,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대지주들은 사람들을 억압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엄청난 재산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무기와 독가스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썼다. 혹시 사람들 사이에서 불온한 소리들이 오가지는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첩자들도 보냈다. 폭동이 일어나면 짓밟아 버리기 위해서였다. 대지주들은 경제적 변화도 무시했고, 변화를 위한 계획도 무시했다. 폭동의 원인이 계속 존재하는데도 대지주들은 폭동을 분쇄할 방법만 생각했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2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4쇄), 23면.

"기업들, 은행들도 스스로 파멸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농사는 잘되었지만 굶주린 사람들은 도로로 나섰다. 곡식 창고는 가득 차 있어도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구루병에 걸렸고 펠라그라병 때문에 옆구리에서는 종기가 솟아올랐다. 대기업들은 굶주림과 분노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어쩌면 품삯으로 지불할 수도 있었을 돈을 독가스와 총을 사들이는 데, 공작원과 첩자를 고용하는 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훈련하는 데 썼다.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은 개미처럼 움직이며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분노가 끊어오르기 시작했다."

상동,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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